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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년 만에 지리산에 온 반달곰…KM53은 짝을 만날까?

'콜럼버스'라는 별명을 얻은 반달가슴곰이 있다. 공식 이름은 'KM53'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컷 반달곰으로 53번째 지리산에 방사된 개체다. 지난 2018년부터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을 중심으로 경남 합천, 거창, 충북 영동, 전북 무주군을 일대 중부지역 백두대간 숲 속에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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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지리산을 벗어나 중부지역 백두대간으로 이동한 첫 개체다. 스스로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해 3년간 안정적으로 살아왔다.

KM53은 경남 합천에서 지난 3월 말까지 겨울잠을 잤다. 동면에서 깬 뒤 4월 말 경북 김천으로 올라왔고,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를 거쳐 5월 말 경남 거창으로 이동했다.

KM53이 전북 남원 지리산에 나타난 것은 지난 6일 밤이다. 거창 남덕유산을 출발한 지 7일 만이다. 지리산까지 직선거리로 55km가량 되니까 하루 평균 10여km 이상씩 남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고향 지리산으로 돌아온 것은 3년 만이다.
 
KM53의 움직임은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 연구원들에게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반달곰 귀에 달려있는 발신기 신호를 추적해 이동 경로를 알아내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거창 남덕유산을 출발한 KM53은 지난 2일 함양, 3일 장수를 거쳐 4일에 전북 남원으로 들어온 지 이틀 뒤 지리산 숲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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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53의 나이는 우리식으로 7살이다. 2015년 1월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야생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다 1년 뒤인 2016년 9월 소식이 끊겼다. 발신기가 고장 났기 때문에 위치추적이 안 됐고,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KM53이 소식을 전해온 것은 2017년 6월 15일이다. 지리산에서 직선 거리로 90km가량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고, 생포 틀로 포획해보니 귀에 달린 인식표에 KM53이라고 씌어있었다. 언제 지리산을 떠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KM53은 2016년 9월에서 2017년 봄 사이 김천 수도산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이 오기 전 수도산으로 올라가 동면을 했는지, 아니면 지리산에서 동면을 하고 봄에 백두대간 중부지역으로 올라갔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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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경북 김천 수도산 일대 등산객이나 주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KM53을 지리산으로 데려와 7월 6일 다시 풀어줬다. 지리산 권역을 벗어난 곳에 방사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M53은 다시 지리산을 떠나 20여 일 만에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고, 7월 25일 붙잡혀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두 달간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대인기피훈련을 받은 KM53은 10월 5일 지리산 숲 속으로 또다시 방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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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살기를 바랐던 환경부의 기대는 KM53의 도전과 개척 의지를 꺾기 어려웠다. 2018년 5월 5일 새벽 KM53은 지리산을 떠나 백두대간을 따라 올라가던 중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경남 산청 생초IC 근처에서 관광버스에 부딪쳤다. 결국 큰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새로운 서식지 개척에 대한 KM53의 끊임없는 도전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결국 지리산 방사를 포기하고, 2018년 8월 27일 수도산으로 돌려보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KM53은 숲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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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까지 당하며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일대 새로운 서식지에서 정착했던 KM53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장정재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장은 복귀 시기와 반달곰의 나이에 주목했다. 반달곰의 번식을 위한 교미 시기가 6월에서 8월이다. 또 KM53의 나이는 7살인데 사람 나이로 보면 30살가량 된다고 했다. 번식력이 왕성한 나이다. 장 센터장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KM53이 암컷을 찾아 지리산으로 돌아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마침 지난 6일 밤 KM53이 도착해 이틀간 머문 해발 950여m 지리산 숲 속 근처에는 암컷 3마리를 포함, 반달곰 5마리가 살고 있다. KM53은 지난 14일까지 남원 근처에서 전남 구례 지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혀 서식지 탐색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짝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은 74마리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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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연구원들은 KM53의 움직임을 24시간 관찰하고 있다. 힘은 들지만 이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반달곰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반달곰 복원 연구에 소중한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먼길을 달려온 KM53이 부디 고향에서 멋진 짝을 만나 소원을 이뤘으면 좋겠다. 내년 초에 건강하게 새끼가 태어나고, KM53의 아들딸이 아빠 반달곰이 갔던 발자취를 좇아 김천 수도산 일대로 올라가 살기를 기원한다. 아빠 곰은 먼저 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KM53의 가족과 후손들이 백두대간 중부지역을 넘어 설악산까지 서식지를 넓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일제강점기 전까지 설악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해발 700~1천여m 고지는 원래 반달곰의 집이었다. 주인이 들어와 살아가도록 서둘러 도와줘야 한다.

▶ 백두대간 누비다 3년 만에 지리산…반달곰 복원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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