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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교육날 "배송 지시"…사고 나자 '모른 척'

안전 교육날 "배송 지시"…사고 나자 '모른 척'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21.06.14 20:07 수정 2021.06.14 21: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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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 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받도록 하는데 그 교육이 있는 날은 업무에서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일이 많다면서 상급자가 한 교육 대상자에게 배송 업무를 지시했고, 어쩔 수 없이 일을 나섰던 그 사람은 교통사고가 나서 온몸을 크게 다쳤습니다.

이 내용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월 말, 직진하던 쿠팡 택배 차량이 신호를 어긴 화물차와 충돌했습니다.

운전석이 처참하게 찌그러질 정도의 사고로 온몸 곳곳의 뼈가 부러진 택배기사 A 씨는 영구 장애까지 남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쿠팡 계약직 배송기사 : 운전석은 아예 저를 밀고 들어와서 저를 누른 상태였고, 깨어났을 때는 숨을 못 쉬었었어요, 1분 넘게….]

그런데 사고 당일은 A 씨가 의무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상급자가 이를 무시하고 새벽 업무를 지시했는데,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어서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안전 교육을 받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배송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있어 동료 기사의 아이디로 배송 업무 앱에 접속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A 씨/쿠팡 계약직 배송기사 : 많이 밀려 있으니까 도와주러 가야 한다,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연락을 해서 그 사람들 걸로 해서 나가라.]

그런데 교통사고가 난 뒤 회사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A 씨/쿠팡 계약직 배송기사 : 연락처 알아보고 연락주신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을 못 받아서.]

[본사 직원 : 처음부터 연락하셨던 분에게 (다시) 연락을 하셔서 말씀을 드리면 인사 쪽에서 알아보고….]

결국 A 씨는 직접 산업재해 신청서를 내야 했습니다.

쿠팡 직원 산업재해 신청서
쿠팡에서는 이처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 교육을 무시하고 일을 시키거나, 업무시간에 포함되는 안전 교육을 일이 끝난 뒤에 받도록 하기도 한다는데 모두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정진영/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 : (안전 교육 때 배송을 시키는 이유는) 못 끝낼 물량을 애초에 준다는 거예요. 한 집 배송을 하는데 2분 채 걸리면 안 되거든요.]

쿠팡 측은 A 씨에 대해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안전 교육이 철저히 진행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쿠팡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 문제를 포함한 근무환경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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