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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권 보호' 검찰 조직개편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취재파일] '인권 보호' 검찰 조직개편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마약 · 조폭 수사' 검찰 강력부 폐지 초읽기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1.06.14 09: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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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막고 무차별 폭행, 수사해보니 마약 조직
지난달 27일, 수원지검 강력부는 마약류를 판매하며 폭력을 행사해 온 혐의로 구소련 지역 국적의 외국인 23명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이들 중 16명에게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했는데, 마약사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초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지난 2월 8일 있었던 화성시 '외국인 운전자 무차별 폭행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A 씨 일당은 같은 고려인인 B 씨가 타고 가던 승용차를 가로막고 B 씨와 동승자를 폭행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피의자 구속 기간이 10일로 짧은 경찰은 우선 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강력부에서 추가 수사를 벌인 끝에 이 폭행 사건의 이면에 마약 조직 범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와 검찰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검찰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던 검찰의 강력부는 폐지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전국 6개 지방검찰청에 있는 강력부를 없앤 뒤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부와 통합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검찰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사람들은 지검·지청 형사부의 인지 수사에 장관 또는 총장의 승인이 필요하게 될 것인지에 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권비리'와 같은 거대한 수사를 검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것은 '강력범죄'라는 점에서, 이번 검찰 조직개편에서 강력부 폐지와 관련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검별로 천차만별인 강력범죄 현황…일괄 폐지 정답인가?

검찰
기자는 마약과 조직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3명의 강력부 출신 검사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주로 마약·조직폭력 범죄를 다뤄온 이들은 이와 같은 일괄적 강력부 통폐합 방안이 심각한 치안 공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강력범죄의 접수와 처리 건수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모든 강력부를 일괄적으로 없애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검찰이 마약과 조직범죄 수사에 특화된 전문검사들을 양성해 가고 있는 단계인데, 이들의 수사 역량도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부를 갑자기 일괄 통폐합해버리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습니다. 이들의 의견에는 자신이 주로 수사했던 분야의 부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른바 '밥그릇' 걱정도 녹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대검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들의 우려가 실증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검증해봤습니다.

원종진 취재파일용 1
우선 강력부가 설치된 전국 6개 지검의 마약사건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 지역별로 마약사건 접수 건수와 기소 건수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전국 최대지검인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3000여 건의 마약 사건이 접수되었고, 1,000여 건의 기소가 이뤄졌습니다. 광주지검과 비교하면 접수 건수는 5배, 기소 건수는 3배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원종진 취재파일용2
다음으로 강력부가 설치된 전국 6개 지검의 조직범죄 사건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가장 많은 조직범죄사건을 처리하는데, 접수 사건이 적은 광주지검 등과 비교해보면 접수사건은 6배, 기소 사건에서는 3~5배 차이가 납니다. 관할 검찰청별로 강력범죄 처리 현황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일괄 통폐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우려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종진 취재파일용3
검찰이 양성하고 있는 마약·강력 사건 전문검사 현황도 분석해봤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전국에 마약범죄 전문검사 6명, 강력범죄 전문검사 5명을 양성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 중 마약 전문검사 3명만이 지검 강력부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강력부 근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이와 관련해 "아직 양성해놓은 전문검사들의 일선 활용 방안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 달 만에 부서를 통째로 폐지하겠다고 나오는 조직에서 검사들이 전문 역량을 기를 마음이 들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내용'은 실종되고…박범계-김오수 '밀당'만 연속극처럼 소비

박범계, 김오수
일선 강력부 검사들은 강력부 통폐합이라는 조직개편 과정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법무부가 일선에 내려보낸 강력부 폐지에 대한 이유 설명도 다른 조직개편 사안들에 비해 매우 부실하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한 강력부 출신 검사는 "반부패부와 통합해도 강력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도돌이표 식의 설명만 있었을 뿐"이라며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 같아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게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수사기관 내부의 조직개편이라고는 하지만, 조직개편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한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의 자료 요청에도 공식적으로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심야에 만나 의견을 좁혔다고 언론 플레이는 하고 있지만, 심야에 만나서 뭘 이야기했고 의견을 어떻게 좁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조직개편의 내용에 대한 전문적 평가와 논의는 실종되고, 박범계와 김오수 두 인물의 '밀당' 과정만 연일 연속극처럼 소비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권 중심 검찰' 모토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법무부/검찰
최근 이뤄지고 있는 검찰개혁에는 '인권 중심'이라는 모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과오를 시정하기 위해, 인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기관의 성격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이 일환으로 이번에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안에는 지검에 인권보호관을 확대배치하고, 가칭 인권보호부를 신설하는 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을 '인권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호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의 '인권'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현실 속에서 구성되는'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의 범죄 사건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많은 마약과 조직범죄들은 내국인보다 취약한 치안환경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외국인 피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사기관들이 범죄대응 역량을 잃지 않고 사회적 약자로서 우범환경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피의자의 권리와 함께,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다 함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안전 또한 '인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현실 속의 인권은 다양한 권리들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구성되고 달성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가깝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인권 검찰'의 구호 아래 추진되고 있는 검찰 조직 개편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의 구성원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검찰 조사 단계에서 있어왔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일은 시대정신을 감안할 때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수사부서를 통째로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완전히 묶어버리는 식의 답안은 또다른 측면의 인권 침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검찰이라는 중요 수사기관의 조직개편이 치밀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지지 않고 '인권을 달성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으로 이뤄졌을 때, 가장 큰 피해는 범죄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사회적 최약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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