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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개월 간 이어진 부대 내 성추행 "신고했지만…"

[인터뷰] 4개월 간 이어진 부대 내 성추행 "신고했지만…"

신정은 기자 silver@sbs.co.kr

작성 2021.06.11 21:44 수정 2021.06.11 22: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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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 잘못했다는 말, 누군가 제게 진심으로 그 한 마디 해 주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난 금요일,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공군 이 중사 사건과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21살 청년의 제보였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소속 부대 내 동기 병사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제대로 된 보호 조치가 없어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내용입니다. A 병사는 이 일로 세 차례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사회 교사가 꿈인, 열심히 18개월 군 복무를 계획했던 이 청년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SBS 취재진은 A 병사와 2시간 가량 길게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SBS 8 뉴스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 글에선 방송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인터뷰를 추가로 정리했습니다. 부대 내 성추행 피해의 특성상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부대 측도 A 병사의 주장을 대부분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A 병사의 주장과 부대의 설명을 최대한 상세하게 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입대한 A 병사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모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얼마 안돼 B 병사가 소속 중대로 전입을 왔고 그때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세면장, 급식실, 그리고 생활관 등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곳곳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합니다. A 병사는 B 병사에게 수 차례 싫은 내색을 하고 불쾌감을 표현했음에도 4개월 넘게 성폭력을 당했고 시간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 이에 대해 B 병사는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해 7월 초, A 병사는 소속 중대장에게 피해를 알렸습니다. A 병사는 그때만 해도 곧 B 병사와 격리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방부가 지난해 마련한 성폭력 예방활동 지침에 따르면 "성폭력 신고 상담이 접수된 단계부터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간적으로 우선 분리해야 한다" "성폭력으로 신고된 이후부터 피해자에 대한 전화, 문자, SNS 등 일체 접촉이 금지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즉각적인 격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부대는 당시 A 병사의 신고 내용이 "성 관련 문제로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부대 측은 당시 면담에서 "B 병사가 지나친 스킨십을 한다. 어깨를 자주, 지나치게 툭툭 친다"고 진술했으며, A 병사가 B 병사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면담을 했던 중대장은 '본인의 명예를 걸고' 성 관련 문제로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며 A 병사는 또다시 추행을 당했습니다. 

 B 병사에 대한 분리 조치가 이뤄진 건 한 달이 지난, 8월이었습니다. 분리 조치가 내려진 경위에 대해선 A 병사와 부대 측의 설명이 다릅니다. A 병사는 부대 내 부조리 집중 신고 기간에 다시 한번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에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반면 부대 측은 다른 신고 사안으로 B 병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 병사에 대한 성폭력 가해를 뒤늦게 인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성폭력 문제로 B 병사에 대한 격리 조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A 병사는 이때도 즉각적인 격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당시 금요일 저녁에 피해자 면담이 이뤄졌는데, "용사의 소속 변경을 하려면 대대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 늦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A 병사는 또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주말 동안 부대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이 틈을 타 충격을 받은 가해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말을 들은 A 병사에게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었습니다. 
 


▲ 해당 부대는 A 병사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님이라고 밝혔습니다. 
 
 A 병사는 한 달 동안 성폭력 피해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추가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때 소속 상관인 행정보급관에게 신고하겠다고 보고하자 회유와 압박이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행정보급관은 "마침 중대장이 출산휴가를 다녀와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신고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겠냐" "신고를 당하면 (본인의) 진급이 어려워진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A 병사는 큰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 이같은 행정보급관의 발언에 대해 해당 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님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대 측은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해명했습니다. 행정보급관은 A 병사로부터 '고발을 하면 행정보급관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냐'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되어 규정 위반 사항이 있다면 나도 신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 네 결정을 바꾸지 말아라"는 취지로 대답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부대 측은 군 감찰 조사에서 가해 병사와 소속 간부를 상대로 징계 절차를 밟았고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A 병사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A 병사는 성추행 피해와 신고 이후 벌어진 일들에 세 차례 자살 시도를 했고,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첨예하게 두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은 그제(9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필요하면 재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편집 : 여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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