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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기계에 끼여 숨졌는데…대표는 책임 회피

<앵커>

1년 전 파지를 수거하던 60대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습니다. 20년 동안 한 곳에서만 일했는데 일을 그만두기 하루 전에 파지 압축 기계에 끼이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겁니다. 자꾸 고장 나는 낡은 기계를 고쳐가며 써 왔지만, 업체 측은 그가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계약을 맺은 '1인 사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오늘(11일)은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나 홀로 사업자' 산업 재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조윤하, 이현정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조윤하 기자>

65살 전수권 씨 죽음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원을 빠져나오는 업체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업체 대표 : (노동자 죽음에 책임 못 느끼세요?) 노동자가 아니거든요. 같은 사업자로서 사업 관계였습니다.]

전 씨는 20년간 이 업체와 파지 수거 계약을 맺고 일하다 지난해 숨졌습니다.

머리와 팔이 압축 기계에 꼈는데, 혼자 일했기에 그의 비명을 듣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뒤늦게 아내가 발견했지만 육중한 기계의 힘에 남편의 몸은 심하게 으스러져 있었습니다.

기계로 압축한 파지 더미를 수거하는 게 전 씨의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기계는 항상 말을 듣지 않았고, 업체는 고쳐달라는 요청에 귀를 닫았습니다.

[전지훈/고 전수권 씨 아들 : 가시면 일을 먼저 하시는 게 아니라, 압축 기계 고장 난 거 다 수리하시고. 너무 힘드셔서 손목,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이 다 망가지셔서….]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20년을 버텼습니다.

자식들이 장성했으니 쉴 때가 됐다고 결심했는데, 일터를 떠나기 바로 전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지훈/고 전수권 씨 아들 : '그만두겠다고 얘기를 하고 오는 길이다'라고 한 통화를 금요일에 했거든요. 그런데 월요일 날 사고가 났죠. 그만두시기 하루 전에. 그렇게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업주를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즉시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릴 정도로 기계는 낡고 위험했습니다.

[담당 근로감독관 : 노후화되어 있고, 육안으로도 방호조치가 안 돼 있어서 사용 중지 명령 내렸습니다.]

사고 업체는 전 씨를 고용한 적이 없고 계약 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상황.

검찰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입장을 듣기 위해 업체 대표를 찾아갔지만 만남을 거부했습니다.

[업체 이사 : 밖에 나가세요. 내려오라고요. (기자는) 결혼했어요 혹시? 다른 남자가 그냥 계속 언제 만나줄 건지 기다려달라고 그러면 기다려줄 겁니까?]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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