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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쪽 매뉴얼, 처음부터 끝까지 작동 안 했다

<앵커>

SBS는 공군 A 중사를 지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군 사법 체계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오늘(11일)은 가해자, 피해자 즉시 분리 같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김학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방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입니다.

'신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는 공간적으로 우선 분리한다', '가해자 이동을 원칙으로 피해자 의사를 반영해 공간을 분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A 중사에게 이 매뉴얼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군은 사건 직후 피해자 청원 휴가로 분리 조치했다는데 A 중사는 조사에 응하느라 휴가 대부분을 관사에서 보냈습니다.

가해자 장 모 중사가 다른 부대로 이동할 때까지 2주 넘게 한 공간에 있었던 것입니다.

공군이 남성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면서 피해자가 여성이면 여성 변호인을 우선 배정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정환/A중사 유족 측 변호인 : 사선(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국선(변호사)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부대장이나 부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믿었는데.]

2, 3차 피해도 막지 못했습니다.

메뉴얼은 '가해자나 제 3자의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 등을 차단한다'고 적시됐지만 무시됐습니다.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둘 다 내 부하여서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상관들의 회유와 압박이 이어지자 A 중사는 스스로 요청해 제15비행단으로 옮겼습니다.

내몰리듯 이동한 부대에서도 피해자 보호 조치는 없었습니다.

A 중사 남편은 "아내가 전출 신고 과정부터 부대 지휘부가 '어디 그 사고 난 여군 한 번 보자'는 식으로 대하는 걸 느꼈고 불편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훈/변호사 (전 군 법무관) : 국방부에서 마련한 성폭력 피해자, 성폭력 사건 처리 지침에 나오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어요.]

160쪽 빽빽이 적힌 매뉴얼은 이렇게 유명무실했고 A 중사는 부대를 옮긴 지 3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서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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