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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한국 지원 얀센 백신, 바이든 발표 두 배 된 이유는?

[워싱턴 인사이트] 한국 지원 얀센 백신, 바이든 발표 두 배 된 이유는?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6.10 13:35 수정 2021.06.10 22: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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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력 접종 마칠 수 있게 하겠다"…약속보다 두 배 더 온 얀센 백신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미군과 통상적으로 관련이 있는 한국 병력 55만 명이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코로나 백신을 제공할 것"(We'll provide full vaccinations for all 550,000 of those Korean forces engaging with American forces)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백신이 뭘 말하는 건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55만 명이 접종을 끝낼 수 있는 분량이라는 메시지임에는 분명했습니다(두 번 맞아야하는 화이자, 모더나, AZ 백신이라면 110만 회 분량. 한 번 맞는 얀센은 55만 회 분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막상 미국이 보낸 백신을 물량을 보니 얀센 백신 101만 회 분량으로 결정돼 있었습니다. 코로나 브리핑에 나온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1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발송을 공식화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지원 백신이 거의 두 배가 됐기 때문에 당연히 환영할 일이었지만, '바이든이 저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늘어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얀센 백신 수백만 회 유통기한 종료 위기"…한국 온 백신 유통기한은?

월스트리트저널이 6월 달에 수백만 회 분량의 얀센 백신 유통기한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혈전 우려 때문에 접종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 좀처럼 얀센 백신 소비가 늘지 않아 재고가 많이 쌓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얀센 백신은 어떤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는데, 101만 회 백신 가운데 6월 23일에 유통기한이 끝나는 게 절반, 7월 초(2일, 3일)에 끝나는 게 절반인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한 달도 안 남은 백신이라는 말인데, 사정을 들어보니 왜 당초 발표의 두 배를 받았는지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백신 인수 실무 협상을 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6월 말이면 유통기한이 끝나는 백신을 보내면 기한 내에 접종이 가능하냐"고 사전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 문의에 우리 정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회신을 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얀센 백신 접종을 20일까지 끝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통기한 내에 전부 소진이 가능한 겁니다. 백신 접종 신청도 18시간 만에 마무리될 정도로 얀센 백신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을 넘겨 백신이 버려질 가능성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얀센 백신 대량 폐기 위기

"한국 접종 인프라와 준비 상황 감안해 백신 두 배 지원한 것"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의 접종 인프라와 준비 상황을 감안해 발표된 분량의 두 배를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쓰지도 못하는 백신 끌어안고 있다가 유통기한을 넘기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우리 정부는 당장 급한 백신을 들여와 원하는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으니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백신은 접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걸 미국의 백신 재고 떨이 정도로 폄하하는 일부 반응도 볼 수 있었는데, 사실 이런 식의 비판은 코로나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물량을 가져다 순식간에 자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일부 국가는 가져가도 버릴 수밖에 없을 테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유통기한 내에 있는 백신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져다가 접종하겠다는 걸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차피 몇 달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주문한 백신이 속속 도착하면서 미국처럼 백신이 남아돌게 될 건 거의 확실한 상황입니다. 당장 급한 시기에 백신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들여왔다는 건 그만큼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얀센백신
개인적으로도 미국 약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면서 3시간만 빨리 와서 맞을 수 없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간 넘기면 버려야 하는데 와서 맞아줄 수 없냐는 요청에 바로 가겠다고 해서 접종을 했었습니다. 보관 시한이 몇 시간 남은 백신도 효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백신 안 맞고 버티는 미국…유통기한 임박한 재고로 쌓이는 백신

미국의 백신 접종은 맞을 사람은 이미 다 맞았고, 안 맞는 사람은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 가능합니다. 버티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갖가지 인센티브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접종자들에게 복권처럼 주는 당첨금은 물론이고 술, 총, 마리화나까지 주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걸 내걸기도 했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신을 더 맞게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절박함마저 느껴집니다. 접종소에 가는 우버, 리프트까지 공짜로 탈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접종자가 한때 하루 300만 명을 넘어가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100만 명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남부 지역은 접종률이 30%대에 머무는 곳이 많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제 중학생 큰 아이 2차 백신 접종을 위해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접종소에 갔더니 성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학생들이 와서 백신을 맞고 있었습니다. 오늘 워싱턴DC 사무실 근처 약국에 들러봤더니 백신 맞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약국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접종자도 청소년밖에 없어서 재고는 화이자로만 갖다놨다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청소년 접종은 화이자만 긴급사용승인이 났습니다). 모더나도 청소년 접종이 곧 승인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8세 이상에만 접종 가능한 얀센 백신은 갈수록 재고가 더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입증됐고, 극히 드문 혈전 부작용까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된 상황에서 얀센 백신이 간절히 원하는 국가에 가지도 못하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로 쌓인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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