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진핑 방한 위해 계속 소통"…중국은 언급 안 해

이를 놓고, 시 주석의 방한은 그간 두 나라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라 굳이 발표문에 다시 언급하지 않은 것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앞서 중국도 "코로나19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5당 대표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코로나가 안정되면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 미묘하게나마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면 중국이 발표문에 한 줄 넣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느냐'는 반론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달 26일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도 계속 안정돼 있지 않고 또 여러 가지 문제는 있다"면서 "지금 확실하게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얼핏 듣기로 코로나 상황뿐 아니라 다른 고려사항이 있다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시진핑 주석이 외국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는 중국 내 의견이 엇갈려 공식 발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 교수는 "중국은 코로나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일부 지도부가 외국과의 교류 확대를 원하는 외교부 방침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외국을 방문하면 많은 수행단이 함께 움직일 텐데, 방역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입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외국 외교장관을 베이징이 아닌 중국 지방에서 만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면서, 방역지침과 배치되는 것을 얘기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선 한국 내에서 논란이 안 되는 시점을 방한 시점으로 택하고 싶어 한다고 풀이했습니다. 지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미국 주도 전략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 한국에 전해"

이 외에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두 나라 관계를 발전시키자',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은 두 나라 발표문에 모두 담겼습니다.
나라마다 외교적 우선순위가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같은 외교 활동을 놓고 발표문 내용이 다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전화 통화 이후 나온 중국의 발표문만 놓고 보면, 현시점에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이후 판단할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