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일에 병원에서 내과 환자를 보지만 주말에는 가끔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도 한다. 입국자들은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자가 격리가 필수이고 또 선별 검사를 해야만 한다. 검사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입국 후 자가격리 해제자들이다. 얼마 전 이들을 검사하면서 놀란 점은 상당수가 해외에서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끝나 가는 것일까. 처음 겪는 괴질의 공기가 도시를 휘감은 지 벌써 일 년 하고도 절반. '우리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영화 대사 처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백신을 누군가가 만들어 버렸다. 대중은 익명의 과학자들로부터 항체 생성의 은혜를 입고 덕분에 지구 한쪽 편에서는 마스크도 걷어 내기 시작했다. 꿈같지만 현실의 이야기다.
그런데 희망과 현실이 좀 다른 것 같긴 하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뉴스에 도배되는 이야기다. 한국어로 된 뉴스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날아드는 괴담들. 우리나라 대부분을 커버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부 국가에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매일 같이 "백신 맞아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는다. 사실 일반 진료 업무를 방해받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하지만 있을 법한, 어찌 보면 당연한 불안이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니 예방 주사를 맞은 후 혈전이 생긴 사람, 심지어 숨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 주위를 봐도 그렇다. 내 환자 한 분은 중환자실에 실려 갔고, 다리가 땡땡 부어 내원한 환자도 있다. 팔이 부은 환자 한 분은 접종 이후 혈전증에 걸린 것처럼 혈소판이 떨어져 있었다. 긴장하게 만드는 일 투성이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우리를 충분히 불안하게 만들 법 하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접종 전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접종한 친구 하나가 "이렇게 아파본 것 정말 오랜만이네"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실 정신의 훈련이 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정말로 접종하고 하루가 지나자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증상에 맞춰 해열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었지만 3일간은 침대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불안의 크기는 덧난 고름처럼 점차 커져갔다. 급기야는 이 불안의 상처가 증상 하나가 발생하면서 터져 버렸다. 자는 동안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 - 협심증이 온 것인가 불안했던 나는 주말 밤 응급실을 향해야 했다. 다행히 통증은 곧 사라져 안심할 수 있었지만 응급실로 향하던 그 불안한 길을 잊지 못하겠다.
그래서 자신 있게 "백신 맞고 아무 일도 안 생겨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면 안 맞는 것이 나은 걸까? 우선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불거지는 '공포심'을 주의해야 한다. 불필요한 두려움은 항체가 생기는 좋은 일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맞는 게 훨씬 이득이다. 의학적 행위는 언제나 실익을 따져야 한다.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실행하는 것이 낫다. 득이 압도적이라면 무조건 하는 게 낫고, 실이 대부분이라면 피하는 게 당연하다. 득이나 실, 둘 중 하나만 있는 상황은 없다. 즉 백신의 득과 실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백신을 맞고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위험은 실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가 될 확률과 비교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백신 접종의 득이 더 많다.
나도 처음 접종 받기 전에는 여러 이유로 주저했다. 일부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하고 좋은 백신 같아 보이지 않았으며 부정적인 백신 뉴스들을 보며 효과에 대한 의심이 더해졌다. 백신의 선택권도 없는 데다가 충분한 공급도 요원한 상황에 화가 났다. 일 년 넘게 참아 왔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종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경제는 어렵고 사는 즐거움은 없다. 모임 한 번 하지 못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산다. 학회도 한 번 못 가고 운동 센터는 닫았으며 여행은 꿈에서나 갈 판이다. 이제 마스크 쓴 얼굴도 지겹다.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다.
어느 내과 의사의 말처럼 "가장 좋은 백신은 내 앞의 백신"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지금은 다른 그 어떤 방역조치도 아닌 백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우리 의료진은 준비되어 있다. 충분한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접종할 수 있다. 불필요한 의심을 거두고 이 시간이 주는 고통을 빨리 종식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끝나 가는 것일까. 처음 겪는 괴질의 공기가 도시를 휘감은 지 벌써 일 년 하고도 절반. '우리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영화 대사 처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백신을 누군가가 만들어 버렸다. 대중은 익명의 과학자들로부터 항체 생성의 은혜를 입고 덕분에 지구 한쪽 편에서는 마스크도 걷어 내기 시작했다. 꿈같지만 현실의 이야기다.
그런데 희망과 현실이 좀 다른 것 같긴 하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뉴스에 도배되는 이야기다. 한국어로 된 뉴스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날아드는 괴담들. 우리나라 대부분을 커버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부 국가에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매일 같이 "백신 맞아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는다. 사실 일반 진료 업무를 방해받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하지만 있을 법한, 어찌 보면 당연한 불안이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니 예방 주사를 맞은 후 혈전이 생긴 사람, 심지어 숨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 주위를 봐도 그렇다. 내 환자 한 분은 중환자실에 실려 갔고, 다리가 땡땡 부어 내원한 환자도 있다. 팔이 부은 환자 한 분은 접종 이후 혈전증에 걸린 것처럼 혈소판이 떨어져 있었다. 긴장하게 만드는 일 투성이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우리를 충분히 불안하게 만들 법 하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접종 전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접종한 친구 하나가 "이렇게 아파본 것 정말 오랜만이네"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실 정신의 훈련이 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정말로 접종하고 하루가 지나자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증상에 맞춰 해열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었지만 3일간은 침대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불안의 크기는 덧난 고름처럼 점차 커져갔다. 급기야는 이 불안의 상처가 증상 하나가 발생하면서 터져 버렸다. 자는 동안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 - 협심증이 온 것인가 불안했던 나는 주말 밤 응급실을 향해야 했다. 다행히 통증은 곧 사라져 안심할 수 있었지만 응급실로 향하던 그 불안한 길을 잊지 못하겠다.
그래서 자신 있게 "백신 맞고 아무 일도 안 생겨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면 안 맞는 것이 나은 걸까? 우선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불거지는 '공포심'을 주의해야 한다. 불필요한 두려움은 항체가 생기는 좋은 일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맞는 게 훨씬 이득이다. 의학적 행위는 언제나 실익을 따져야 한다.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실행하는 것이 낫다. 득이 압도적이라면 무조건 하는 게 낫고, 실이 대부분이라면 피하는 게 당연하다. 득이나 실, 둘 중 하나만 있는 상황은 없다. 즉 백신의 득과 실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백신을 맞고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위험은 실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가 될 확률과 비교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백신 접종의 득이 더 많다.
나도 처음 접종 받기 전에는 여러 이유로 주저했다. 일부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하고 좋은 백신 같아 보이지 않았으며 부정적인 백신 뉴스들을 보며 효과에 대한 의심이 더해졌다. 백신의 선택권도 없는 데다가 충분한 공급도 요원한 상황에 화가 났다. 일 년 넘게 참아 왔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종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경제는 어렵고 사는 즐거움은 없다. 모임 한 번 하지 못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산다. 학회도 한 번 못 가고 운동 센터는 닫았으며 여행은 꿈에서나 갈 판이다. 이제 마스크 쓴 얼굴도 지겹다.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다.
어느 내과 의사의 말처럼 "가장 좋은 백신은 내 앞의 백신"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지금은 다른 그 어떤 방역조치도 아닌 백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우리 의료진은 준비되어 있다. 충분한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접종할 수 있다. 불필요한 의심을 거두고 이 시간이 주는 고통을 빨리 종식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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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매일 5km 달리기 한 달, 삶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