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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도 변호사도 비교해서…전문직 뒤흔든 갈등

<앵커>

동물병원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스마트폰 앱이 있습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너무 다르다는 불만이 커지자, 지역별로 가격을 공개하고 비교하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요즘 다른 분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문제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4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대학생 안홍빈 씨.

처음 키우는 강아지라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지만, 천차만별인 병원비가 고민입니다.

무릎뼈가 어긋나는 슬개골 탈구를 치료했는데,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3배 가까이 났습니다.

[안홍빈/대학생 : 한 달 동안 알아봤으니까 병원 열 군데 정도? (정말 편차가 심하던가요 가격이?) 60~160만 원? 이렇게 달랐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으면서 진료 가격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지역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비교해 추천하거나, 아예 진료 가격을 모아 공개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박준서/수의사 : 보호자분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막상 해보면 어차피 병원에 안 왔을 보호자분들이 '이걸 통해서 아 이렇게 할 수 있는 거구나' 하면서 오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가격 공개, 가격 비교에 거부감을 갖는 수의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의사단체는 지난해, 허위·과대 광고의 우려가 있고 단순 가격 비교로 접근하는 것은 생명 경시라며 회원들을 상대로 서비스 가입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한 수의사는 서비스에 가입해 활동을 한 뒤 그 지역 수의사들과 관계가 멀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A 수의사 : 정해진 가격이 있어요 수술에 대해서. 이걸 벗어나지 마라… (가입 후에) 교류는 제로가 되었다고 보시면 되고요. 길고양이 중성화하는 사업이 있거든요. 시하고 지자체에서 선정하는 건데 그거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고.]

소비자가 적정한 가격을 파악하거나 가격 비교를 하기 힘든 것은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인기인 이 변호사 홍보 앱, 월 이용자가 100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여기에 가입해 활동하는 변호사도 3천900명이 넘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20대 남성은 지난해 노사 문제를 앱에 올렸는데 맘에 드는 변호사를 골라 1시간 동안 10만 원에 법률 상담을 했습니다.

앱을 통하면 15분 전화 상담이 최저 2만 원, 30분 방문 상담이 5만 원으로, 일반 개업 변호사보다 저렴합니다.

[박 모 씨/28살 : 일단 저렴한 게 제일 컸죠. 제일 싼 사람을 필터링해서 가는 게 제일 좋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제일 저한테는 합리적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이현웅/변호사 : (의뢰인들이) 상당히 많은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 알아봤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밀도 있는 상담이 가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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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

변호사 3만 명 시대.

하지만 소송을 하는 10명 중 7명은 변호사 없는 '나 홀로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법률 서비스의 이용 문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AI로 판례를 분석해서 형량 예측까지 해주는 식으로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그 문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법률 플랫폼 시장 규모는 연간 81%씩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변호사 홍보를 하고 있다는 일부 플랫폼의 경우, 법으로 금지된 사실상 변호사 소개 알선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진우/대한변호사협회 정책 이사 : 답변하는 사람이 변호사인지 아닌지를 실시간으로 CCTV 통해 검증할 수도 없고, 엄격하게 국가가 공인을 해주고, 전문직에 의해서 수행이 되어야 하는 사무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채….]

새 플랫폼의 등장은 동물병원 시장, 변호사 시장뿐 아니라 성형외과나 피부과 시장 등으로 확산하면서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문직의 반발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성엽/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내가 원하는 공급자를 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 디지털 플랫폼이 전산업으로 파급되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법률 서비스든 의료 서비스든 플랫폼화의 대세를 거스르긴 어렵고….]

플랫폼이라는 신산업과 전문직 사이의 갈등이 엉뚱하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유미라, VJ : 정영삼·김초아, 작가 : 김유미,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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