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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은 늦었다"…'족보'까지 푸는 영어유치원

<앵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유명 학원에 입학시키려고 기출문제를 돈 주고 사기도 하고 서너 살 아이들에게 과외까지 시킨다고 하는데, 부모의 마음이 욕심으로 번져서 오히려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넷에 올라온 영어 유치원 합격 수기입니다.

재시험 끝에 4살 아이가 합격했다는 내용입니다.

강남의 유명 영어 유치원 레벨테스트를 통과하려면 개인 과외를 받아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직접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기도 힘든 서너 살 아이들이지만 시험 잘 보는 요령을 배울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A 씨/과외 교사 : 연필 잡는 법, 엉덩이 힘 같은 것도 잡아주셔야 하고. 소문자, 대문자는 당연히 알아야 하고. 대부분 서너 번 정도 재시험을 치고 들어가요.]

추가로 상담을 받아 봤는데, 합격률을 자랑하거나 4살도 늦은 나이라고 겁을 주기도 합니다.

[B 씨/과외 교사 : 작년에 19명 합격시켰고요. 다섯 명 정도는 대치하고 압구정을 동시 합격한 친구들도 있어요.]

[C 씨/과외 교사 : 근데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아이는… 거기 가는 애들은 진짜 똘똘해야 하거든요.]

이렇다 보니 시험 족보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5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족보입니다.

기출문제, 예상 문제, 합격 수기까지 담겨 있습니다.

[C 씨/과외 교사 : 막판에 엄청 달리거든요. 매일매일 어린이집 영어로 가는 애들도 떨어지는데, 그런 애들도 거의 1주일에 다섯 번씩 공부했어요.]

전문가들은 서너 살 유아기에는 주변인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통해 언어와 감정을 배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병민/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 인지적 정서적 발달과 맞지 않다는 거죠. 수업 시간에 뭘 가르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가르치는 학습인 경우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은 되게 부담스러워하죠.]

발달과정을 한참 건너뛴 선행학습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이나 불안 때문인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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