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우리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3년 전 대법원의 판결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판결이 다르게 나온 핵심은 바로 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의 차이였습니다. 3년 전 대법원은 한일협정이 있었지만 불법적 식민 지배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다고 봤고 이번 재판부는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해결됐다고 해석하면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안희재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일본 기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터라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은 승소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예상과 달리 '각하' 판결, 즉 이번 사건이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 중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피해자의 청구권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제조약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반할 경우 국제 사회 압박을 뿌리치기 힘들게 될 수 있다며 우리 국민이 일본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하는 건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을 예상한 듯 당초 10일로 예정했던 선고 날짜를 갑작스레 사흘이나 앞당긴 이유를 '법정의 평온과 안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6년을 기다린 피해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장덕환/일제강제노역피해자회 사무총장 : 선고를 이렇게 당겨서 당사자도 모르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13년 동안 5차례 재판을 거쳐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2년 8개월 만에 뒤집은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민변은 이번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내 사법절차를 통해 구제받는 것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