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나태주 시인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았으면…지금도 충분"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나태주 시인
--------------------------------------------

[주요 발언]
"풀꽃, 초등학교 교장 시절 아이들이 풀꽃 그리는 모습 보다가 시 쓰게 돼"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살았으면…남과 비교하며 살 필요 없어"
"유명한 것보다 유용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나이 들면서 짧은 시를 쓰게 돼…시는 급소를 치는 '침'과 같아"
"시는 기본적으로 연시…마음속 끓어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쓴 것이 시"

▷ 주영진/앵커: 영상 후반부에 나갔던 그 시, 모르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겁니다. 외람되지만 아마 저 시를 가장 많이 본 데가 혹시 식당 같은 곳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여러분께 말씀드릴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여러분, 한번 보신 기억 있으시죠? 바로 이 시를 쓰신 분. 시 '풀꽃'의 시인 나태주 선생님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나태주/시인: 안녕하세요? 우리 집 안방에서만 뵙던 분을 여기 와서 뵙네요. 놀랍습니다.

▷ 주영진/앵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가끔 보십니까?

▶ 나태주/시인: 네. 유명한 어른을 봐서 많이 기쁩니다.

▷ 주영진/앵커: 제가 오히려 드려야 할 말씀인 것 같은데요.

▶ 나태주/시인: 그런가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우리 선생님 같은 경우는 다른 분들이 '풀꽃' 쓰신 분이에요 하고 많이들 놀라지 않습니까?

▶ 나태주/시인: 네. '풀꽃' 밑에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이렇게 있는데 '풀꽃'을 모르고 나태주를 몰라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아는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그 시가 말이죠. 저도 등산을 좋아해서 혼자 많이 다니는데 가끔 등산하다가 보면 풀꽃이 눈에 보이잖아요. 그때마다 사실은 저 내용이 떠올라요. '자세히'와 '오래 보아야'가 조금 순서가 헷갈리기는 합니다마는.

▶ 나태주/시인: 그러세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가장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너도 그렇다' 아니겠습니까?

▶ 나태주/시인: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만 그렇다하고 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게 많이 진화되고 좋아지고 너그러워져서 이제 너도 그렇다 하고 살고 싶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게 제가 쓴 시지만 이 시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임팩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저 시는 언제 쓰셨습니까?

▶ 나태주/시인: 제가 두 번째 교장을 할 때 상서초등학교라고 하는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풀꽃 그림을 그릴 때 아이들이 풀꽃을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안 닮게 그렇게 그리길래 제가 잔소리 삼아서 그렇게 그리지 말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그래서 예쁘게 사랑스럽게 좀 그려봐라. 제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그 잔소리를 듣고서도 애들이 예하고 대답하잖아요. 그래서 너희들도 그래. 너희들도 사실은 자세히 안 봐줘서 그렇지, 오래 안 봐줘서 그렇지 예쁘고 사랑스러워. 그렇게 생각하고 그 한 말을 그대로 거둬서 썼는데 그것이 시가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오히려 나태주 시인을 몰라도 저 시는 다들 읽어봤고 다들 봤다. 어떠세요? 시인 입장에서는 저거 내가 쓴 시이고 내가 오히려 나의 필명이 세상에 떨쳐져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저 시는 아는데 또 나태주 시인을 모를 수도 있잖아요.

▶ 나태주/시인: 이게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유명한 시, 유명한 시인이어야 되는데 지금은 유용한 시, 유용한 시인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거든요.

▷ 주영진/앵커: 유명하다기보다는 유용해야 한다?

▶ 나태주/시인: 네. 말하자면 쓸모가 있어서 되는데 사람들 마음속으로 가서 그것이 꽃이 되고 샘물이 되고 악수가 되고 위로가 될 때 그게 진짜 유용한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제 이름이 지워지고 또 시 이름이 아래로 내려가도 시 구절구절이 사람들 마음에 가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혹시 '풀꽃'이 연작시입니까?

▶ 나태주/시인: 두 번째 거 있어요.

▷ 주영진/앵커: '풀꽃2', '풀꽃3'도 1, 2, 3 이렇게 있죠?

▶ 나태주/시인: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주영진/앵커: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된다.

▶ 나태주/시인: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 주영진/앵커: 모양을 알고 나면.

▶ 나태주/시인: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주영진/앵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시인: 다 아는 건데, 누구나 다 아는 건데 그걸 사람들이 놓치고 산다 그런 뜻으로 제가 쓴 것입니다.

▷ 주영진/앵커: 그리고 저는 세 번째 '풀꽃'. 이걸 정말 시라고. 요즘 젊은 분들이 SNS에 이렇게 시 같은 걸 써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게 대단히 짧고 때로는 위트가 있고 유머가 있고 그런 내용인데 저는 '풀꽃3'이요, '풀꽃3'.

▶ 나태주/시인: 기죽지 말고 살아 봐.

▷ 주영진/앵커: 너무 좋아요.

▶ 나태주/시인: 꽃 피워 봐. 참 좋아.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 수능을 앞둔 아이들이 제가 문학 강연을 가면 그걸 써달라고 그럽니다. 말하자면 이 시대 사람들이 많이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기 좀 살려주고 우리가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꽃을 좀 피우자.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기죽어 있는 것을 기를 좀 살렸으면 좋겠고 그리고 나름대로 자기가 가진 아주 좋은 꽃을 피웠으면 좋겠고 그리고 끝에 가서 자기 결론이 아, 참 좋다 이런 말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 주영진/앵커: 이 이상 가는 응원가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한번 해 봐. 꽃을 피워 봐. 참 좋아.

▶ 나태주/시인: 이 얘기는 우리 삶이 누구에게나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마이너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주영진/앵커: 마이너일수 있다.

▶ 나태주/시인: 그렇지만 그 마이너를 네가 딛고 일어나서 노력하고 꽃을 피우면 너는 메이저가 될 수 있다. 네 나름대로 메이저다. 나만 꼭 이렇게 비교해서 그렇게 메이저가 아니라 나하고 내가 생각해서 내가 메이저다. 이렇게 된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주영진/앵커: 너는 비주류가 아니고, 소수가 아니고 네가 주류일 수 있고 네가 다수의 대표가 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 봐.

▶ 나태주/시인: 네. 제 자신이 그야말로 변방에 있는 사람이고 여전히 마이너고 비주류고 소수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삶이나 나의 행복에 전혀 관계가 없어요. 내 삶을 내가 사는 것이지 너를 위해 사는 것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의 삶에 집중하고 나의 자존감을 내가 스스로 높이고 간직할 때 나는 얼마든지 나의 주류가 된다. 너의 주류가 아니고, 너의 비주류가 아니고 나는 나의 주류다. 그래서 저는 시골에서 살아도 좋고 그냥 키가 작아도 좋고 선생님은 머리카락이 참 많으신데 저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모자를 쓰고 나왔잖아요. 그래서 머리카락이 없는 것도 크게 모자 쓰면 되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다 같이 꽃을 피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선생님 시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마 또 찾아서 읽기도 하고 그럴 텐데 대부분 시가 짧은 것 같아요.

▶ 나태주/시인: 저도 젊었을 때는 긴 시를 썼어요. 그런데 나이 들어 보니까 그렇게 길게 써 봐야 사람들 읽지도 않고 잘 알아주지도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제가 짧게 짧게 씁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는 짧은 것이 원칙이에요. 한방에서 얘기하기를 1침 2구 3약 그러는데.

▷ 주영진/앵커: 1침 2구 3약.

▶ 나태주/시인: 첫 번째 침이고 두 번째 뜸이고 세 번째 약인데 시는 침입니다. 급소를 쳐서 급한 어떤 아픈 증상이나 어떤 나쁜 것을 빨리 돌려놓는. 그래서 우리 오늘날 사람들이 힘들고 어렵고 우울하고 답답하고 그렇다는데 그럴 때 빨리 급하게 급소를 쳐서 괜찮습니다, 당신도 같이 가면 좋습니다, 내가 옆에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 줘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시대의 시는 당연히 짧아야 된다, 침이 돼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힘들다니까 기다릴 새가 없어요. 빨리 침으로 가서 그 사람한테 좋은 효과가 되도록 저는 유용한 시, 유용한 시인 이야기했던 것하고 연결해서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 '풀꽃'이라는 시가 노래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 나태주/시인: 네. 노래로도 나왔어요. 한 버전이 아니고 여러 사람.

▷ 주영진/앵커: 여러 사람이 만들었어요?

▶ 나태주/시인: 그러니까 노래가 여러 가지입니다.

▷ 주영진/앵커: 지금 선생님 직접 풍금 치시면서.

▷ 주영진/앵커: 약간 동요 같은 느낌도 좀 있네요.

▶ 나태주/시인: 우리 국악풍 그리고 저기 지금 노래 부르는 장소는 풀꽃문학관.

▷ 주영진/앵커: 풀꽃문학관. 어디에 있습니까?

▶ 나태주/시인: 공주시 봉황산 아래 옛날에 일본 사람이 살던 집 하나를 그냥 고쳐서 조그마한 문학관으로 만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선생님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겠네요, 그러면 풀꽃문학관이? 선생님이 직접 만드셨습니까?

▶ 나태주/시인: 풀꽃을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 주영진/앵커: 선생님이 직접 만드셨습니까 아니면?

▶ 나태주/시인: 나태주문학관이 아니고 풀꽃문학관이니까 풀꽃을. 이 세상에 있는 많은 풀꽃들을 위해서 풀꽃처럼 살기가 힘들고 지치고 자기 자신이 작다고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와서 위로받고 가기를 바라서 만든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 주영진/앵커: 1년 365일 언제나 열려 있습니까?

▶ 나태주/시인: 그렇죠. 월요일만 빼놓고.

▷ 주영진/앵커: 월요일 빼고. 늘 선생님 계십니까?

▶ 나태주/시인: 없죠. 이렇게 나다니니까. 약속하실까요?

▷ 주영진/앵커: 아니, 이왕이면 가서 우리 선생님을 봬야 더 힘이 날 텐데.

▶ 나태주/시인: 약속하시면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 주영진/앵커: 충남 공주 봉황산 아래. 알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꼭 시간 되실 때 풀꽃문학관 가서 꼭 힘을 얻어 오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이 최근에 시집이 여러 권이 있겠습니다마는 제가 지금 오늘 출연하신다고 해서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그리고 이 스페셜 에디션 말이죠. 이 제목이 참,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선생님의 시나 이런 것들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렇게 와서 박히는 것 같아요. 짧은데 공감이 돼요.

▶ 나태주/시인: 제가 살면서 많이 마음속으로 느꼈던 그런 부분에서 제목을 뽑아내는데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이제 우리가 꽃을 보듯 나를 봐라 이런 세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꽃을 보듯 내가 너를 본다. 그러면 저쪽에서 보지 말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꽃을 볼 때 우리가 존경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받들고 이렇게 보잖아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그런 뜻이고요.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거는 제 인생 전체가 그런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가, 저희 가친이 선생님만 잘하지 시 쓰지 말라고 그랬는데 16살부터 그 말씀 어기고 제가 시를 썼거든요. 그래서 60년 써서 여기까지 왔는데.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그게 제 얘기더라고요. 실제로 제 아들아이가 좀 속을 썩일 때 그 아이들을 보면서 썼는데 쓰고 나서 돌아보니까 그게 제 얘기더라고요. 우리 아버지한테도 제가 그렇게 그 양반 아들로서 하지 말라는 걸 많이 하지 않았을까. 우리 인생이 그렇게 애달프고 그렇게 곡절곡절이 구슬픈 데가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역도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하라는데 하기 싫은 일도 있죠.

▶ 나태주/시인: 그럼요. 그게 사람이 이상해요. 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그래서 그 사잇길을 어떻게 어떻게 잘 비집고 오는가, 어떻게 가는가 그게 아버지든 아들이든 피차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주영진/앵커: 선생님의 시를 많은 독자들은 사랑의 시, 연시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 나태주/시인: 본래 시의 기본 시작이 연애입니다. 저도 16살 때 예쁜 여학생이 하나 있어서 그 여학생한테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서 편지를 썼는데 자주 하는 얘기인데 그 편지가 그 여학생 아버지 손에 들어가서 답장이 아버지한테서 왔어요.

▷ 주영진/앵커: 뭐라고 답장을 했습니까?

▶ 나태주/시인: 그래서 제가 그 뒤로는 겁이 나서 편지도 못 썼죠. 나성훈 군에게 준 편지 받았네. 그런데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고 이렇게 편지나 쓰고 이런 것만 하면 되겠는가. 한번 소천에 나오게. 내가 만나주겠네. 이래서 놀라서 그 편지 찢어버리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그런 답답함 때문에 제가 속으로 시를 썼습니다. 그때 시를 쓴 것은 살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나도 살아야 되니까. 중요한 게 있어요. 인간은 행복을 좌우하는 80% 요인이 감정에 있다고 그러는데 이 감정을 표출을 못하면 사람이 곤란합니다.

그래서 저는 속에 있는 이렇게, 이렇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러다가 표현 방법을 찾은 것이 시 쓰는 것이고요. 그런 방법을 계속하다가 시인이 됐고 오늘날까지 늙었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 후회하는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 쓰는 것이 기본이 연애편지다. 연애편지 쓰듯이 시를 좀 썼으면 좋겠다. 좋은 마음, 사랑하는 마음, 받드는 마음, 그리워하는 마음, 예쁜 마음을 예쁘고 사랑스럽고 좋게 이렇게 잘 쓰는 것이 연애편지가 아닌가. 그래서 저는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남은 생은 그냥 그렇게 계속 가려고 그럽니다.

▷ 주영진/앵커: 저도 선생님 연배쯤 됐을 때 후회 없다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씀하시는데 표정이 참.

▶ 나태주/시인: 저는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생각할 때 청소년 시절에 자기가 꿈꾸는 자기를 노년에 늙은 사람이 돼서 만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는 지금 현재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더, 더 많이 늙었을 때 '그래 내가 꿈꿨던 사람,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이 사람이야' 이렇게 하기를 바라면서 가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선생님 뵈니까 말이죠. 김용택 시인이 선생님과 거의 비슷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 나태주/시인: 그 사람도, 김용택 선생도 초등학교 선생 했고요. 저도 초등학교 선생 했죠.

▷ 주영진/앵커: 시는 대조적이죠. 김용택 시인의 시는 길죠?

▶ 나태주/시인: 그분, 그 시인도 요즘은 짧게 쓸걸요?

▷ 주영진/앵커: 요즘은요?

▶ 나태주/시인: 왜냐하면 핸드폰 때문에 그래요. 핸드폰에다 길게 쓰면.

▷ 주영진/앵커: 그렇죠. 한 페이지에 안 메우고 계속 내려야 하니까.

▶ 나태주/시인: 두 페이지 넘어가면 어렵습니다. 오늘도 내가 시를 하나 썼는데 이게 좀 길어요.

▷ 주영진/앵커: 오늘 쓴 시는요?

▶ 나태주/시인: 네.

▷ 주영진/앵커: 어떤 내용 쓰셨는데요? 한눈에 봐도 좀 기네요.

▶ 나태주/시인: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했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했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우리 젊은 친구들한테 들려드리고 싶어요. 너무 사람들이 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실수를 하면 그것이 자기한테 영원한 상처인 것처럼,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것처럼 힘들어하는데 그러지 말고 메이저 이 자체가 마이너를 딛고 일어나서 하는 것이니까 앞으로 잘 가라 그런 얘기를 시로 썼어요. 오늘 오다가 핸드폰에다 썼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좀 길어요.

▷ 주영진/앵커: 저한테도, 저한테 하시는 말 같습니다. 제가 젊지는 않습니다마는.

▶ 나태주/시인: 여기 앉아서 보니까 이거 하실 때 참 힘드실 것 같아. 얼마나 엄중하고 어렵고 지금 시급하고 답답한 자리가 아닌가. 그럴 때 이 자리에서 계시면서도 자기를 좀 위로하면서 자기한테 칭찬하면서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주영진/앵커: 그 시 꼭 제가 한번 오늘 복사해서 계속.

▶ 나태주/시인: 적어서 제가 드릴게요.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우리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노래가 있다고 하는데 여러분과 함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이야'라는 노래는 저도 잘 아는 노래인데 원래 송창식 씨가 불렀던 노래가 아닙니까? 그런데 양희은 씨가 부른 노래를.

▶ 나태주/시인: 양희은 씨를 좋아해요. 저분이 제 시 하나를 당신 30년인가, 40년 기념음반에 끝부분에 넣었어요.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라는 제 시를 가지고 노래를 했는데 저 사랑이야도 저분의 깊은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저 음성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정말정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그래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바로 너라는 것, 시청자 여러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나태주/시인: 고맙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 인터뷰를 끝으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