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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점검] ④ 회의 시간은 줄고, 부실한 발의는 늘고

[국회 점검] ④ 회의 시간은 줄고, 부실한 발의는 늘고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작성 2021.06.14 16:32 수정 2021.06.17 10: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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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정 역사상 유례 없는 거대 여당의 탄생". 지난 해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다. 그리고 지난해 6월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소집됐다. 21대 국회, 벌써 1년이다. 식물 국회로 불리며 국민의 실망을 부른 20대 국회를 뒤로하고 시작된 21대 국회다. 이번 국회의 정당과 의원들은 국민 기대에 부응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1대 국회 데이터를 기반으로 21대 국회 1년차 활동을 점검했다. 국회 핵심 임무인 "입법"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 주의' 다.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서 의원 300명이 회의하고 의결하면 제대로 된 입법 논의를 할 수 없다. 시간도 지체된다. 그래서 본회의에 앞서 분야별로 나눠 상임위원회가 소관 법안을 중점 토의한다. <마부작침>은 실질적인 입법 환경을 살필 수 있는 상임위원회의 회의시간을 분석해봤다.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 2021년 5월 15일까지 국회 1년 동안 회의록을 분석했다. 비교를 위해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상임위 회의시간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는 각 회의별 PDF 파일과 회의 영상이 올라온다. 회의록 파일에는 회의가 언제 시작 됐는지, 중간에 회의는 언제 멈췄는지, 회의가 언제 끝났는지 적혀있다. 회의가 시작되면 (XX시XX분 개의)라는 표현이 회의록에 적히게 되고, 중간에 정회가 되면 (XX시XX분 회의중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런 회의 시간과 관련 글자들을 R 코드를 활용해 추출했다. 회의가 멈춘 시간을 제외한 진행 시간만을 계산했다.
 

21대 국회, 상임위 회의시간 확 줄었다

마부작침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의 평균 회의 시간은 147.1분으로 분석됐다. 법률안을 제안한 의원의 설명과 안건에 대한 토론이 평균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것이다. 과거 20대 국회와 19대 국회 1년 차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었다. 20대 국회 1년 차의 상임위원회 평균 회의 시간은 171.1분으로 3시간에 가까웠다. 19대 국회 역시 176.4분으로 21대와 비교하면 20분 넘게 격차가 났다.

 21대 상임위원회 평균 회의 시간은 19대와 20대의 3년 차 이후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 견주어보면 개의 1년 차는 그래도 회의시간이 다른 때보다 길었던 시점인데, 지난 국회와 흐름이 같다면 21대 상임위원회의 회의 시간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의 회의 시간도 살펴봤다.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는 각 상임위 내에서 실질적인 법률안 심사 역할을 한다.  21대 국회 소위원회 회의시간은 평균 198.3분으로 3시간을 넘겼다. 상임위원회 시간보다는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20대 국회 1년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았다. 20대 국회 1년차 평균은 209.1분으로 21대 평균 회의 시간과는 10분 가량 차이가 났다. 다만 19대 국회 1년차보다는 회의시간이 늘었다. 19대 국회 소위원회에선 평균 178.5분 회의했는데 21대 국회보다 11.4분 더 적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신속한 법안 처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말한다. 필요한 법이 당쟁에 막혀 지지부진하게 통과되지 못했던 역대 국회를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21대 국회에서 법안이 신중하게 논의됐나의 맥락에서 상임위 회의시간의 축소에 우려를 표했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유성진 교수는 "법안과 관련된 찬반 토론이 그다지 많이 있지 않은 걸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그만큼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폭이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정의당의 초선 장혜영 의원은 "길이만 길고 지난한 공박만 반복하는 회의도 있다"며 회의시간 길이로만 평가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장 의원은 "(토론과 고민의 시간) 보다는 훨씬 정쟁에 활용된 시간이 더 많았다"고 지난 1년 동안 국회 상임위에서의 경험을 말했다.   
 

법안 회의는 줄었지만, 법안 발의는 늘어났다?!


마부작침2021년 5월 15일까지 21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은 모두 9,891건이다. 그중에 의원 입법 법안은 모두 9,253건. 전체의 93.5%를 차지한다. 제헌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의원 입법 법안과 정부 입법 법안을 비교해보자. 16대 국회를 전후로 의원 입법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15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806건이었는데, 16대엔 1,651건으로 100% 이상 급증했다.

 정부 입법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16대 때 정부 입법 건수는 595건. 그것과는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수치이다. 16대 국회 이후에는 그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의원 입법 법안이 2만 건을 넘어서면서 정부 입법 법안과의 차이는 19.7배까지 벌어졌다. 21대 국회(~5월 15일까지)의 의원 법안과 정부 법안의 차이는 27.6배로 역대 국회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점검] ④ 회의 시간은 줄고, 부실한 발의는 늘고
 확실한 양적 성장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다양한 입법 분야가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법안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이 제몫을 하고 있는 걸까. 법률 반영비율을 보자.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 이래로 법률 반영비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3대 국회의 의원 법안 462건 중 244건이 법률에 최종 반영되면서 52.8%의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21대 국회는 18.6%로 분석됐다. 전체 9,253건 중 1,717건 만 최종적으로 법률에 반영됐다. 최근 국회와 비교해도 하락세는 분명했다. 19대 때의 반영비율은 34.6%였고, 20대는 30.6%였는데, 3대수 연속 감소 중이다. 의원 발의가 넘치게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발의와 철회사이... 철회된 법안도 늘고있다 


 법안 발의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철회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13대부터 17대까지는 철회 법안 건수가 100건을 넘지 않았는데, 18대에 그 수치가 501건으로 훌쩍 증가하더니 이후에는 계속 세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대의 철회 법안이 215건, 19대 국회가 172건인데 이제 1년이 지난 21대 국회가 벌써 105건이다. 이런 추세라면 21대 국회 4년간 철회 법안은 18대에 견줄 만큼 늘어날 수도 있다. 입법권을 가진 의원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철회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그만큼 의원 스스로가 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법안을 철회한 의원은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분석됐다. 지난 2020년 12월 1일에 제안한 9개 법안을 모두 철회했다. 해당 법안은 정신질환자도 사회복지사 등 9개 업종에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을 철회했다. 해당 법안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철회 법안 중 가장 많은 의원이 참여했던 법안은 설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이다. 모두 73명이 참여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 취업 혜택을 주는 내용의 법안인데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이 있었다. 민주유공자 출신인 김영환 전 의원도 SNS에 해당 법안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커지자 설훈 의원은 법안 철회서 요구서를 제출했다. 

 전문가들과 국회 보좌진들은 법률안 발의량의 증가, 그리고 철회의 증가 모두 법안 발의 건수가 "성적표"가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언론, 그리고 각 당내의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법안 발의 건수"를 의정 활동량의 지표로 언급하거나 활용한 게 원인이란 거다. 18대 이후 국회에서 계속 정책 업무를 담당한 여야 보좌관들은 법안 발의 실적 늘리기를 위한 함량 미달 발의가 해가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한 글자 고치기', '단어 바꾸기', '주어 쪼개기' 등의 발의가 잘 알려진 "법안 발의 건수 늘리기" 방법이라는 거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법안을 얼마나 발의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 그 법안이 통과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하며 "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 유덕기, 배여운,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수민,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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