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력 줄어 쉼 없이 11시간 배달"…또 숨진 배송기사

<앵커>

홈플러스 배달 일을 하던 40대가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얼마 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과 노조는 최근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근무 시간이 늘고 일도 더 힘들어졌다며 그게 사망 원인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년 넘게 홈플러스 배송 기사로 일한 48살 최은호 씨는 지난달 11일 아침 집에서 출근 준비하다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고 2주간 투병 끝에 숨졌습니다.

숨지기 전 장기를 기증했습니다.

[이미숙/고 최은호 씨 아내 : 힘들다는 말을 안 하는 사람이에요, 전혀. (그런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거예요, 너무 힘들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주문량이 많은 주말 근무자를 늘리는 대신 주중에 일하는 인력을 줄였습니다.

평소 20명이 맡던 구역을 16명 정도가 맡으면서 배달 구역이 넓어졌고 근무시간도 하루 최대 11시간으로 늘었습니다.

담당 권역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가 많은 지역으로 바뀌면서 노동 강도도 더 세졌습니다.

홈플러스 기사 뇌사/장기기증

[홈플러스 배송 기사 : 다 일일이 등짐을 메거나 어깨에 메거나 가지고 올라가야 해요. 물이나 쌀 같은 경우에는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해서 두 번, 세 번씩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최 씨 같은 배송 기사들은 홈플러스 소속이 아니라 중간 운송사와 계약한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습니다.

하루 세 번, 한 번에 열서너 집을 들러 배송하는 과정에 따로 식사와 휴게 시간은 배정되지 않습니다.

[이수암/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장 : 힘들어서 쉬려면 자기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사비로) 주고(대신 일할) 용차를 구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는 그냥 참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홈플러스는 치료비와 장례비, 유가족 경제활동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유가족과 마트 노조는 홈플러스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승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