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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기록 바꿔주겠다"…흔적 없는 불법입양

<앵커>

아이를 입양하려면 현행법상 반드시 입양 기관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부모 자격이 있는지 미리 심사할 수 있고, 또 입양된 이후에도 아이가 그 집에서 잘 지내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식 기관을 통하지 않고 몰래 아이를 주고받는 불법 입양이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김관진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고 싶다고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 댓글이 쇄도합니다.

취재진이 미혼모라며 메시지를 보내자 하루 만에 10여 개의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출산 비용과 사례비를 주겠다, 생활비나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등 솔깃한 제안을 하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건 출생기록이 남지 않는 불법 입양입니다.

불법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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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자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냅니다.

미혼모를 데려가 아기를 낳으면 자신들이 낳은 것으로 출생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A 씨 (입양 희망자) : 아는 간호사도 있으니까 조산사 이런 사람들 불러 가지고 그냥 집에서 좀 편안하게 해 가지고 낳든지. 본인 이름으로 낳아도 그걸 해도 우리 내 호적으로 바로 출생신고를 하면 돼.]

기록이 남지 않는 입양을 요구하는 건 순전히 아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B 씨 (입양 희망자) : (기록을) 떼어 봤는데 엄마가 둘이고 아빠가 있네. 그럼 나는 데려온 애인가 이렇게 되면 애가 충격받는단 말이에요. 스트레스받고.]

출생기록을 조작해주는 산부인과를 안다며 불법 입양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C 씨 (입양 희망자) : 외곽 지역에 오래된 산부인과 그런 데는 (출산 기록 바꾸는걸) 한대. (OO, OO) 이런 데 외곽 산부인과는 하는 데도 있대. 확실하게 대리모(엄마)만 있으면.]

출산 흔적을 남기기 싫은 일부 미혼모들이 이런 불법 입양에 나섭니다.

[미혼모 : 시설에서 몇몇 엄마들도 '키울 거야?'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언니. 출생신고 못 하겠어요. 저도 개인 입양 찾아볼래요'(라고 했어요.)]

[양육 미혼모 : 내가 이 아이를 낳았지만 난 정도 없고 그냥 내 인생 살겠다 이거예요. 여기서 피해자는 애밖에 없는 거예요. 이 문제에서 다 가해자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입양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미혼모 : 본인이 입양을 보내주겠다, 개인 입양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아는 조산사한테 돈을 조금 쥐여 주면 집에서 출산을 하고 출생증명서도 만들어준다. 200만 원, 300만 원을 쥐여 주면.]

현행 입양특례법은 입양 아동의 알 권리를 위해 입양 기록을 알 수 있도록 2011년에 개정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친생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했지만, 법이 바뀐 뒤에는 입양을 하려면 친생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반드시 입양시설을 거쳐야 합니다 .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지만, 흔적 없는 입양을 원하는 사람과 과거를 숨기고 싶은 미혼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불법 입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준호)

불법입양

Q. 또 다른 범죄로?

[김관진 기자 : 불법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 가운데 진짜 아이들을 키울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절차를 밟아 입양된 경우도 간혹 학대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불법 입양된 아동은 입양 부모가 자격이 있는지 심사를 하기 어렵고 기록이 없어서 추적 관리도 불가능한 만큼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말씀하신 대로 추가 범죄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입양 브로커가 미혼모로부터 아이만 받아 달아나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처벌되기도 했고 반대로 입양 브로커나 미혼모가 입양을 원하는 부모에게서 돈만 받아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 '불법' 막으려면?

[김관진 기자 : 입양은 숨겨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나중에 입양 사실을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건데요, 또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의 경우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취재 중에 만난 미혼모 가운데 경제적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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