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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키우러 강원도 산골로…아열대 위기 온다

<앵커>

벌써 장마인가 싶었을 만큼 유난히 비가 잦은 5월을 보냈는데요. 갈수록 아열대에 가까워지는 우리나라 기후변화는 농작물 재배를 보면 더 확실히 확인됩니다. 국산 아열대 과일들이 어느새 익숙해졌고 반면 사과나 고랭지 무, 배추를 재배할 지역은 점점 줄고 있죠. 병해충 피해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임상범 기자입니다.

<기자>

양파와 마늘 산지였던 전라남도 해남 땅 끝 마을에 애플망고 농가가 하나, 둘 늘더니 벌써 6곳입니다. 

[이상학/전남 아열대과수협회장 : 제주보다 여기가 일조량이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일조량이 좋다는 것은 첫째로 때깔이 좋아지고 두 번째로는 당도가 높아집니다.]

청년 농부 박홍민 씨는 아열대 과일에 승부를 걸었고, 농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려고 아버지와 함께 농업대학 아열대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박홍민/장성군 미래농업대학 아열대학과 신입생 : 아열대 작물 중에 '열매마'라고 있는데 저 같은 초기 예비 농업인한테 맞는 작물이라고 생각해서. 아버지랑 같이 농사도 짓고.]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10년 주기로 대략 0.3도씩 오르고 있습니다.

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대'라고 하는데 현재는 남한 지역의 10% 수준이지만 2080년에는 62.3%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이 지난 10년 새 5배 증가하는 동안, 온대 과일 재배지는 빠르게 북상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했던 대구 능금, 청도 복숭아, 진영 단감은 명성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사람이 옮겨 가기도 합니다.

40년간 사과만 길러 온 최원근 씨는 지난해 전북 남원을 떠나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강원도 산자락으로 이사와 사과 농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사과밭이 들어선 이곳은 원래 강원도의 특산품인 고랭지 무, 배추, 그리고 인삼을 재배하던 곳입니다.

[최원근/사과 농장주 : 여기가 온난화가 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잖아요.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 가서 지어야죠.]

더 큰 문제는 이런 변화가 농산물 산출과 가격 안정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2월에 꽃이 피고, 4월에 서리가 내리고, 가뭄기인 5월엔 장마가 오고 태풍 오던 9월엔 폭염이 계속되는 이상 기후에 밥상 물가가 요동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병충해 양상도 바뀌었습니다.

충남 예산의 고추 농가들은 꽃노랑 총채벌레로 비상이 걸렸고, 제주도의 감귤 농장들은 볼록 총채벌레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사라진 탓입니다.

[권순화/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 (제주도는) 특히 1, 2월 온도가 급상승했거든요. 거의 9도에 육박할 정도로. 해충의 입장에서는 1도 차이가 월동 개체군 생존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쳐요.]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주식인 벼 생산량은 25%, 감자는 30%까지 줄어들 수 있고, 고추 산출은 89% 감소하고, 고랭지 배추는 아예 재배지가 사라져 김장 담그기도 어렵게 됩니다.

수입이나 대체 작물에 의존해야 하는 '식량 안보'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문경환/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 IT 기술을 도입해 기후를 즉각적으로 알고 예상하면서 거기에 적합한 재배기술을 적용하고 품종을 적용하는 기후 스마트농업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유력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정한욱, 음악 :최대성, 작가: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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