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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끝내 올림픽 '한다'는 일본…이젠 관중까지?

[월드리포트] 끝내 올림픽 '한다'는 일본…이젠 관중까지?

올림픽 스폰서 요미우리 신문의 '관중 코로나 대책' 보도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1.05.31 16:53 수정 2021.06.02 15: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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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지난 금요일(28일) 도쿄, 오사카 등 9개 광역 지자체에 내려진 코로나 긴급사태를 6월 20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이번 긴급사태는 지난 4월 25일에 발령된 것으로 처음에는 5월 초의 황금연휴, 이른바 '골든 위크'가 끝나는 5월 11일에 해제하기로 돼 있었지만 연휴 기간에도 4차 유행이 전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5월 말까지로 연장됐습니다. 한 번 연장으로도 해제가 어려워 다시 한 달 가까이 '재연장'한 셈입니다. 최근 일본 전체의 신규 확진자 수는 3~4천 명 대로, 분명 5월 초에 비해서는 줄어들긴 했지만 4차 유행이 지나갔다고는 보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코로나 4차 유행으로 긴급사태가 두 번이나 연장되는 상황에서 더욱 위기에 처한 것은 다름 아닌 도쿄올림픽입니다. 일본의 각 언론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올여름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이미 1년 늦어지긴 했지만) 열어야 한다'는 의견은 올해 들어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공개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여름 개최' 의견은 34%에 불과했고, '취소'와 '다시 연기'를 합친 의견이 77%로 80%에 육박했습니다. 국민의 대다수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상당히 불안한 시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8뉴스>에서도 소개해 드린 바 있는 인터넷( change.org)에서의 올림픽 취소 서명도 이미 지난주에 40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9개 지자체의 긴급사태 선언을 연장하면서 기자회견에 나선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일본 내 관중을 일정 정도 허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금 프로야구와 축구 J-리그의 관중 허용 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관중을 얼마나 허용할지, 아니면 아예 관중 없이 경기를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제한적 관중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면, 이미 문제는 올림픽을 개최하느냐 마느냐의 선을 넘었다는 얘기입니다. 즉, 올림픽은 개최하되 관중을 어느 정도나 허용할지를 6월 중의 감염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서명운동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던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우려, 즉 올림픽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과는 두 걸음이나 더 멀어진 셈이죠.

5월 31일 요미우리 1면
오늘 일본 최고의 판매 부수를 지키고 있는 요미우리(讀賣) 신문 1면 기사입니다. 정부가 올림픽 관중에게 코로나 음성 증명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코로나 대책으로 경기 관전 1주일 이내의 PCR 음성 증명이나 백신 접종 증명을 경기장 입장 시에 확인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입장한 관중은 경기장 내에서 식사(음주 포함)이나 큰 소리로 하는 응원을 금지하고, 이를 어겼을 땐 경기장 퇴장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경기장 곳곳에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배치됩니다. 또 경기장으로 갈 땐 집에서 출발해 다른 데 들르지 말고 바로 이동할 것, 경기가 끝나면 그룹을 나눠 분산 퇴장한 뒤 역시 다른 데 들르지 말고 집으로 바로 갈 것 등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경기장 밖에 우르르 모여서 뒤풀이를 하거나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습니다.

올림픽 관중의 입장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간신히' 경기를 보러 온 관중에 대해 이렇게 세세한 '행동 규칙'을 내미는 것이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대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미 도쿄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개최도시 계약' 상 올림픽의 취소 권한을 IOC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죠. 여기에 여러 IOC 임원들의 입을 통해 IOC는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도 만천하에 알려졌으니 일본으로서도 올림픽은 끝내 개최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까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황이라도 올림픽은 개최한다'(5월 21일,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는 발언을 통해 IOC는 일본 '국내'의 코로나 상황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인식도 확산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또 도쿄 조직위와 도쿄도(都)가 한 목소리로 올림픽 취소를 IOC에 요청하면 IOC도 이를 무시하지는 않을 거라는 발언(인터넷 '취소 서명'을 주도한 우쓰노미야 겐지 변호사의 5월 27일 SBS 인터뷰 내용입니다)도 안타깝지만 그저 희망에 불과했을 뿐인데, 일본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단 개최는 하고, 개최하는 이상 무관중은 볼 품이 없으니 조금이라도 경기장을 채워야겠다'는 생각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관중 '입장'을 가정하면 이런 코로나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아무튼, 각종 여론조사와 인터넷 서명 등으로 올림픽 개최 반대를 분명히 밝힌 수많은 일본 국민들의 의사를 일본 정부는 개최 강행으로 한 번, 관중 (일부) 허용으로 두 번이나 무시한 셈입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올림픽을 관중 없이 개최할지, 조금이라도 관중을 넣을지 정식으로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스가 총리도 어디까지나 '신중히 검토'한다는 선을 지켰고 오늘까지의 언론 보도도 6월 중에 관중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대책에 만전을 기해 올림픽을 개최하자는 사설(5월 27일)을 게재한 요미우리 신문이 1면에 '특종 보도'한 관중 감염대책은 꽤나 상세해서,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도쿄올림픽에서는 어느 정도 선까지는 관중 입장이 허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처럼 도쿄올림픽 후원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본의 여행 대기업 'JTB'가 얼마 전부터 '나홀로 즐기는 올림픽'이라는 상품으로 개막식부터 주요 경기를 차례로 볼 수 있는 수천만 원짜리 상품 판매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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