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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망사고 나면 그때만 '특별감독'…처벌은 나 몰라라

[취재파일] 사망사고 나면 그때만 '특별감독'…처벌은 나 몰라라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21.05.30 13:37 수정 2021.05.30 16: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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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4일 / 김 OO / 하청업체 소속 / 합판 설치 작업 중 추락해 사망
2020년 4월 16일 / 김 OO / 현대중공업 소속 / 해치에 끼어 사망
2020년 4월 21일 / 정 OO / 현대중공업 소속 / 빅도어에 끼어 사망
2020년 5월 21일 / 김 OO / 하청업체 소속 /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사망
2021년 2월 5일 / 강 OO / 현대중공업 소속 / 철판에 충돌에 사망
2021년 5월 8일 / 장 OO / 하청업체 소속 / 용접작업 이동 중 추락해 사망

현대중공업에서 지난해부터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입니다. 최근 5년간 이 곳에서는 중대재해가 27건 발생했습니다. 지난 8일 어버이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40살 장 모 씨가 용접작업을 하러 이동 중에 2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현대중공업 사고현장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현대중공업에 특별감독을 벌였습니다. 지난해에도 4월에 사망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자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을 벌였지만, 감독이 끝난 바로 다음날 질식사고가 일어나 또 다른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올해 2월에도 사망사고가 나자 노동부는 집중 감독을 벌였고, 이번에 다시 3개월 만에 특별감독에 나선 겁니다.

고용노동부의 사후적인 감독은 계속되는데 왜 사고는 예방이 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들어 SBS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결과 보고'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일회성 특별감독이 사고를 예방하기 힘든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전형우 취파/현대중공업 특별감독 보고서

'추락 방지 미흡' 수차례 지적됐지만…또다시 사망사고

최근 일어난 40세 노동자 장 모 씨의 추락사고를 경고하는 문구들은 보고서 곳곳에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5월 특별감독에서 현대중공업은 추락 방지조치 불량으로 58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습니다. 높은 곳에서 일할 때 발판으로 설치하는 비계의 경우 노후되거나 변형으로 손상됐습니다. 블록 상부나 안벽, 이동식 통로, 개구부처럼 위험한 지역에 안전난간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안전난간 미설치는 올해 2월과 3월에 걸쳐 진행된 현대중공업 집중 감독에서도 지적된 문제입니다. 하지만 5월 8일, 용접을 하러 가던 장 씨가 이동식 통로에서 추락해 사망한 원인에는 안전 난간이 없었던 점이 다시 지목됐습니다.

2020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
2020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
지난해 5월 특별감독에서 모두 580건이 안전관리 미흡으로 지적됐고 1억 5200만 원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올해 2월과 3월에 걸친 집중 감독에서는 181건이 적발돼 과태료 1억 73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구속수사 추진"한다더니 1년째 기소조차 안 돼

지난해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에는 '원청 엄중 처벌' 방침이 기록돼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건에 대해 원청의 안전조치 위반을 엄중처벌하겠다며 개정된 산안법 63조(원청의 안전, 보건조치)를 언급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의 나이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을 계기로 도입된 '김용균 법'을 의식한 듯 보입니다. 개정된 산안법 63조는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위험의 외주화'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원청에도 하청업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김용균 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일어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 질식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 법 조항을 적용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대표(당시 부사장급)를 구속수사 추진하겠다고 보고서에 썼습니다. 울산지방검찰청과 협의 중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2020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
특별감독 당시 원청의 책임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던 보고서와 달리 실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구속수사는커녕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기소조차 되지 않아 재판은 시작을 하지 못 했습니다. 지난해 4월과 5월,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3명의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자 처벌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관련 부처를 취재했지만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현대중공업 특별감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5월 특별감독을 한 뒤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송치된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미처 챙겨보지 못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구속수사를 하겠다던 보고서와 달리 실제 특별감독 이후에 처벌을 받았는지, 기소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울산지방검찰청 관계자는 "1년 전 특별감독 당시 송치된 3명 사망사고 건에 대해서는 아직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계속 수사 중인지, 1년째 기소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지금까지 460여 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는데, 구속이 이뤄진 건 한 달 사이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2004년 1명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사업부 대표나 회사 사장이 아닌 안전총괄 책임자의 구속에 그쳤습니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산업재해로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김용균 법이 통과된 이후인 지난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처리된 사건 705건 중 벌금형이 524건(75%)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102건(14%)을 차지했습니다. 실형을 받은 건 2건으로 0.28%에 불과합니다.
 

"제조업 최초 본사 점검"…이미 회장이 안전경영 선포

최근 몇 년 새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바뀌고 있습니다. 구의역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조선우드 공장 파쇄기에 숨진 김재순 씨, 최근 평택항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이선호 씨까지 일하다 숨진 이들의 사건을 계기로 입법도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김용균 법' 이후 지난해 "구속수사"를 언급했던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통과된 올해는 "본사 리더십 점검"을 강조했습니다. 5월 8일 현대중공업 추락사고가 일어난 뒤 2주간 특별감독을 발표한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제조업 최초로 본사 및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분석을 병행한 감독 실시'라며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특별감독 보고서를 보면 이미 본사 리더십의 안전관리 인식에 대해서는 조사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안전과 직결되어 있지만 생산효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장에게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부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현대중공업 각 사업부 대표나 사장이 아닌 현대중공업 그룹 회장에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다는 겁니다. 특별감독 보고서에는 '현대중공업 그룹 회장이 직접 대외적으로 안전경영 선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표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올해 특별감독에서 최초로 한다고 홍보한 본사 CEO의 안전 인식 점검이 지난해 당시에도 일부 이뤄졌던 겁니다.

2020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
실제 지난해 특별감독 직후, 권오갑 현대중공업 그룹 회장은 안전경영을 선포하고 3년 간 3000억 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장의 의견표명에도 1년 새 또 다른 2명의 죽음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3년간 3000억 원은 각 계열사들에 1년간으로 나누면 큰 비용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어디에 돈이 투입되는지 확인해보니 주로 노후 장비들의 교체에 사용될 뿐 실질적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새롭게 투자하는 건 아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독보다 사후 관리 중요…노동자 참여권 보장해야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특별감독을 예고합니다. 특히 김용균 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엄정 조치'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지도 감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특별감독 보고서로 드러난 건 여전히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보여주기 식 일회성 감독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특별감독에 나선 감독관들이 다른 곳에서 파견돼 조선 사업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별감독으로 급하게 차출된 감독관들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감독관들이 상주하면서 안전관리 실태를 감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조선업은 건설업과도 비슷한 특성이 있다. 배를 계속 새로 짓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안전설비를 새롭게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번 사고가 나서 감독을 하더라도 그때만 시정될 뿐, 새로운 배를 짓는 또 다른 작업장에는 하청업체들의 비용 문제로 제대로 된 안전설비를 갖추기 어렵다는 겁니다.

민변 노동자 건강권 팀장으로 활동하는 손익찬 변호사는 "특별감독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독 결과에 따라서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 점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손 변호사는 "지금의 감독 방식은 사업주와 근로감독관이 술래잡기를 하는 방식이다. 사업주는 최대한 위법사항을 숨기려 하고, 감독관은 사고가 나면 그때서야 와서 수백 가지를 찾아내 지적한다. 처벌은 하급 관리자 정도가 약하게 받고, 지적 사항 개선이 이뤄졌는지 감독관이 확인하면 감독은 끝이 난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 사망사고가 반복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감독 방식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노동자의 참여권이 중요하다는 게 손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근로감독을 할 때도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이행결과를 점검할 때도 노조나 현장 노동자가 모니터링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손 변호사는 "사업주를 정부가 감시하는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 작업 현장이 너무 많고 작업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근로감독만으로는 상시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 노동자와 노조가 감독에 참여하고, 작업 중지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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