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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리스트] 한국만 비켜 간 투수 '속도 혁명'

[더 스페셜리스트] 한국만 비켜 간 투수 '속도 혁명'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작성 2021.05.29 20:29 수정 2021.05.30 08: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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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사상 첫 금메달이었고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그 뒤로 올림픽에서 야구가 사라졌다가, 2달 뒤에 도쿄올림픽이 개최된다면 13년 만에 올림픽 야구가 부활합니다.

한국 야구의 목표는 다시 금메달입니다.

그런데 정상으로 가는 길은 13년 전보다 훨씬 험난해졌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세계 야구를 휩쓸었지만, 유독 한국 야구만 비껴간 투수들의 속도 혁명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이후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해마다 빨라져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빠른 공 평균 시속이 150km를 돌파했습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2014년부터는 일본 투수들의 공도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속도 증가 폭은 일본이 미국보다 더 큽니다.

반면 한국만 혼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 시즌 우리 프로야구 투수들의 빠른 공은 메이저보다 7km 이상, 일본보다는 2km 이상 느려졌습니다.

평균 몇 킬로미터 차이가 그렇게 대단한 거냐, 의문이 들 수 있죠.

타자들의 성적을 보면 속도의 위력이 드러납니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투수들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동안 타자들의 성적은 반대로 계속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2021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율은 역사상 최저치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수들의 공이 빨라진 2014년부터 타자들의 타율이 떨어지더니 올해는 미국처럼 사상 최저치가 됐습니다.

즉, 미국과 일본에서는 투수들이 점점 더 빠른 속도도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이번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선발 투수들 중에 제일 빠른 투수는 평균 시속 146km의 기아 신인 이의리 선수입니다.

프로야구의 투수들 중에 19살 신인 투수가 제일 빠르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외국의 상황은 다릅니다.

당연히 프로에서 훈련을 받으면 속도가 빨라집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빠른 선발투수 제이콥 디그롬은 최근 5년 동안 시속 9km가 빨라졌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는 이의리보다 빠른 선발 투수가 9명 있습니다.

이 중 제일 빠른 오릭스의 야마모토 투수는 2017년 데뷔 이후 평균 4km가 빨라져서 올해 평균 시속이 151.9km에 달합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지난 4년 동안 4km가 빨라진 선발 투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세계 야구를 휩쓴 속도 혁명은 왜 한국만 비껴간 걸까요?

2010년쯤부터 미국에서 스포츠 과학의 성과를 적용해서 투수들의 속도를 높이는 훈련 방법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전 검증까지 마친 이 훈련법은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고 전 세계 투수들의 공이 빨라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현대적인 훈련 방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속도만큼이나 구석구석 정확히 던지는 제구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로 수준에서 제구를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검증된 훈련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훈련을 통해 속도는 높일 수 있지만, 훈련을 통해서 류현진 같은 제구력을 갖추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야구는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팀워크, 또 목표 의식 같은 기술 외적인 힘까지 더해서 좋은 성적을 올려 왔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속도의 격차,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13년 전 베이징에서보다 세계와의 격차가 더 커졌고, 다른 나라들이 먼저 간 현대화·과학화의 길을 우리도 빨리 쫓아가야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양현철,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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