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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책 찢고 변기에 옷 버리고…조사 요구에 멸시

<앵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의사가 2년째 동료 의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제보를 해왔습니다. 책을 찢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때린 적도 있다는 것이 제보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병원 측은 동료 사이의 개인적 다툼이라는 입장입니다.

제보 내용, 한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의사 한 명이 병원 당직실에서 누군가의 가방을 들고 나옵니다.

이어 가방에서 꺼낸 책을 갈기갈기 찢어 복도에 팽개칩니다.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은 지켜만 봅니다.

책을 찢은 의사는 당직실에서 점퍼도 들고 나왔는데 옷은 잠시 뒤 화장실 변기에 처박힌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일어난 일인데, 책과 옷의 주인은 당시 2년 차 전공의였던 A 씨입니다.

[A 씨/제보자 :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둘러싸여서 폭행을 당했고, 점퍼가 변기 속에서 발견되고…]

다른 의사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까지 당한 A 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때린 의사는 벌금형을 받았고, A 씨도 상대방의 팔을 잡아당겼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재작년 말 전공의 시험에 필요한 학술대회에 동료들이 대리출석하는 문제를 지적한 뒤부터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A 씨/제보자 : 1년이 넘도록 가해자들을 피해 다녀야 해서 직원 식당에도 한 번 못 갔고 컵라면을 먹고 생활을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느낌이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서 너무….]

담당 교수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A 씨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A 씨 담당 교수 : 그러니까 선생님은 아직도 본인이 왜 맞았는지 몰라요?]

결국 병원에 진상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수시로 이어지는 선배들의 멸시였다고 하소연합니다.

[A 씨-직장 상사 간 대화 녹음 : 저는 뭐 사과나 재발 방지 뭐 그런 걸 말씀드렸거든요. (아니,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을 왕따시켰다고 사과를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외부 기관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이미 병원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조사한 사안이라며 권고성 행정지도문만 보내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8개월째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A 씨/제보자 : 코로나19로 바쁘다거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병원 측은 "동료 사이 개인적인 다툼으로 상사에게 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A 씨를 피해자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를 폭행한 동료는 민사 소송 등으로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A 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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