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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심상치 않은 '이준석 돌풍', 어디까지 갈까?

[깊은EYE] 심상치 않은 '이준석 돌풍', 어디까지 갈까?

민성기(논설위원) 기자 msgzeus@sbs.co.kr

작성 2021.05.26 13:53 수정 2021.05.27 17: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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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흥미진진합니다. 나경원-주호영 양강 구도라던 예상은 초반부터 무색해졌고 서른여섯 살에 국회의원 배지도 못 달아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한길리서치가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30.1%로 1위에 올라섰습니다. 2위는 나경원 전 의원 17.4%, 3위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 9.3%. 2·3위를 기록한 두 중진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도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여론조사업체 PNR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그는 26.8%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보수 정당의 대표 경선 과정에서 30대 소장파가 원내대표를 거친 중진들을 이 정도로 앞서간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젊은 나이에 비해 길고 굴곡도 있는 정치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 무대 데뷔는 10년 전인 2011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스물여섯인 그를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키즈'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으로 함께 일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배웠다"고 그는 말합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으로 복귀했습니다. 개혁보수를 내세우는 유승민계의 핵심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보궐선거를 포함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나가 전부 떨어졌지만, 활발한 방송 출연과 SNS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웬만한 의원들보다 높습니다. 여권이 껄끄러워하는 보수 논객으로 꼽히고, 때론 극우 유투버들과 일전을 불사하며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각인했습니다. 203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슈 제기에 능하고 최근 젠더 이슈를 둘러싼 진중권 전 교수와의 논쟁에서 보여주듯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법도 잘 압니다. 이런 점들이 결합돼 '젊고 개혁적인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여론의 흐름을 타고 '이준석 돌풍'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비전발표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후보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전 최고위원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견제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새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끌어안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인데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럴만한 정치적 경륜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승민계인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가 되면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돕기 위해 야권 통합과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일부 친박 중진들은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김태흠 의원은 "(자신을 정치로 이끌어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에 바빴고 심지어 등을 돌린 채 당적까지 변경한 사람이 (대표 선거에 출마하더니)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했다고 한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더니 언행은 노회한 기성 정치인 뺨친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어제 열린 비전발표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를 만들겠다"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예비경선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본선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영남과 50~60대가 절대 다수인 당원 구성으로 볼 때 본선에서는 나경원, 주호영 같은 중진들이 우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젊은 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판단한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이 전 최고위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과 함께 예비경선을 통과하는 초선의원들이 나온다면 소장파 후보 단일화로 막판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은 같은 유승민계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대표 경선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선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보수 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흐름이 확인된 만큼 과거 회귀를 차단하는 최소한의 저항선은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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