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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 회복…KF-21 '미사일 독립' 문제없나

[취재파일]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 회복…KF-21 '미사일 독립' 문제없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5.24 09: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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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 회복…KF-21 미사일 독립 문제없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979년 설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종료됐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제한하는 사거리까지만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무한정 사거리의 미사일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유도무기 기술이 빼어난 편이라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일본, 중국, 러시아를 직격 할 수 있는 전략 미사일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사일 주권의 회복이라는 자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남북 대치 국면으로 초점을 맞추면 2017년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리는 충분한 미사일 자율을 확보했습니다. 그때부터 중량급 탄두의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 개발이 허용된 것입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는 대전 이남에서 북한 전역을 때릴 수 있는 탄두 2톤, 사거리 800km의 괴물 탄도미사일 현무-4를 개발했습니다. 현무-4의 탄두 무게를 줄이면 곧바로 사거리를 2,000km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현무의 사정권입니다.

현무-4와 같은 지상에서 지상으로 쏘는 지대지 미사일을 기반으로 함정에서 지상을 타격하는 함대지 미사일, 잠수함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잠대지 미사일(SLBM)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적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공중에서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도 중거리(천궁)는 정부 내부의 반대 세력을 뚫고 전력화 중이고, 장거리(L-SAM)는 현재 나름 순탄하게 개발 중입니다.

단단한 지상,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함정에서 쏘는 미사일은 족족 개발에 성공해 전력화하고 있지만 전력(電力)도 불안하고 이동속도도 음속으로 빠른 플랫폼인 전투기에서 쏘는 미사일은 여전히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전인미답(前人未踏) 오지(奧地)입니다. 현재 군 당국이 도전에 직면한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의 개발입니다. 미사일 주권 회복을 넘어, 미사일 독립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성패가 바로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의 적기(適期) 장착에 달려 있습니다. '올드 보이' 라팔이 요즘 다시 각광받고, 미국이 F-15의 개량형 F-15EX를 내놓는 이유도 압도적 무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KF-21의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 개발이 불합리와 파행으로 점철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무장 없는 전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그럼에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KF-21 미사일 개발 계획 수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방사청이야 군의 소요를 집행하는 부처이니 그렇다 쳐도 KF-21을 직접 운용하고 소요를 제기하는 공군과 합참이 화들짝 놀랄 만도 한데, 숫제 남의 일 구경하듯 합니다. 기이하게도 이렇다 저렇다 아무 말 없이 복지부동입니다. KF-21 안되면 미국 F-35나 F-15EX 사면된다는 것인지…
 

선수 바뀌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LIG넥스원이 탐색개발 과정에서 선보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모형
KF-21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지난 2016년 국내 개발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현재 ADD가 LIG넥스원과 함께 탐색 개발하고 있습니다. 탐색개발은 장거리 비행체, 위성통신, 영상처리기술, 강화 콘크리트 관통 탄두 등의 핵심기술 확보 여부에 주목했고 올해 마무리됩니다. 장거리 공대지의 핵심기술을 온전히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본격적인 개발인 체계개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사청과 ADD, 업계에서 들리는 말로는 탐색개발 결과가 썩 좋지 못합니다.

방사청은 탐색개발의 성패와 관계없이 개발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ADD를 빼고 업체 주관으로 개발토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화가 유력한 사업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5년 탐색개발의 결과가 어떻든 ADD와 LIG넥스원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노하우가 있을 텐데 모두 사장될 판입니다. 방사청이 ADD에 업체 주관 개발 참여를 요청했지만 ADD 측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발은 업체가 주관하는데, 책임은 ADD가 떠맡는 부조리한 구조를 ADD로서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화가 업체 주관 개발을 하게 되면 터키의 로켓산(ROKETSAN)이라는 회사의 솜(SOM) 공대지 미사일의 기술을 도입한다는 구상입니다. 사거리가 250km로 중거리입니다. 현재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독일제 타우러스 350K 장거리 공대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거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화는 ADD 도움 없이 홀로 탐색개발, 체계개발, 감항인증, 테스트 등을 모두 진행해야 합니다.

미국, 유럽도 20년 안팎의 기간이 걸린 고난도 사업입니다. 그런데 방사청은 앞으로 7년 후인 2028년까지 한화에 맡겨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끝내고 2029년부터 KF-21 블록2에 장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군 당국이 수립한 원래 계획표가 블록2 장착이어서 그런 것인데, 결과적으로 개발 기간이 미국, 유럽 사례의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믿음이 안 갑니다.
 

타우러스는 한·독 공동개발하자는데…

작년 11월 타우러스시스템즈 코리아의 크리스토퍼 드레브스타드 대표이사가 깜짝 언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차세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350K-2를 한국에서 개발·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함께 일할 정부기관, 방위산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공군 주력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 350K보다 크기는 작지만 사거리는 600km 이상으로 늘어난 차세대 개량형 350K-2를 한국과 독일이 공동개발하자는 공식 제안입니다.

드레브스타드 대표는 "한국 내 파트너가 정해지고 한국군에서 소요(무기구매 계획)가 결정되면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에 3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50K를 토대로 350K-2를 개발하는 것이라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방사청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장착은 애저녁에 포기한 KF-21 블록1의 1호기부터 최신예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붙일 수 있습니다. 350K-2는 작아서 국산 경공격기 FA-50에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수출경쟁력이 치솟게 됩니다. KF-21과 FA-50을 함께 살리는 일거양득입니다.

3년이면 바로 쓸 수 있는 사거리 600km 이상의 최신예 독일 타우러스 350K-2와 내년쯤 탐색개발이 시작돼 KF-21 블록1 탑재는 아예 불가능한 사거리 250km의 솜 미사일. 관통 파괴력, 항(抗)재밍 안정성도 타우러스가 우수합니다. 개발비와 양산비를 따지면 KF-21용 미사일 가격도 타우러스 350K-2가 한화의 솜보다 2배 이상 저렴합니다.

우리 공군 F-15K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해 표적을 명중하는 장면
무엇보다 타우러스 350K는 현재 우리 공군 주력기 F-15K에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초핵심 표적 정보가 데이터링크로 일체화돼 있습니다. KF-21에 타우러스 350K든 350K-2든 장착하면 초핵심 표적 데이터링크를 그대로 쓸 수 있지만 솜을 장착하면 대단한 난제를 만나게 됩니다. 표적 관리 데이터링크를 이중으로 운용해야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타우러스와 솜의 우열은 확연한데 선택은 반대로 가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KF-21 블록1 공대공은 안녕한가

KF-21의 확정된 무장은 영·불의 미티어와 독일의 IRIS-T 등 공대공 미사일 2종류입니다. 방사청은 2024년에야 KF-21 블록1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공대공 미사일은 2024년 또는 2025년 공식 계약할 참입니다. 미사일 생산과 체계통합에 3~4년 걸립니다. 반면 KF-21 블록1은 2028년까지 양산합니다. 이대로 가면 블록1 상당수 물량은 공대지는커녕 공대공 미사일도 없는 빈껍데기가 될 처지입니다.

이렇듯 KF-21의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 모두 위기이고 파행입니다. KF-21이 제 아무리 빠르고, 에이사(AESA) 레이더 훌륭하고, 스텔스 형상이라고 해도 무장이 시원치 않으면 안 팔립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FA-50 해외영업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바입니다.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을 완비하지 못해 초장에 우리 공군 도입분과 수출물량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면 양산 단가를 못 내립니다. 뒤늦게 공대공, 공대지를 모두 장착한들 가격 경쟁력의 벽을 넘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이집트, 우크라이나, 인도 등이 앞다퉈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를 수십대씩 구입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는데 라팔이 노후 모델임에도 무장이 우수한 덕입니다. 보잉은 미 공군에 폭격기급 무장의 F-15EX 140대를 밀어 넣을 것입니다. 무장은 전투기의 생명입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공동 개발 기종과 파트너를 옳게 선정하고, 공대공 미사일의 계약 시점을 조속히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사청은 "기존 계획대로 간다"고 하는데 집행 부처이니 부득불 군이 수립한 당초 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KF-21의 주인은 공군이고 합참입니다. 현재 꼬이고 있는 계획의 수립도 공군과 합참이 주도했습니다. 공군과 합참이 KF-21의 무장 개발 및 도입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고 더 좋은 미사일과 보다 합리적 계약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니, 벌써 공군 쪽에서 KF-21 무장 계획에 대한 강력한 이의 제기가 나왔어야 했습니다. 지금처럼 남의 나라 전투기인양,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항간에 흘러 다니는 "KF-21 실패하면 F-35, F-15EX 사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저주는 공군의 진짜 속내, 현실이 됩니다. 공군과 합참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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