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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장려하더니 다섯 번 퇴짜…"잘못된 판단"

<앵커>

한옥 건축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금도 있습니다만, 서울에서 한옥을 지으려는데 1년 넘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5번 퇴짜맞은 한옥 도면을 전문가에게 보여줬더니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박광남 씨는 지난해 서울 은평한옥마을에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자주 한국을 찾는 해외 거래처 사람들에게 한옥의 정취를 전해주고 싶어서입니다.

1층 바닥에 누워서도 서까래를 올려다볼 수 있게 설계한 2층 한옥이었는데,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건물이 너무 크고 창호와 담장이 화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붕 높이를 40㎝ 낮추는 등 설계를 고쳤는데도, "높이가 과도하다",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라"며 네 차례나 퇴짜를 놨습니다.

[박광남/건축주 : 몇 가지 안을 가지고 거기서 고르라고 했으면 (더 쉬웠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가.]

결국 서울시 조언에 따라 시 지원금 8천만 원을 포기하고 은평구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습니다.

"서울시 심의대로 또 설계를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시/한옥 건축 허가 미통과 논란

알고 보니 은평구 심의위원 4명 중 3명이 앞서 서울시 지원금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이었습니다.

서울시와 은평구 측에 규정된 기준을 충족했는데도 허가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라는 위원들의 정성 평가도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설계도면을 본 한옥 전문가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기영/대목장, 중요무형문화재 74호 : 이거(재심의결)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 도면도 100%는 아니지만 (전통 한옥과 비교했을 때) 거의 80~90% 정상적으로 설계한 겁니다. 편법이 아니에요. 원칙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원칙에다 지금 우리가 현재 편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접목하는 게 그게 바람직한 거고, 시대적 흐름이란 말이에요.]

박 씨는 서울시와 은평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광남/건축주 : 회사(공장) 짓는 것보다 이 한옥 하나 짓는 게 훨씬 더 어렵고 힘든데 그럼 과연 어떤 사람이 한옥을 지으려고 할까요. 한옥 짓는다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지금 도시락을 싸서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김세경,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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