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달동네 다문화 일가족 4명 참변…실화 혐의 60대 구속

지난 1월 말 강원 원주시 철거가 예정된 재개발지역에서 다문화가정 일가족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불이 시작된 아랫집에 있었던 60대 남성을 구속했다.

18일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A(65)씨를 중실화와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전날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월 31일 오전 3시 5분께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지역에서 석유난로 취급 부주의로 인해 불을 내 이웃 주택에 있던 필리핀 국적의 B(73·여)씨와 손주 C(9)양, D(7)군 등 3명이 숨지게 하고, 딸 E(32·여·필리핀)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과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해 분석한 끝에 A씨에게 중실화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A씨는 당시 친척 집이자 B씨 일가족의 아랫집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A씨 역시 당시 화상을 입어 치료 후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화재로 4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을 비롯해 집 2채가 전소되고, 2채는 절반가량을 태운 뒤 1시간 20여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곳은 원동남산 재개발지역으로 고지대에 주택 20여 채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달동네'인 탓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해 119대원들은 소방차 호스를 짊어진 채 굽이진 골목을 100ｍ가량 올라 불을 꺼야 했다.

10여 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가정을 꾸린 E씨는 명륜동에 4∼5년 전 이사 왔으며, 다니던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워지자 일자리를 잃은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경찰은 관계 기관과 함께 피해자 가족에게 치료비와 장례비, 심리치료 등을 지원했다.

경찰은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