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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방역 모범' 타이완 확진자 폭증…"공포의 J 곡선"

그동안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방역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타이완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타이완에선 17일 하루에만 333명의 지역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의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사흘 전인 14일까지만 해도 타이완의 누적 지역 감염자 수는 164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누적 확진자 수는 1천여 명이었지만 대다수가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였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 최근까지 나온 지역 감염자 수보다 2배나 많은 감염자가 하루 만에 발생한 것입니다. 증가세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규 감염자는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 11일 7명, 12일 16명, 13일 13명, 14일 29명에서 15일 180명, 16일 206명, 17일 333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말 그대로 폭증세입니다.

김지성 취재파일용-타이완 확진자 급증
▲ 타이완의 코로나19 누적 환자 수. 빨간색이 지역 감염자, 파란색이 해외 유입 환자, 회색이 둘을 합한 총 확진자 수이다. (출처=타이완 중앙통신사)

"공포의 J자형 곡선 상에 있다"…사재기도 극성


17일 발생한 확진자 333명 가운데 306명이 타이완 북부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에서 나왔습니다. 5세부터 90세까지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문제는 정확한 감염 경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타이완 방역 당국은 확진자 중 상당수가 찻집, 라이온스 클럽, 성인 오락실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전통 시장을 통해서도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타이완 방역 당국은 "최근 발생한 확진자 모두 동일한 감염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곧바로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확진자로 판정 받은 환자 중에는 4월 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 사이 여러 곳에서 지역 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타이완 중증 치료 전문 의사인 황쉬안 박사는 "타이완이 '공포의 J자형 곡선' 상에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J자형 곡선'은 감염 초기 봉쇄 조치 등으로 감염자가 줄었다가 잠복기를 거쳐 다시 폭증하는 형세를 말하는데, 이 잠복기 동안 '착오'나 '오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기 산발적인 감염자가 나오거나 환자가 아예 나오지 않아 '설령 환자가 발생해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황쉬안 박사는 잠복기를 '폭풍우가 오기 전 평온한 단계'로 비유했습니다. 잠복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후 4~6주 사이에 감염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민들의 공포감도 그만큼 확산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J자형 곡선' 확산 추세. (출처=황쉬안 박사 페이스북)

타이완 방역 당국은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의 방역 경계 등급을 3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타이베이시 모든 학교의 문을 2주간 닫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실내 5인 이상, 실외 10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습니다.

사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방역 물품과 생필품을 서둘러 살 필요가 없다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시민들은 슈퍼마켓과 상점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텅 빈 상품 진열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채소 가격은 하루 사이 38% 올랐고,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매는 50% 증가했습니다.

타이완 상점의 텅 빈 진열대.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타이완 도울 수 있는 건 중국뿐…중국산 백신 받아라"


중국은 타이완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자국산 백신 공급 기회로 여기는 듯합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통해 "중국 본토는 타이완 동포들이 직면하고 있는 전염병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타이완 동포들이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토 백신 수입을 가로막는 타이완의 '정치적 장벽'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에 백신 공급을 제안했지만 타이완 집권 민진당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타이완의 백신 접종률은 1% 미만"이라며 "타이완에서 이용 가능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0만 도즈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익명의 타이완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타이완에 백신을 제공하려 했을 때, 타이완은 중국이 타이완 시민을 상대로 백신을 테스트하거나 백신을 이용해 심리전을 하려 한다고 여겼다"면서 "중국만이 타이완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이베이 룽산사(용산사) 부근 거리.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해 거리가 한산하다. (출처=웨이보)
 
타이완뿐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지역 감염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전염병 앞에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음을, 방심은 금물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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