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형사12부(이규철 부장판사)는 아내의 소셜미디어(SNS) 내용을 몰래 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47) 씨에게 벌금 100만 원 선고를 유예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A 씨는 2014년 9월 아내 B(46) 씨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가 잠든 사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카카오톡 내용을 봤다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는 점, 범행 이후 5년 넘게 아내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 관계를 유지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부터 아내와 갈등으로 각방을 써온 A 씨는 범행 당일 B 씨가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자 불륜을 의심해 휴대폰을 열어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2019년 B 씨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외도를 추궁하다가 이혼을 요구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11월 위장 통증을 느꼈고 건강검진에서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칫솔에서 소독제(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자신만 알 수 있도록 칫솔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퇴근한 뒤 확인하는 등 불신이 깊어졌습니다.
안방 서랍장에 설치한 녹음기에는 "왜 안 죽지", "오늘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내 말소리와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가 녹음돼 있기도 했습니다.
또 드레스룸에 설치한 녹음 기능이 있는 카메라에는 B 씨가 A 씨 칫솔 등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A 씨가 집 안에 녹음기 등을 설치해 아내의 통화나 대화를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 범행이 은밀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A 씨가 자신의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자기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녹음과 촬영 등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확신하게 되자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아내가 자신의 10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시 보호명령을 받아냈습니다.
이후 A 씨는 아내를 살인미수로 고소했습니다.
B 씨는 녹음된 내용이 집 안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B 씨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B 씨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