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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혜숙 사퇴 1순위?…박준영으로 '반전'하나

[취재파일] 임혜숙 사퇴 1순위?…박준영으로 '반전'하나

청와대·민주당, 장관 임명 강행 여부 두고 고심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21.05.10 08:43 수정 2021.05.10 11: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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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임혜숙 사퇴 1순위?…박준영으로 반전하나
▲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국무총리와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함께 열린 지난주, 이른바 청문회 '슈퍼위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5개 부처 가운데 산업부의 문승욱, 고용노동부 안경덕 후보자는 살아남아 장관이 됐고 나머지 과학기술‧해양수산‧국토교통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사실상 청와대와 민주당의 '처분'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야당은 이들 세 후보자에 대해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가장 큰 관심사는 남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여부다. 결국 청와대가 셋 다 임명을 강행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는 포기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현재로선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일단 살아남는 분위기다. 야당의 공세도 임혜숙, 박준영 두 후보에 집중됐다.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일부 후보자를 정리한다면 두 후보자 가운데 1명이 자진사퇴 또는 낙마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두 명 다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집중포화 맞은 임혜숙 후보자…과학계 "논문 표절 이상 없어"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
특히 '낙마 1순위'로 꼽혔던 건 임혜숙 과기부장관 후보자였다. 여성학자의 불모지라는 전자공학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아온 임 후보자지만 두 딸의 이중국적, 가족의 국외 출장 동반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 아파트 다운계약 등이 불거지며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야당에선 "여자 조국이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유독 임 후보자에게 포화가 집중된 건 제기된 의혹 가운데 상당수에 '가족'이 연관됐기 때문이다. 국비 지원을 받은 국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의혹에는 좋은 부모를 만난 자녀의 '엄마 찬스'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제자가 쓴 논문에 교수인 남편을 18차례 공동 저자로 올린 걸 두고는 '논문 내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겪으며 이른바 상류층의 '가족 특혜'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와 공분의 강도가 높아진 걸 감안하면 전후 사정을 떠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호에 나선 여당 입장에서도 임 후보자의 가족 관련 의혹은 쉬이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청문회를 거치며 여당 안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게 '국민 눈높이', '국민 정서' 같은 말들이었다. 최근 재보선 참패를 겪은 민주당 내부에서 "치명적인 결함은 없다"고 임 후보자를 감싸면서도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주저하게 된 이유다. 하필 임 후보자가 낙마 1순위로 꼽힌 건 이 같은 배경이 한몫했다.

반전의 실마리는 청문회가 끝나고 이틀 뒤인 지난 6일 저녁, 생겼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임 후보자의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다. 위 단체는 "임 후보자는 문제가 제기된 제자 A 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과거 학술지 내용을 포함해 작성했으며, 이 두 논문은 가설 설정과 결론이 다르다"며 또 "이 두 논문에는 모두 A 씨가 저자로 포함되어 있기에 석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내용, 결과를 베끼는 것이기에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제자 B 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학술지 논문(2006)으로 발행한 것과 임 후보자 남편의 1저자 표기에 대해선 "학위 논문을 다시 학술지로 발행하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서 장려하고 있다. 또한 학술지 논문에 B 석사 학위생이 저자로 포함돼 있어 표절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의 저자 표기 의혹에 대해선 "논문의 저자와 표기 순서에 대한 논란 역시 저자 순서는 저자 사이의 약속이므로 외부에서 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임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임혜숙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관련 과학단체 입장문
한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세 단체들의 공식, 공동 입장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며 의미와 무게감이 남다른 만큼 주목할 가치가 있는 팩트에 가깝다. 그러나 청문회장은 이미 닫혔고 화살은 활시위를 떠난 지 오래였다. 청문회 이슈가 보통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시점부터 청문회 개회까지 1~2주 사이, 야당과 언론의 검증 등으로 미리 세팅된다는 걸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까지 겹쳐 성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임 후보자 관련 의혹 가운데 장관의 업무 수행과 학자로서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게 논문 표절 문제라는 걸 감안하면, 임 후보자로선 반전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성과이자 연구 윤리이고 이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면 '치명적인 결격 사유'에선 벗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여성 장관 비율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30%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22%) 임 후보자 측 입장에선 희망을 걸어볼 요인이다. 과학계에선 임 후보자가 여성이자, 관료나 정치인이 아닌 교수 출신이라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추가 비용은 자비로 부담했고 외국에선 학회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가족 동반을 권유한다고 하지만, 임 후보자가 가족과 함께 출국한 곳은 미국 하와이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대부분 유명 관광지나 휴양지였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은 관행이었다지만 성난 부동산 민심에 좋게 보일 리 없다. 다만 두 딸의 이중국적 문제는 그동안 이중국적이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점에서 과도한 문제 제기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뭘 산 거야, 내가 미쳤어" 도자기 밀수, "관세법 위반 가능성"

박준영 배우자 도자기 밀수 논란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커 보이는 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 쪽이다. 박 후보자가 영국 주재 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부인이 찻잔과 접시, 차 주전자 등 도자기 천250여 점을 세관 신고 없이 '외교관 이사 물품'으로 들여왔다는 의혹이다. 배우자 부인이 도자기 수백 여 점을 찍어 SNS에 올린 게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는데, 심지어 일부를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소매업 신고 없이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후보자 측은 "대부분 영국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것들이고 가장 비싼 게 3만 원 정도"라고 해명했지만 역시 야당의 집중 공세를 피할 순 없었다. 그 탓에 지난 4일 열린 해수부장관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도자기 청문회', '밀수 청문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인이 SNS에 올린 샹들리에(천장용 조명기구)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밀수 의혹에 집중됐다. "궁궐에 살았냐", "난파선에서 보물 건져 올린 줄 알았다"며 비꼬는 말이 쏟아졌다.

핵심은 관세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다. 관세법상 가족과 함께 외국에 거주했다면 국내로 반입한 일부 이사 물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수량 등이 통상 가정용으로 인정되고 2) 3개월 이상 사용했으며 3)입국 후에도 계속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참고)
관세법 시행규칙 제48조의2(관세가 면제되는 이사물품)
① 법 제96조 제1항제2호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외국에 주거를 설정하여 1년(가족을 동반한 경우에는 6개월) 이상 거주했거나 외국인 또는 재외영주권자로서 우리나라에 주거를 설정하여 1년(가족을 동반한 경우에는 6개월) 이상 거주하려는 사람이 반입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다.
1. 해당 물품의 성질·수량·용도 등으로 보아 통상적으로 가정용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전에 3개월 이상 사용했고 입국한 후에도 계속하여 사용할 것으로 인정되는 것

그러나 박 후보자는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는 게 여러 관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큰 문제는 '1,250여 점' 달하는 도자기 수량이다. 한 관세사는 SBS 취재에 '① 그 수량이 1,250점으로 가정용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수량이며, ② 1,250점에 달하는 도자기를 영국에서 3개월 이상 사용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③ 입국 후에 도자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 및 인터넷 통해 판매했으므로 이사 물품 면세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는 답을 보내왔다. 이 경우 관세법 제270조의 관세포탈죄 등에 대한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감면 관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 부과'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도자기 1000여 점 반입…"면세 요건 충족 못 해" (2021.05.07 8뉴스)

처벌 여부를 떠나 의혹 자체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에선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고급 자기류를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예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파견된 공무원이 현지의 유명한 명품 신발이나 가방을 국내보다 싼 가격에 다량 사들여 상대적으로 검사가 느슨한 외교관의 짐이나 가족의 이사 물품으로 들여왔고, 이를 판매까지 했다면 그 자체로 큰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다. 도자기가 최대 3만 원이라는 박 후보자 측 해명은 따로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비슷한 물품을 찾아보니 백화점에서 백만 원대가 넘더라"는 반론도 있다. 코로나 이전 국외 여행 때마다 수색에 가까운 세관 검사를 받고 얼마 안 되는 면세 한도에 전전긍긍해 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일반 시민의 관점에선 분통이 터질 만한 일이다.

박준영
박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관세법 위반 의혹에 대해 "관세청 조치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또 관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책임을 지겠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조치에 따르고 책임을 진다는 말이 반드시 사퇴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실정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산하에는 해경이 있고 해경은 밀수 등 관세법 위반 사항을 단속한다.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불법 조업이나 해상 밀수를 한 이들이 '나도 생계다. 장관도 그렇게 하던데'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단속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박 후보자를 질타했다.
 

예리해진 창, 무뎌진 방패, 허술한 검증

개별 의혹을 떠나 이번 청문회 정국에서 두드러진 건 부쩍 날카로워진 야당의 공세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특히 국민의힘의 창끝은 그리 날카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문회 스타, 저격수를 배출해 온 민주당에 비하면 훨씬 무뎠던 게 사실이다. 소리만 지르거나 변죽만 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야당 내에선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야성을 잃었다는 자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번에는 달랐다. 후보자 배우자의 SNS에서 찾은 도자기 사진으로 청문회를 압도했고 임혜숙 후보자 청문회에선 의혹의 '가짓수'로 주도권을 선점했다. 의혹 제기의 옳고 그름과 내용의 깊이를 떠나, 야당이 청문회 정국을 주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과기부 임혜숙 후보자 인사청문회
반면 민주당의 방패는 눈에 띄게 무뎌졌다. 야당의 공세에 제대로 된 대응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편들기 급급하다보니 무리수가 속출했다. 박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부인이) 빠듯한 공직자 월급 가지고 생활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남편이 장관이 될지 모르고 퇴직하게 되면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이런 작품들을 벼룩시장에서 소집했고, 카페 개업하면서 전시품으로 하려고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사고 싶어서 사지 않았나 선의로 생각한다"는 윤재갑 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청문회장에서 실소를 자아냈다. "잘못이 있더라도 배우자의 문제"라며 감쌌지만 배우자의 문제로 낙마한 공직자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건 그들 스스로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예전 같으면 눈 하나 꿈쩍 안 했을 공세에도 이리저리 흔들린 채 언론 탓만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재보선 결과일 것이다. 민심이 이래서 무섭다.

청와대 검증은 여전히 허술했다. 노형욱 국토장관 후보자의 세종시 아파트 특공 재테크 의혹은 미리 거를 수 있는 이슈였다. 야당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도자기 사진은 인지조차 못 한 걸로 보인다. 지금의 어려움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금까진 높은 지지율로 밀어붙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민 깊은 청와대…이르면 오늘 결정

청와대 외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은 오늘(10일)까지다. 오늘을 넘기면 청와대가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그 이후엔 야당 동의 없이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어제 저녁 청와대, 민주당, 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고위 당정청 회의에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걸로 알려졌다. 이미 가닥이 잡혔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리할 후보는 정리하자는 게 내부 기류"라는 입장이다.

재보선 참패와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청와대로선 진퇴양난이다. 강행하자니 가뜩이나 나빠진 민심의 악화와 정국 경색이 불 보듯 뻔하고 그렇다고 철회하자니 국정 동력의 약화와 후임 인선, 레임덕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현 정권 임기는 1년도 채 안 남았다.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어려운 숙제를 만났다. 장관 임명 강행 여부는 이르면 오늘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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