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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축제, 어디까지 가봤니? '전국축제자랑' [북적북적]

K축제, 어디까지 가봤니? '전국축제자랑' [북적북적]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1.05.02 08: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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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K축제, 어디까지 가봤니? 전국축제자랑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289 : K축제, 어디까지 가봤니? '전국축제자랑'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맛보기 같았던 우리의 첫 번째 축제 기행이 꽤나 즐거웠으며 우리가 1년치 축제 스케줄을 뽑아 놓고 매일매일 설레고 있다는 것이다. 자, 어디까지 가 볼 수 있을까."


칸(Cannes) 영화제에 방문했던 사람에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칸은 어떤 동네예요?" "음… 왜 칸에서 영화제를 하는지 알 것 같아. 원래 가만히 내버려둬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동네들은 축제 같은 걸 굳이 하지 않거든."

'칸'이라는 동네에 대해 전혀 다른 인상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축제가 열린다 = 둘러볼 게 적다'는 도식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관광객을 유치해야겠다고 결심한 지역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편 중의 하나로 축제를 꼽을 수 있다는 데 크게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매력을 최대한 끄집어내 포장하거나, 마땅한 게 없으면 '기획'을 통해서라도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노력. 그런 목적으로 시작하는 축제는 어쩌면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와도 비슷합니다. '나를 뽑아주세요'라는 목적으로 쓰는 글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과 세련미까지 흐르게 하는 건 사실 어느 모로 보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인데, 취업준비생은 그 '미션 임파서블'을 달성해야 합니다. 지역축제들에도 비슷한 과제가 요구됩니다. '자소서'에서 배어나오는 간절함의 가치는 그 간절함을 이해하는 애정을 가진 눈에라야 비로소 보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는 책 [전국축제자랑]에는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김혼비와 박태하, 부부 작가인 두 사람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우리나라 12곳의 지역축제를 함께 방문하고 에세이를 하나씩 남겼습니다. 격월 문학지 [릿터]에 연재됐던 이 글들이 올봄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왕인박사 유적지'는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에 있다. 당연히 많은 것들의 이름 앞에 '구림'이 붙어 있다. 구림미용실, 구림참기름, 구림초등학교 등을 비롯해 축제 프로그램명이 '구림의 밤'인 식이다. 이름에서 어쩔 수 없이 풍겨 오는 어떤 불손한 이미지를 물리쳐 보고자, 정확히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는 우리의 유치함이 싫어서 '구림'의 뜻을 부러 찾아봤는데, 비둘기 숲….. 수만 마리 비둘기가 빽빽하게 도열해 숲을 이룬 괴악한 장면이 떠오르는 바람에 더 안 좋은 이미지만 배가되었다. (알고 보니 숲에 버려진 갓난아기 도선국사를 비둘기들이 에워싸 지켜 주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실 좋은 비둘기들이었다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
하지만 구림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이 모든 게 무색할 만큼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학구 많은 축제 중에서- 전남 영암 영암왕인문화축제' 中)

[전국축제자랑]을 소개함으로써, [북적북적]에서는 [전국축제자랑]의 공저자 두 명 중 김혼비 작가가 지금까지 낸 세 권의 에세이집을 모두 읽게 되기도 했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소개한 김혼비 작가의 데뷔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를 재미있게 듣고, 두번째 에세이집 [아무튼, 술]을 낭독하면서 "단언컨대, 올해(2019년) 출간된 모든 에세이집 가운데 가장 확실한 웃음, 요샛말로 '현웃'을 보장한다"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 북적북적 172회 : 2019 우아하게, 호쾌하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북적북적 193회 : 몰디브...아니 모히토 한 잔 같은 이 한 권! '아무튼, 술'

앞서 [북적북적]에서 낭독한 두 권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던 현란한 수준의 드리블… 아니 재치가 [전국축제자랑]에도 번득입니다. 그리고 [아무튼, 술]을 소개하면서 말씀드렸던 '럼을 꽉꽉 채워서 제대로 만든 모히토 한 잔' 같은 에너지도 여전합니다. 청량하고 알싸한 한 모금으로 시작하는데 바닥까지 비우고 나면 뜨거운 알코올기운이 묵직하게 가슴을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든 칵테일처럼, 현란한 유머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올곧게 선 문제의식과 생각들에 문득 공감과 함께 도착해 있게 하는 글들입니다.
 
"이 볕 좋은 가을날, 푸르른 하늘과 초록의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이 조명, 이 온도, 이 습도에서 왜 저들은, 나의 아름다운 아내는 저기서 돼지코를 코에 대고 꿀꿀대고 있는가. 나는 왜 이걸 찍어 주고 있는 것인가……. 그러고서 모두들 열심히 돼지코를 뜯어 먹는 와중에 의외로 노스캐롤라이나 커플이 포기를 선언했다. 힘겨운 표정으로 콧구멍 한쪽만 남은 돼지코를 진행 요원에게 멋쩍게 건넨 뒤 김혼비에게 손인사를 보내며 무대를 내려간 것이다. 두 명의 몬도가네 벌써 가네…… '딸기'와 '생강'의 고장 완주에서 하필 돼지코에 berry ginger리를 치며 그들은 그렇게 떠나갔다. (이 문장은 우리가 쓴 것이 아니라 완주 제목 빌런이 우리의 몸을 빌려 쓴 것임을 밝혀 둔다.)" (이건 먹고 들어가는 콘셉트- 전북 완주 완주와일드푸드 축제' 中)

이 책은 아내 김혼비 작가와 남편 박태하 작가가 함께 썼습니다. 한 편씩 나눠 맡은 것도 아니고 공저를 한다는 게 잘 짐작이 가지 않는 과정이긴 하지만, 두 분은 서로가 서로를 퇴고하길 반복하면서 문자 그대로의 '공동집필'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건 누가 쓴 문장이고 저건 누가 내놓은 생각인지 따로 분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함께 쓰기'가 두 분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글쓰기 방식이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3주에 한 번씩 제게 돌아오는 [북적북적] 낭독에서, 어쩌다 보니 부부 작가의 에세이집을 벌써 여러 권 째 선택하게 됐습니다. 딱히 의도했던 것은 아닙니다. [북적북적]에 소개할 책을 나름 열심히 찾아보면서 갖게 된,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지난 1년간 집어든 부부 작가의 책들은 모두 소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글을 쓰고 또 한 사람이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아니면 이 책처럼 글을 함께 쓰든… 부부 작가가 낸 책은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부부가 함께 책을 낸다는 기획은 애초에 부부가 될 정도로 서로 마음이 맞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으니까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같이 꾸려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수준의 밀도 높은 소통을 하면서 책을 만들어 나갔을 터입니다.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갈등을 빚는 순간이 있더라도, 제대로 잘 싸워서 끝을 보았으니까 결과물이 나왔을 것입니다. 세상에 내놓아 소통하고 교감하기에 앞서, 이미 그 정도 소통과 교감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엔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문자 그대로 찰떡처럼 와서 달라붙을 수 있는 매력이 녹아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이 책, [전국축제자랑]도 그런 매력이 가득합니다.
 
"김혼비와 박태하는 부부다. 김혼비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느라 국내 여행을 다녀본 경험이 많지 않고 '사람'에 관심이 많다. 박태하는 국내 여행은 좀 다녔지만 혼자 다니느라 어딜 가도 뻘쭘했고 '공간'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술을 먹으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럴까'와 '한국이라는 공간은 왜 이럴까'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여기서 '이렇다'는 긍정적/부정적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곧 어떤 종류의 끈적끈적함과 어떤 종류의 매끈함이 세련되지 못하게 결합한 'K스러움'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되곤 했다. 우리는 그 'K스러움'의 근원을 찾아, 그리고 김혼비의 국내 여행력 상승과 박태하의 뻘쭘 지수 하락을 위해, 정념과 관성이 교차하는 한국의 지역 축제들을 쫓아다녀 보기로 했다. ('릿터' 연재 당시 '연재를 시작하며' 中)

이 책에 나오는 12개의 축제들에 대해 들어봤거나 다녀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 잘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지역축제들의 그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느낌을 박태하, 김혼비 두 작가는 한 마디로 'K스러움'이라고 축약했습니다. 뭔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해도 될 것 같은 축약입니다. 우리 모두 그 느낌이 무엇인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이 축제들이 모두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만 축소 운영되고 있을 상황에서, 이역만리 먼 나라에 와서 부부 작가가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살펴본 K축제들에 대해 읽고 있자니, 그 'K스럽다'는 말 자체의 느낌이 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 그 느낌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K스러움'이란, 마치 눈가의 주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다른 사람이 함박웃음을 짓는 걸 보면 '웃으니까 좋네' 정도의 인상을 받는 데 그치고 말지만,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문득 거울로 보게 되면 '어!? 눈가에 없던 주름이 생겼네?' 같은 생각까지 단숨에 들어버리곤 합니다. 'K스러움'이라고 명명하며 날것과 이면까지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래서 무엇보다 모종의 민망함이 앞서게 되는 것은 그것이 내 것, 이기 때문이 아닐까. 'K스러움'에 대해 느끼는 이 민망한 기분은, 그 자체로, 내가 'K스러움'의 일원이고 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K스러움' 그 자체인 것 같은 일종의 '두유노김치 감성' 같은 것마저도 실은 한국인만의 전유물은아닙니다. "정념과 관성이 교차하는" '두유노김치 감성'은 세상 어디를 가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사회, 어느 공동체에나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럴까' 한탄과 찬탄이 동시에 뒤섞인 묘한 분위기가 있고, 오로지 세련되기만 하거나 오로지 혼돈 뿐인 곳은 사실은 별로 없습니다.

남의 것을 볼 때는, 나의 필요에 따라서, 긍정적인 점, 또는 부정적인 점을 확대해서 추려내게 됩니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골격을 더듬어서 굵직한 결론 또는 일방적인 재단을 내려버리기가 좀더 쉬워집니다. 그런데 '내 것'은 골격 뿐만 아니라 살갗, 뾰루지, 여드름 같은 것까지 한꺼번에 바로 보이곤 합니다. 그에 대한 일말의 이해를 사실은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사랑이나 증오를 느끼기가 어렵고, 다른 그 어떤 감정보다도, '어휴, 징글징글해, 민망해' 같은 마음이 먼저 압도하는 것 같습니다.

박태하, 김혼비 두 작가는 '우리들의 K스러움'을 함께 뒤집어보기에 안성맞춤인 듀오입니다. 일단 뛰어들어 축제의 흥과 재미를 함께 누리는 걸 망설이지 않기 때문에, 축제가 끝난 후 쌓이는 쓰레기더미처럼 남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포착해 냅니다.
 
"여러분, 마술 하면 무슨 생각이 나요?"
"속임수요!"
"사기요!"
"거짓말이요!"
"뻥이요!"
오, 이런 솔직하고 가차 없는 꼬마들 같으니! 그러나 약간 당황한 우리와는 달리 마술사는 그 정도야 이미 다 예상했다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휴, 어쩜 답들이 다…. 원래 마술 하면, 환상, 예술 이런 걸 떠올려야 하는 건데…… 여러분, 부탁하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갑시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마술을 즐겨 주세요!"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아이들은 간단한 맛보기 마술이 끝난 뒤에도 "모자! 모자 속!" "겨드랑이에 끼고 있죠?" "왼쪽 주먹 펴 봐요!"라고 악을 써 댔다. 20대 청년 마술사가 10대도 안 된 아이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는 이 현장. 아이들이 가진 마술에 대한 환상과 마술사가 가진 동심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이 현장. 게다가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아니 진짜로 닿는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그 어긋난 환상을 서로에게 너무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동심 파괴 이야기 마니아 김혼비조차도 파괴할 동심마저 없는 이 현장이 당황스러웠고, 동심을 모조해 낼 수 있는 닳고 닳은 어른으로서 우리는 마술사 가까이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마술사님, 힘내요!'라는 응원의 눈빛을 던지며.

"제가 여러분께 그렇게 마술을 좀 믿어 달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공연은 아주 힘들어질 것 같네요."라고 말하면서도 마술사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방금 선보인 마술의 트릭을 발설하기 시작했다. 제 손으로 마술의 (있지도 않은) 환상을 하나하나 파헤쳐 주는 21세기 마술사의 현실적인 선택은 꽤 잘 먹혀들어서 아이들은 "우와!" "신기해!" 비로소 감탄하기 시작했고, 그는 앞으로 펼쳐질 마술들에 어떤 속임수가 있을지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거라며 한국인들의 집요한 속임수 탐지욕을 인정하고 자극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우리는 이 조악한 무대 위에서, 그리고 얼마 되지도 않고 냉소적이기까지 한 어린 관객들 앞에서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듯한 그의 에너지에 감화되고 말았다. 그저 열정만인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이 사람들에게 잘 가닿으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타협해야 하는지까지 깊이 고민한 진중한 에너지. 그렇게 저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 축제의 어설프고 키치하고 우스꽝스러운, 그러니까 'K스러운' 부분을 찾기 위해 약간의 삐딱함을 장착한 채 두리번거렸던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마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칠순 잔치만도 못한 동네 축제"겠지만(이는 이 축제에 관한 어떤 이들의 불평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축제가 중대한 장소, 중대한 순간일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마술사에게는 그런 것 같았다. 어젯밤 분위기를 돋우려고 분투했던 무명의 밴드들에게도, 얼마 있지도 않은 타지인에게 자랑스러운 자기 고장의 이름을 알리려 첨단 문명을 활용한 "대흥면 최고!" 아주머니에게도, 1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를 설레며 기다렸을 사람들과 준비해 온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랬다." ('축제의 힘을 믿든 말든- 충남 예산 의좋은형제축제' 中)

이 듀오는 자신들이 방문한 지역 축제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축제에 불어넣은 염원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기본적으로 잃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참여한 기획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자세를 잃지 않습니다. '이 축제로 우리 고장이 좀 더 흥할 수 있을까, 우리 동네가 좀 더 살아날까' 간절한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고, 그들과 관찰자인 자신들이 서로 완전히 분리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듀오가 몇몇 지역축제들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내놓는 비판들이 더욱 설득력을 가집니다.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썼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간으로 한 이야기인 '아랑설화'를 지금도 핵심콘텐츠로 삼고 있는 축제나 동물학대 유희를 당연시하는 연어 맨손 잡기 축제에 대한 비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유명 작가가 축제의 한가운데서 남성중심주의를 아무 거리낌없이 재생산하는 데 대해 느낀 이들의 거부감에 공감하면서, 이 동네들의 매력과 진심이 좀더 빛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다.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키치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혼잡한 열정 속에 숨어 있는 어떤 마음 같은 것을 우리는 결코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그마저도 낡고 촌스러워진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로 일축해 버리기에는 어떤 진심들이 우리 마음을 계속 건드린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남들 못지않게 거기에 절망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또 때로는 비웃는 'K스러움'도 결국은 그 마음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축제장과 그 주변을 다시 걸어 보았다. 엊저녁에는 좀 조잡해 보였던 공원의 모형들이 퍽 다정스러웠고 공원과 학교와 마을이 울타리 없이 어우러진 것도 좋았다. 우리는 마을 위편 대흥동헌의 다정한 풍경에 가붓이 젖어 보고, 길 건너 예당저수지의 고즈넉한 풍취에 나른히 빠져 보고, 노란 은행잎이 후드득 떨어지는 시골길을 의좋게 걷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축제의 힘을 믿든 말든- 충남 예산 의좋은형제축제' 中)

이 책에 등장하는 시점들은 주로 2019년입니다. 마지막 축제 방문이 2020년 1월이었습니다. 여기 실린 축제들 대부분이 작년에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올해 역시 그 모습으로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여전히 장담하기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읽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두 작가도 "축제장 안팎에서 마주치고 스쳐 갔던 모든 이들의 안녕이 궁금하고, 그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두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들에 올라타 앉은 자리에서 한반도 반 바퀴를 돌며 코로나 이전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들에 젖을 수 있었던 저를 포함해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이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덮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까지 가서, 누구들을 서로서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민음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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