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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구) 조국은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취재파일] (구) 조국은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21.05.02 10:48 수정 2021.05.02 21: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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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영등포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죄를 저질렀다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2019년에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A씨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한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모욕죄는 친고죄, 즉 피해자가 고소할 경우에만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고소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반면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한 사람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도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모욕죄 혐의 고소"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월 29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A씨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한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단 내용이 아주 극악해 당시에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대통령이 참으면 안 된다는 여론을 감안해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장을 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이 고소장을 냈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고소한 것과 법률적 효력 면에서 차이가 없다. 법률 전문가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A씨를 직접 모욕죄 혐의로 고소한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한 '일반인'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는,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공적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방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법학자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다. 조국 교수는 2013년에 학술지 [형사정책]에 실린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재구성"이라는 논문과 2015년에 학술지 [형사법연구]를 통해 발표한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이라는 논문에서 공인에 대한 모욕 행위와 이와 관련된 형사처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구) 조국은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가

당시 조국 교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3년 발표한 논문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재구성"에 드러난 모욕죄 관련 핵심 주장은 '공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위법성 조각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조국 교수는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했던 야당 국회의원을 (사실상의 대리인을 통해) 고소한 실제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제시한다. 김홍신 전 의원의 '공업용 미싱 발언'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한 판례다. 1998년 당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하고 너무 많이 속여서 바늘로 한뜸한뜸 뜰 시간이 없어서 공업용 미싱을 갖다가 드르륵 드르륵 박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다른 시민이 고소를 제기했고,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모두 모욕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조국 교수는 이 논문에서 대통령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난 발언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판례에 대해 비판하며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대한 모욕은 사회상규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설사 "매우 저열"하고 "표현형태도 매우 직접적"인 비방일지라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조국 교수는 말했다.
 
"당시 현직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모욕 발언은 수준이 매우 저열하며 표현형태도 매우 직접적이다. 아무리 반대파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하여 현직 국회의원이 선택할 용어가 아니다. 그런데 극단의 대립과 충돌이 벌어지는 한국 정치현실에서 반대파 정치인, 특히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경멸은 일상화되어 있다. 직업정치인은 물론 보통의 시민들도 대통령 포함 반대파 정치인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 발언을 수시로 행한다. (중략) 이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은 사회상규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2004년 8월 28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출연했던 연극 <환생경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나라한 저급 욕설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욕설이 어느 정파로부터 던져지던 간에 범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모욕을 당할 사실상의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 조국. (2013).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재구성. 형사정책, 25(3), 33쪽.

그렇다고 조국 교수가 모든 모욕 행위를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조국 교수는 피해자/가해자가 '공인' 또는 '사회적 강자'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모욕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모욕적 발언의 피해자가 공인 또는 사회적 강자일 경우에는 모욕죄를 비범죄화하고, 특히 피해자가 공인(또는 사회적 강자)인데 가해자가 '사인(私人)' 또는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일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되기 때문에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인'과 언론은 '사회적 강자'이며, 이들에 비하여 사인은 '사회적 약자'다. 필자는 '사회적 강자'인 언론이 다른 '사회적 강자'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와 '사회적 약자'인 사인이 '사회적 강자'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비형사적 해결방법만을 유지하고, '사회적 강자'인 언론이 '사회적 약자'인 사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민·형사적 해결방법을 모두 유지하다는 정책적·입법적 구상을 가지고 있다. (중략)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감정에 침해받았다고 하여 형벌권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 조국. (2013).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재구성. 형사정책, 25(3), 37쪽.

심지어 조국 교수는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거나 비난한 사람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는 행위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2015년에 발표한 논문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에서 대통령이 모욕죄 혐의로 사인을 고소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도 않지만, 설사 고소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모욕죄 등 명예에 관한 죄가 아니라 다른 혐의로 수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상의 풍자·조롱 행위를 통하여 침해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박정희·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권력자의 '명예'인데, 사실적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욕죄는 친고죄인 바, 피해자의 고소가 없었으므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이 화가 나서 고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의거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법률적 판단과 별도로 피해자의 고소는 정치적 손해가 될 것인 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찰은 명예에 관한 죄가 아닌 다른 죄로 피의자들을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 조국. (2015).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 형사법연구, 27(1), 43쪽.

하지만 조국 교수는 모욕죄든 아니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나 비난을 중하게 처벌하는 행위 자체를 비판했다.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은 살아서건 죽어서건 풍자와 조롱을 감수해야 할 공인 중의 공인이라는 점, 정치권력자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규정하는 권리 중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러하다."라고 밝힌 것이다. 나아가 조국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이다. 정치권력자에 대한 신랄하고 통렬한 풍자와 조롱은 주권자 국민의 권리이며, 권력자는 이를 감수할 의무가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2015년의 조국 교수였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한 '사인'인 A씨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고, 경찰이 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일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을 것이 분명하다. (조국 교수가 논문에서 언급한 조롱 및 비방 사례 역시 대단히 저열하고 직접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면 피할 수 없는 질문

따라서 (구) 조국이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사회적 강자"이자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이 '사인'이자 '사회적 약자'인 시민을 고소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모욕을 당할 사실상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 "민주주의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지금의 조국 교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2013년과 2015년의 조국 교수라면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조국 교수 못지않게 분명한 입장을 밝혔던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몇 달 전인 2017년 2월 9일 JTBC 방송 [썰전]에 출연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자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에서는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할 것"이라며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의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리고 지금의 조국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조국 교수의 말처럼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이라고 믿는다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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