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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리스트] "1년에 넉 달을…" 공연계는 격리 중

[더 스페셜리스트] "1년에 넉 달을…" 공연계는 격리 중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작성 2021.05.01 20:30 수정 2021.05.01 22: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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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흔한 여권입니다.

요즘 여권 쓸 일 거의 없는데요.

이 여권 자세히 보시면 빨간 딱지 그리고 'PCR 제출자'라는 한국어가 보입니다.

이 여권 주인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코로나 검사를 했고 한국에 와서는 격리 숙소를 배정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여권에는 요즘 드물어진 해외 여행을 했다는 표시가 있는 겁니다.

그럼 이 여권의 주인은 누구냐? 바로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사샤 괴첼이라는 사람입니다.

지난달 한국에 와서 통영 국제음악제의 폐막 공연을 지휘했는데, 그때 지휘 모습입니다.

같은 사샤인데 많이 초췌해 보입니다.

사샤가 2주간 격리하면서 찍었던 영상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사샤 괴첼
가장 반가운 건 격리 해제 안내문입니다.

사샤는 지금 오스트리아에 돌아가 있는데요.

한번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샤 괴첼/지휘자 : 진짜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된 것 같았습니다. 마치 우주여행하는 우주선 안에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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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군가의 달력입니다.

이렇게 X표가 칸칸이 그려져 있는데요, X표는 격리된 날을 가리킵니다.

하루 지날때 마다 X표를 하나씩 그렸는데, 아직도 격리 해제까지는 며칠 남았습니다.

그럼 이 달력 주인이 누구냐면요, 유럽에서 거주하며 활동해온 플루티스트 최나경 씨입니다.

지금 한국에 와서 8번째 격리 중인데요.

1년에 꼬박 넉 달을 격리로만 보낸 겁니다.

지난 연말에는 타이완에 공연하러 가서 2주 격리했는데 이 공연이 취소되면서 또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2주 격리, 그러니까 연말연시 한 달간을 꼼짝 없이 방에 갇혀서 보냈습니다.

최나경
이거는 최나경 씨가 격리 기간 동안에 만든 영상인데요.

각자 떨어져 있지만 외롭지 않게 마치 한 곳에서 연주한 것처럼 편집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 장면입니다.

대성공을 거뒀는데요.

코로나 이후에 이런 온라인 비대면 공연이 대세라고 하죠.

하지만 이런 온라인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 같은 극소수 스타들만 가능합니다.

대다수는 온라인 공연을 할 여력도 없고 하더라도 돈을 못 법니다.

대면 공연을 해야 먹고사는데 공연이 끊기면서 많은 프리랜서 연주자들의 밥줄도 같이 끊겼습니다.

지금도 유럽과 미국에서는 공연이 거의 없고요, 한국과 타이완처럼 방역 상황이 나은 일부 아시아권에서 제한적으로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연을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격리도 감수하고 비행기를 타는 겁니다.

[최나경/플루티스트 : 저 같은 경우는 정말로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부동산에 취직한 친구도 있고요. 배달 시작한 친구들도 있고… 너무 슬프죠, 정말.]

이건 한 음악 축제 포스터인데요, 다 팔렸습니다.

12개 공연이 모두 매진입니다.

관객들도 대면 공연에 목말라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건 음악가들의 생계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음악가들의 삶이고 존재 증명입니다.

코로나 이후 음악가도 관객도 모두 대면 공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양현철·조춘동, 영상편집 : 원형희·이소영, CG : 정현정, 장소제공 : 코트, 영상출처 : 통영음악재단·빅히트뮤직·빈체로·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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