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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어머니는 됐어"…동료들이 말한 윤여정의 비범함과 특별함

윤여정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연기 인생이 동료들에 의해 조명됐다.

지난 29일 오후 10시에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는 윤여정의 55년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했다. 드라마 '장희빈'로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 '화녀'로 영화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강부자는 "TBC 들어왔을 때부터 알았다. 남달랐다. 퐁퐁 튀는 깜짝 놀라는 개그와 유머가 남달랐다"며 윤여정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이순재는 "명쾌하고 밝았다. 말 시키면 말대답도 잘하고 상당히 밝게 봤다. 심부름도 많이 시켜먹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1960년 그 당시에 주인공은 미녀 중심이었다. 조연에 가까운 단역, 단역에 가까운 조연을 많이 했다"며 "그때 과감하게 MBC로 건너가서 장희빈 역으로 배우 윤여정의 인생이 분출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장희빈'에서 숙종을 연기한 박근형은 "너무 잘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사극인데, 사악함 사랑 애절함 다 들어 있어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며 "상당히 연기가 개혁적이었다. 대사법이 조금 특이했다. 영화 '화녀' 이후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윤여정

윤여정은 1973년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났으나 1985년 이혼과 함께 연기자로 국내에 복귀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이혼한 여성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윤여정은 가족의 생계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배우를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재능을 썩히지 말라"는 김수현 작가의 조언에 다시 용기를 냈다고.

김수현 작가는 윤여정에게 "내 작품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연기를 잘해서 인정해 주지 않고, '김수현 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래의 배우들과 다른 이미지,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구사하는 윤여정을 써주는 작가는 많지 않았다. 결국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와 '사랑과 야망'부터 '사랑이 뭐길래', '모래성',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열연을 펼치며 지적인 역할, 직장 여성으로 주관이 뚜렷한 역할을 도맡아 연기했다. 당시 시청자들은 윤여정의 역할과 연기가 비호감이라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과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윤여정은 자신에게 '술집 마담' 역할을 제안한 노희경 작가를 소환했다. 이에 노희경은 "내 눈에는 작부 같다"라고 얘기했다고.

그러나 노희경 작가가 맡긴 작부는 종전과 달랐다. 노희경 작가는 "그전의 작부들은 천박한 여자이거나 시끄러운 동네 아줌마였는데,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삶의 지혜나 통찰력이 없는 건 아니다. 윤여정의 얼굴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엄마, 연인, 철학자"라며 "윤여정은 사유하고 불안정한 엄마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엄마들이 없었고"라고 생각을 전했다.

노희경 작가는 자식 결혼을 반대하는 드라마 속 전형적인 어머니 역할을 맡은 윤여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연기하는 걸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들 다 키워놓고 들어갈 돈이 없을 때, 돈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역할, 공감되는 역할 해도 되지 않아?"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내 새끼 둘, 먹여 살려야 된다. 교육시켜야 한다. 난 내 새끼 둘 어머니 역할을 너무 끔찍하게 했기 때문에 국민 어머니는 됐어"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2003년 영화 '바람난 가족'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여배우들', '하하하', '죽여주는 여자' 등을 통해 다양한 도전, 새로운 시도 등을 계속해나갔다. 도전과 모험은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으로 뜻깊은 결실을 이뤘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에 대해 "도전해 볼 만한 것에 자신을 던진다. 선견지명이 있었다. 다양함을 요구하는 시대가 온다는 걸 아시고 있었던 거 같다. 생계든 뭐든 압박이 있었을 테지만 견디고 종국엔 원하는 대로 쟁취하신 것 같다. 젊은 감독, 작가들은 그런 선생님 보며 독특한 역할, 도전하고 싶을 때 좋은 파트너로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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