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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기후 변화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고수익 얻을까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ESG 경영, 친환경 에너지가 화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지난 해부터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기업인 테슬라의 끝날 줄 모르는 주가 상승은 저탄소, 친환경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기후변화의 영향이 투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한참 전부터 논의 돼왔던 주제이고, 심지어 그 상관관계가 이미 분석됐다. 특히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앞두고 각종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기후변화 시대에 투자하기(Investing in a Time of Climate Change)>이다.

<Investing in a time of climate change, 영국-독일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자산관리회사인 Mercer 가 작성해 2015년에 발표했다.><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Y" id="i20154590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10429/20154590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830" v_width="600"> 기후변화 시대에 투자하기, 승자와 패자는?

이 보고서는 두루뭉술하거나 포괄적이지 않다. 기후변화가 산업 부문별 수익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를 '숫자'로 아주 명확하게 정리했다. 아래 표를 한 번 살펴보자.

<기후변화 정책 변화로 인한 14개 산업 부문별 예상 수익율 변화, 2015년판 보고서><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Y" id="i201545904"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10429/201545904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500" v_width="800">
보고서에서 분석한 14개의 산업군 가운데 IT, 필수소비재 등 8개 산업 분야는 기후변화로 인한 투자 수익률 변화가 연간 1% 미만으로 그리 크지 않다. ('수익률'이 아니라 '수익률 변화'이다. 물론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누적 효과를 따지면 상당한 영향이 있다.) 하지만 그래프의 양 끝에 놓인 에너지 분야를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

태양광-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Renewable)는 연간 3.5%의 추가 수익이 발생해 14개 산업 분야 중 단연 최고 수익률 상승이 예상된다. 그 다음은 원자력으로 2%가 조금 안 되는 수익률 상승을 보인다. 최악의 수익률 변화는 석탄으로 - 5% 수준이다. 2015년 당시 석탄 관련 투자로 인한 수익률이 5% 였다면 수익률이 0%가 된다는 얘기다.

석유는 석탄보다는 낫지만 연간 수익률 변화가 -4% 수준으로 예상돼,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열 생산(Utilities) 관련 자산의 경우 수익률 변화는 -2.5% 수준으로 수익률 하락 레이스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앞으로 전기나 열을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력과 열 생산 시설 대부분이 곧 재생에너지에 밀려나게 될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전후로 유럽의 대형 전력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낮아졌다. 미국에서는 100년 넘은 세계 최대 석탄 회사인 피바디(Peabody)사가 2016년 4월 12일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속편의 탄생

흥미로운 데다가 꽤 정확한 전망을 펼쳤던 보고서의 속편은 4년 뒤, 2019년에 발간되었다. 두번째 보고서는 첫번째 보고서보다 좀 더 강한 어조로 쓰였다. 2018년 가을 열린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회의에서 기후변화 상황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과학계에서 공식화한 것에 영향을 받은 듯 했다. '현실 자각 타임'을 거쳤달까?

<Investing in a time of climate change - The Sequel 2019, 자산관리회사인 Mercer 가 2019년에 발표했다.><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Y" id="i201545912"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10429/201545912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820" v_width="600">
이번 보고서는 파리 협정에서 약속한 것처럼 '2도 상승' 범위 내에서 온도 변화를 억제했다는 전제 아래, 2030년까지의 연간 수익률(%.p.a.)과 누적 수익률, 2050년까지 연간 수익률과 누적 수익률이 각각 어떻게 변화할지 정리했다. 아래 표에 한눈에 정리됐는데, 그 결과가 꽤나 통쾌(?)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업 부문별 수익율 변화, 2019년판 보고서><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Y" id="i201545903"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10429/201545903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450" v_width="800">
석탄 관련 자산(광산, 석탄화력발전소 등)은 2020년에서 2030년 사이 연간 수익률이 -7.1%p를 기록하고, 누적으로 봤을 때는 -58.9%p,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자산의 경우 연간 수익률은 -4.5%p, 누적수익률은 -42.1%p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 회사도 비슷한 신세다. 연간 -4.1%p의 수익률을 기록해 2030년에는 누적 수익률이 -39.2%p까지 늘어난다. 요약하자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 관련 자산의 가치는 9년 뒤 반 토막이 된다는 것이다.

2015년 보고서에서 수익률 변화 1위를 기록한 재생에너지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연간 수익률 6.2%p, 2030년까지의 누적수익률 105.9%p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분석 대상 중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것이다. 두 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은 지속가능성 관련 인프라(예: 전기차 충전기)인데 연간 수익률 3.0%p, 2030년까지 누적수익률 67.1%p로 나왔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재생에너지가 가동 중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정도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가동 과정에서 또는 연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온갖 에너지 기술들을 '신에너지'라고 정의해 놓고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한데 묶어 '신재생에너지'라는 항목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제도상으로나 통계자료 상으로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이제 주류에서 다룬다

2021년 4월에 2019년 보고서 얘기를 하는 게 '뒷북'인 것 같지만, 국제 정세는 이 보고서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주석, 스가 총리를 포함한 40여 개 국가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산발적으로 일부 국가, 일부 기관들만 기후변화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보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주류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미국 정부는 4월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최대 50%까지 감축하겠다며 동참을 선언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를 90년 대비 55%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생활에 미칠 영향을 풀어 설명해 보자면, 태양광·풍력·전기차 등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석탄·석유·천연가스 수요는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2019년에 나온 보고서의 전망이 잘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먼저 전기의 40%가량을 석탄을 이용해 만들고 있는 한국전력과, 200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10조원 정도를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자해, 보고서대로라면 향후 10년간 약 60%의 손실을 예약해 놓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행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들의 실적이 어떻게 움직일지, 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P.S. 2019년 보고서에는 원자력 관련 분석이 없다. 풍력과 태양광 설비의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원자력으로 만든 전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9년 보고서 (영문판) 원본은 여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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