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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피카소, 모네…'이건희 컬렉션' 세상에 나온다

기증이 결정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예상대로 국보급 수작과 세계적인 미술품이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고미술품과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1만 1천여 건, 2만 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고 오늘(28일) 발표했습니다.

특히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총 2만 1천600여 점의 고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갑니다.

이 회장은 선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어 고미술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집 활동을 계속해 개인 자격으로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고미술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등 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됐습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인왕제색도는 겸재 정선이 비 온 뒤 인왕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으로, 산 아래에는 나무와 숲, 자욱한 안개를 표현하고 위쪽으로 바위를 가득 배치했습니다.

조선 영조 27년(1751)에 그려진 이 그림은 가로 138.2㎝, 세로 79.2㎝에 정선이 남긴 그림 400여 점 중 가장 큰 편에 속하고, 그의 화법이 잘 나타난 조선 회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작품 가격은 300억∼1천억 원으로 평가됩니다.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추성부도는 중국 송나라 문필가인 구양수(1007∼1072)가 지은 '추성부'를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입니다.

가을밤에 책을 읽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하며 자연의 영속성과 인간 삶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로, 화면 왼쪽에 추성부 전문을 단아한 행서로 썼습니다.

끝에는 '을축년 동지후 삼일 단구가 그리다' 라고 써서 단원이 1805년 동지 사흘 후에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수월관음보살도는 관음보살이 사는 화려한 정토의 모습이 잘 묘사된 14세기 고려 불화로, 크기는 가로 53㎝, 세로 86㎝입니다.

관음보살이 바위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선재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몸에는 투명하고 부드러운 옷과 화려한 팔찌·목걸이 등을 표현했습니다.

섬세하고 화려하면서 우아한 아름다움과 격식을 지닌 작품으로 고려 불화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술품으로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을 비롯한 국내외 거장들의 근대미술 작품 1천60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됩니다.

기증 목록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이들 작품은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며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으로 갑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서양 미술 걸작들도 기증됩니다.

해외 유명 미술관과 비교해 소장품이 빈약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을 단숨에 세계적인 미술관급으로 격상시킬만한 작품들입니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또 국내 작가들의 대표 작품이 빠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목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김환기(1913~1974)는 1971년 작 '우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작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환기 작품을 19점 소장하고 있지만, 작가의 예술적 기량이 절정에 달한 1970년대 전면점화는 한 점도 없습니다.

이중섭을 대표하는 '황소'도 소장하지 못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이중섭의 '황소'.

서양 근대미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피카소와 모네 그림이 단 한 점도 없습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미술관에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만한 작품이 제대로 없는 결핍 상태였는데 '긴급 수혈'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국공립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의 수준과 가치를 고려하면 기증작들은 모두 각 미술관의 대표작이 될 작품들"이라며 "예산도 문제지만 자금이 있다 해도 시장에 나오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다수"라고 말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마크 로스코, 알베르토 자코메티, 프랜시스 베이컨 등 기증 목록에서 제외된 주요 서양 현대미술 작품들은 삼성가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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