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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유령'…용어 · 실체 · 소관부처 '혼돈'

가상화폐는 '유령'…용어 · 실체 · 소관부처 '혼돈'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는 '유령 자산'입니다.

정립된 용어도 없고, 실체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행위는 철부지들의 '투기'나 '다단계 사기'쯤으로 치부됩니다.

제도권 밖에 있으니 정부가 보호할 필요도, 소관 부처도 없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019년 10월 전문가 100여명이 만든 대정부 권고를 통해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와 암호자산 제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암호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에 대한 조세, 회계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지금까지 '실체' 논쟁에 발이 묶여 앞으로 성큼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가상화폐, 암호화폐, 암호자산,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코인을 지칭하는 용어들입니다.

'가상자산'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지털 코인에 '화폐'라는 말을 쓰는 걸 극도로 경계합니다.

코인은 화폐의 3대 조건인 가치의 저장, 가치의 척도, 교환의 매개 기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정보' 형태로만 존재해 내재가치도 없는데 어떻게 화폐라는 용어를 갖다 붙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27일)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면서 주요 20개 국도(G20) 처음엔 암호화폐( Cryptocurrency)란 용어를 쓰다가 이제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영어권에서는 대체로 암호화폐( Cryptocurrency)라는 용어가 일반화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언론계, 학계가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용어를 쓴다"고 했습니다.

언론은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를 혼용하는데 언론사마다 제각각입니다.

학계는 대체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화폐'라는 의미에서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정부, 언론, 학계에서 공감하는 용어가 정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혼란스러운 현실을 반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어제 원내 대책회의에서 "도박은 불법행위이지만 가상자산은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이라고 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상자산이 화폐나 금융자산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자산으로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정책을 맡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했고, '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고 해 코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금융자산이라면 당연히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대상이지만 실체가 모호한 가상자산이기에 금융 당국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특금법은 금융위가 소관하는 법률이란 의미에서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면서 "이걸 토대로 갑론을박을 벌여 주무 부처를 빨리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통계청 산업분류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정보서비스업 맨 끝의 '기타' 항목에 속합니다.

게임이나 도박과 같은 항렬입니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인 김형중 교수는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거래법은 암호화폐를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를 애써 부인할 게 아니라 법의 취지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최근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코인의 자산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느냐"며 "열린 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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