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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기다리다 심정지…뒤늦게 달려와 '음주 수술'

<앵커>

병원에서 뱃속의 아기를 잃었다는 글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쌍둥이를 낳으려고 병원에 갔는데 주치의가 없어서 12시간 넘게 기다렸고, 뒤늦게 주치의가 와서 수술했지만 쌍둥이 가운데 1명이 숨졌던 것입니다. 심지어 그 주치의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하는데, 저희가 그때 상황이 담긴 화면과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10일 새벽 청주 한 산부인과에서 의사 한 명이 난데없이 음주 측정을 받습니다.

[경찰관 : 술을 얼마나 드셨어요?]

[의사 : 몇 잔 정도…. 제 산모니까 제가 (수술)해드리고 싶어서.]

36주 차 쌍둥이 임신부의 주치의인데, 이 산모는 전날 아침 8시 40분쯤 양수가 터져 입원했습니다.

입원 12시간을 넘긴 밤 9시 14분, 뱃속 쌍둥이 중 남자아이의 심장이 멎은 사실을 당직의가 확인했습니다.

음주 중 수술

주치의는 밤 10시나 돼서야 병원에 왔고 분만에 나섰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당일 휴무였던 주치의는 지방까지 자전거를 타러 갔다가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수술한 것입니다.

음주 중 수술

[병원 측과 유족 면담/지난해 10월 10일 새벽 : 아기가 죽었어요. (당직의한테) 넘겨줬어야지, 오늘 난 못 하겠으니 그랬었으면 내 새끼 살리고, 당신도 살고.]

당직의는 수술을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당직의-유족 면담/지난해 10월 10일 새벽 : (이 상황에서 수술하셨겠느냐고 물으니까 하셨을 거라고 했잖아요.) 저는 할 수 있죠. (그냥 기다리신 거예요, 그럼?) 결정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주치의 원장님도 같이 하시기 때문에.]

병원 측은 "태아의 심정지가 확인되기까지 이상 소견이 없었고, 수술에도 실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자 진료 기록을 살핀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출산 당일 심정지 전까지 태아에 이상 소견은 없어 보이지만, 과체중에 고혈압인 고위험 산모인 데다 임신 37주 이전에 양수가 터진 상황을 고려하면 의사 중 열에 아홉은 낮에 수술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병원 측은 아기를 살릴 수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병원 관계자/지난해 10월 10일 새벽 : (당직의가) 수술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그런 아쉬움이 있죠, 당연히.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당연히 돌리고 싶습니다.]

주치의가 분만까지 책임지려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병원 관계자/지난해 10월 10일 새벽 : 어떤 상황에서도 첫 달서부터 열 달까지 계속 주치의가 분만까지 책임진다, 그냥 당직의한테 맡기는 게 아니고.]

경찰은 음주 측정 결과 수술할 당시 주치의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38%, 운전으로 따지면 면허 정지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오영춘·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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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리포트 전해드린 장훈경 기자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주치의 징계는?

[장훈경 기자 : 지금 현재 아무런 징계 없이 병원에서 정상 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병원 측은 음주 수술에 대해서 해상 의사가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유족의 항의에 대해서, 그것은 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Q. '음주 수술' 처벌은?

[장훈경 기자 : 현행 법에는 음주 의료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의사가 술을 마시고 환자 몸에 칼을 대더라도 의료인의 품위 손상이라는 규정을 끌어와서 일련의 범위 안에서 자격 정지를 하는 행정 처분이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2015년에도 음주 상태로 3살짜리의 아이의 턱을 꿰맨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는데 이때도 고작 한 달 자격 정지가 전부였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런 음주 의료행위의 처벌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는 됐는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습니다. 이번 국회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되기는 했는데 여기에도 이런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은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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