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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모병제로 군 감축?…통일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군 제도 개편의 방향으로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습니다. "청년들을 헐값에 징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100대 그룹 초봉 정도 수준을 지급하는 모병제로 정예강군 15~20만 정도를 유지하고, 남녀평등복무제를 기반으로 한 예비군 2천만 명 정도를 마련하자고 했습니다. 남녀 모두 40~100일 정도 군대를 다녀오면 유사시 예비전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군을 어떤 형태로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합니다. 방향은 지금처럼 징병제 위주의 시스템이 아니라 직업군인을 위주로 하는 시스템일 것입니다. 다만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 모병제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직업군인을 위주로 하는 정예 병력과 의무복무 연한을 축소시킨 형태의 징병제가 적절히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통일 과정에서의 병력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군인, 장병 (사진=연합뉴스)

통일 과정에서 병력 수요 고려해야

통일 과정에서의 병력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통일 과정에서는 군 병력의 절대 숫자가 필요한 곳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 군 통합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남북 간 통합 작업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겠지만 군 통합은 특히 다른 어떤 분야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분야입니다. 군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인 만큼 어설픈 봉합식으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자칫 남북 출신 군인 간 교전 등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멘의 경우 국방장관은 남예멘이, 참모총장은 북예멘이 나눠 맡고 통일 이후에도 남북 예멘군이 별도의 군복을 입고 별도의 지휘를 받는 식으로 통합을 했는데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1차 통일 4년 만인 1994년 남북 예멘의 군대가 충돌해 약 8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내전 상태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군 통합이 양쪽 군대를 접합시켜놓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안 됩니다. 통일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국가에는 하나의 군대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1국가 1군대'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이런 원칙하에서 남북 군 통합은 남한군 중심의 재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군의 조직을 골간으로 하고 일부 북한 군인들을 심사를 거쳐 재임용하는 방식입니다.
 

서독군 중심으로 독일군 통합

서독군을 중심으로 동독군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군 통합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독이 처음부터 동독군 해체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독의 에펠만 국방장관은 1990년 5월 2일 동독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통일 후에도 동독 지역에 제2의 독일군이 유지될 것"이라며 '1국가 2군대'를 주장했습니다.

서독은 이에 대해 '1국가 1군대' 원칙을 주장했는데, 1990년 7월 서독 콜 총리와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 간 회담에서 통일독일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남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동독의 '1국가 2군대'론은 힘을 잃게 됐습니다. '1국가 2군대'론은 동독군이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남는 것을 가정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에펠만 동독 국방장관은 1990년 8월 2일 '1국가 2군대' 주장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고, 이후 동독군 지도부는 가능한 많은 인원의 동독군을 통일독일군에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통일 당시 동독군의 병력은 17만 5천여 명이었는데, 3단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장교 3천27명, 부사관 7천639명, 병 207명 등 모두 1만 873명이 통일독일군으로 편입됐습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서 경례하는 북한군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재임용은 주로 북한군 장교를 대상으로

남북 간 군 통합이 남한군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면 북한군 해체와 일부 북한군의 재임용이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서 재임용 대상은 주로 장교가 될 것입니다. 통일한국군에서 북한 출신 사병들의 신병 교육이나 부대 내 관리 등을 생각하면 북한 출신 장교들이 필요한 면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선별 과정을 거쳐 북한군 장교들을 편입시킨다면 통일한국군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 초기 북한군 사병들을 활용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합니다. 장기간 '적'으로 지내왔고 민주국가의 군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북한군 사병들을 그대로 복무시킬 경우 자칫 남북 군인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일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군 사병들은 일단 소집 해제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통일이 안착된 뒤 북한 지역에서 새로운 징집을 실시해 민주국가의 군대로 양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통일 초기 한반도 전역의 안보를 남한군이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면, 남한군의 임무 범위는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북한군 부대의 인수 작업과 북한 지역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역의 안보를 담당할 정도의 병력이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통일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 장기적인 군 구조 개편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군 병력 감축은 신중히 다뤄져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독일이 동독군을 편입시킨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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