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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 '특혜 채용 아니다'는 공수처 수사 착수…공-검 갈등 뇌관되나?

[취재파일] 검찰, '특혜 채용 아니다'는 공수처 수사 착수…공-검 갈등 뇌관되나?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1.04.22 08:21 수정 2021.04.22 10: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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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검찰, 특혜 채용 아니다는 공수처 수사 착수…공-검 갈등 뇌관되나?
지난달,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워 '에스코트 조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그러자 공수처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김학의 불법 출금'을 인권위에 신고한 공익신고인은 이 해명이 허위라고 지난 8일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공수처 대변인과 보도자료 배포를 승인한 김진욱 공수처장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입니다. 논란이 일었던 이 사안에 대해 최근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하며 공수처와 갈등을 빚어온 수원지검 형사3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성윤 지검장의 최종 기소권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 사이의 갈등은 지금까지는 '신경전'의 차원이었습니다. 장외에서 서로 간의 법리적 주장을 주고받는 차원에서 갈등이 전개돼왔습니다. 하지만 만약 수원지검이 공수처장이 고발된 이 사건을 세밀히 수사해 기소하기로 결론 낸다면, 공수처와 검찰 간의 갈등은 '신경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대 공수처장이 피고인이 되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면 거취 문제를 놓고 야권의 공격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때문에 이 사건 수사는 새로 재편된 수사기관들 사이 권력 지형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수처의 세 가지 해명…검찰은 '특혜 채용' 여부 검증에 공들이는 듯

이성윤 지검장 '에스코트 조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피의자를 왜 굳이 공수처장이 쓰는 관용차로 조사해 '황제 조사' 논란을 자초했는지 △휴일 이성윤 지검장을 태운 관용차를 직접 운전한 공수처장의 5급 비서는 민주당 정치인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혜 채용된 것이 아닌지 △이 지검장을 관용차에 몰래 태워 들여보낸 건 청사출입보안지침 위반이 아닌지 하는 것들입니다.

공수처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공수처장 관용차 사용에 대해선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인데, 2호차는 피의자 호송용이라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아' 공수처장 관용차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특혜 채용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적법한 자격을 갖춘 것으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입보안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공수처 자체적으로 출입 관리를 하고 있다'며 지침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성윤
이 중 관용차가 피의자 호송용이었는지,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출입 관리를 해왔는지에 대한 의혹은 수사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객관적인 자료와 사실관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의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용차를 운전한 5급 비서관이 '특혜 채용' 되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검찰이 좀 더 품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비서관이 민주당 정치인 출신 인사의 아들이었고, 공식적 추천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언론의 '특혜 채용' 의혹 제기의 핵심이었는데,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논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채용 자체는 불법 아닐 확률 높아…'특혜 아니다' 공보 허위성 · 인지 여부가 쟁점

최근 검찰은 이 '특혜 채용'에 대한 세밀한 논증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혜 채용' 논란이 일고 있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5급 비서관 주변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채용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접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별정직 공무원인 공수처장 5급 비서로 채용한 것 자체는 위법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때문에 공수처가 만약 보도자료에 논란이 된 5급 비서관 채용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기재했다면 검찰이 이를 빌미 삼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보도자료에서 '불법 채용이 아니다'라는 말 대신 '특혜 채용이 아니다'라고 적시하면서 '허위 공문서 작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불거진 의혹에 대해 기관이 자신의 입장을 담은 것에 불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관의 해명 보도자료라도 허위임을 인지하고 내용을 작성했다면 죄가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댓글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원은 지난 2013년 "댓글 활동은 정상적인 사이버심리전"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 작성 책임자가 2019년 대법원에서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기관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라고 하더라도 이는 '공문서'에 해당해 형법상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검찰 수사는 해당 비서관의 채용을 '특혜'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공수처 관계자들이 보도자료 내용의 허위성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빠 지인의 추천' + '경쟁 여부'가 '특혜성' 여부의 쟁점될 듯

공수처 5급 비서관 김 모 씨와 김 씨 아버지, 이찬희 변협회장이 함께 찍은 사진무엇이 '특혜'인지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 일반적 상식과 여론이 공수처장 5급 비서의 채용 과정을 '특혜'라고 인식하는지 여부가 이 수사의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해당 비서관의 채용 과정 수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빠 지인의 추천'과 '경쟁 여부' 두 가지입니다.

공수처는 해당 비서의 특혜 채용이 문제 되자 '변협의 추천을 받은 인사'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변협은 '변협 차원의 추천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이찬희 전 변협회장의 개인적 추천은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언론에 개인적 추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진욱 처장 요청이었지만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에 대해 따져보기 위해 사실관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공수처장 비서로 채용된 인물은 지난해 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공수처장 비서로 채용되기 전 변호사로 실제 활동한 경력은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김용주 전 울산변협회장으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주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에 탈락한 이력이 있습니다. 김용주 변호사는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SNS에는 이를 보여주는 사진이 올라와있기도 합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 아들,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인데, 공수처장 비서 채용이 시작되기 한참 전, 해당 비서가 아버지와 함께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 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한해 2천여 명 가까운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 서울시 등 지방자체단체들은 채용 변호사 직급을 6급으로 정하고 있고 이마저도 올해 7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5급 별정직인 공수처장 비서 자리는 변호사 채용시장에서 꽤 '좋은 자리'임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는 공수처장 임명에 맞춰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수행비서가 필요했고, 시일도 충분치 않았기에 이찬희 당시 변협회장의 추천을 받아 적합한 인물을 선발했다는 입장입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 15일 출근길에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공수처장의 5급 비서 채용을 공식적 경로가 아닌 '사적 추천'을 통해 진행했고, 또 이 추천 과정에서 부모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점을 어떻게 평가할지 상식을 바탕으로 한 여론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5급 비서 채용 과정에서 다른 인물을 추천받는 등 최소한의 경쟁 또는 선택 과정이 존재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시급히 5급 비서를 채용할 어떤 사정이 존재했는지도 향후 규명돼야 할 지점입니다.
 

또 한 번 허점 노출한 공수처장

이 사안이 '기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도덕적으로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를 근거로 검찰이 공수처장을 기소하게 되면 과도한 공격을 한다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반면 다른 부장검사는 "해당 수사는 검찰이 인지해 시작된 것도 아니고 고발로 시작된 사안"이라며 "특히 채용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의 높은 공정성 기준이 있는데, 정치적 고려로 적당히 봐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소 재량권 남용이라는 후대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사진=연합뉴스)
검찰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출범 초 여러 논란을 빚고 있는 공수처장이 또 한 번 허점을 노출했다는 여론의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수처가 뿌리내리기 위해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영란법 위반을 비롯해 고위공직자의 크고 작은 비위를 수사하게 되는 공수처장이 자신의 5급 비서 채용을 소위 '아빠 빽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또 설령 이를 미리 예상치 못했다 하더라도, 검찰 등 견제 관계에 있는 수사기관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보여준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입니다. 한 줄 한 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보도자료에서 '적법 채용'을 넘어 '특혜 아니다'는 성긴 주장을 제시했고, 공수처장은 출근길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보시라"고 언급하며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최근 진영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수처장의 처신과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습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이나 보다'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상황을 넘기거나, 예수와 사도들의 비유로 앞날을 포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공수처장은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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