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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젓이 성착취 방송…'장애' 악용해 형량 낮춰

<앵커>

이뿐 아니라 일부 인터넷 방송에는 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영상도 버젓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범죄로 저지르다 붙잡혀서 재판에 넘겨져도 집행유예나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 이유를 강민우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기자>

지난 1월 한 인터넷 방송국 영상입니다.

[A 씨/피해자 : (누워 있지 말라고 또 뽀뽀해버리기 전에…) 아 꺼져 진짜! 아프다고! (좋아 그래도?) 아프다고요!]

거부 의사를 밝힌 여성은 지적장애인 A 씨.

방송을 진행한 이들은 A 씨의 옷을 벗게 하거나 몸을 만지기도 했습니다.

시청자가 방송 도중 돈처럼 주는 이른바 '도네이션', 기부를 받았으니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A 씨를 압박했던 겁니다.

이들은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한 기관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였고 다시 함께 방송하고 싶다는 겁니다.

[서민경/경기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간사 : (과거) 장애로 인해서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원만한 친구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더라고요.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방송하고 함께 생활하는 것에서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믿는 거죠.)]

이 사건은 진행형이지만 지적장애인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자신의 진술이나 처벌 의사를 바꾸면서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는 흔히 발견됩니다.

지난 2017년 전남에서 13살 지적장애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남성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 감형 참작 사유였습니다.

[이기림/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팀장 : 구분하지 못하는 거죠. 나한테 선의로 다가오고 호감이 있는 사람인 건지, 나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인지.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헌신적으로, 쉽게 마음을 주고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 학대 범죄 판결문 1천210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성적 학대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신체적, 정서적 학대, 경제적 착취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60%대로 더 뜁니다.

장애인 피해자의 자기방어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가해자가 악용하기 때문에 처벌 강도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양형 기준 강화를 비롯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최대웅,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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