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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이 질겁하는 '아파치'…무관심한 '마린온 무장형'

북한이 우리 군 전력 증강 사업을 맹비난했습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가 어제(18일) "남조선 호전 세력이 첨단무기 개발과 매입에 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건 전쟁 준비를 다그치겠다는 것, 동족과 한사코 전쟁 대결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대외매체 메아리를 통해 "남조선 군부가 무분별한 무력 증강 책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북침 전쟁 준비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육군이 추가 도입하는 공격 헬기 아파치 가디언

지난달 31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 육군 아파치급 공격헬기 추가 도입, 신형 이지스 구축함 후속함 건조, 유도폭탄 구매 등을 일컫는 것입니다. 특히 육군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 증강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군은 올해까지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들여온 데 이어 내년부터 2028년까지 추가로 36대 더 들인다는 계획입니다.

헬파이어 공대지 유도탄, 스팅어 공대공 유도탄, 70㎜ 로켓, 30㎜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최고 순항속도 269㎞/h로 적진을 헤집는 괴물 공격헬기를 자꾸 도입한다고 하니 북한이 발끈할 수밖에요. 역으로 생각하면 아파치 가디언은 우리에게 훌륭한 무기입니다. 북한이 시비를 거는 우리 무기들은 북한한테는 아프고, 우리에게는 든든한 무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입 벙끗 않는 무기는 북한이 우습게 본다는 뜻일 터. 해병대에 강요하는 마린온 무장형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이 질겁하는 우리 무기들

F-15K에서 발사돼 표적을 타격하는 타우러스 미사일

북한의 반발이 가장 컸던 우리 무기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입니다. 2016년 8월 북한 외무성은 독일 정부를 비난하면서 타우러스 수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논리는 "분쟁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독일 국내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는데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수출통제법에 근거한 수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북한은 포기하지 않고 2018년 3월 우리민족끼리, 노동신문 등 여러 관영매체를 동원해 타우러스를 비난했습니다.

그만큼 타우러스는 북한에게 아픈 무기입니다. 관성항법장치(INS)와 군용위성항법장치(MIL-GPS), 그리고 영상기반항법장치(IBN), 지형참조항법장치(TRN)를 엮은 복합 유도장치를 이용해 정밀하게 500km를 비행합니다. 워낙 낮게 날아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이 적고 강화콘크리트 수미터를 뚫을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납니다. 표적만 주어지면 F-15K가 대전 정도 상공에서 북한 어디든 족집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공군이 올해 말까지 총 40대를 도입하는 F-35A도 북한의 단골 비난 메뉴입니다. 5세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적 레이더의 전파를 반사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이 강점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요격하기 까다로우니 머리 위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우리 고체연료 로켓 기술도 경계합니다. 작년 8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되고 고체연료 로켓을 이용한 군사정찰위성 가능성이 제기되자 북한 매체 메아리는 "이중적 처사", "동족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도 관심 없는 해병대 마린온 무장형

국산 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선두의 헬기가 마린온 무장형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상반기 내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해병대용 공격헬기로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 기반의 마리온 무장형을 선정할 계획입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전 해병대 사령관이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니라, 기동성과 생존성이 우수한 공격헬기를 해병대는 원한다"고 어렵사리 입을 뗀 덕에 사업 재검토를 했는데 결과는 역시 마린온 무장형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북한은 수리온, 마린온, 마린온 무장형에 전혀 관심 없는 듯 말 한 자락 꺼낸 적 없습니다.

비싸고 뚱뚱하고 느리고 무장 빈약해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개발한 국산 헬기니까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육군은 수리온을 다목적 수송헬기로, 해병대는 마린온을 상륙기동헬기로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소방청, 산림청 등도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헬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해병대에 필요한 것은 상륙작전 시 적 해안과 하늘을 쓸어버리며 해병들을 엄호하는 공격헬기입니다. 빠르고 날렵하고 막대한 공대지 · 공대공 무장을 장착해야 합니다. 마린온 무장형은 그런 기능 없습니다. 마린온 무장형은 무장한 헬기일 뿐입니다. 덩치가 더 커져서 수리온, 마린온보다 생존성이 취약합니다.

그럼에도 자주국방과 경제적 편익의 논리에 밀려 마린온 무장형이 해병대 공격헬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빅 마우스(big mouth)'의 육군은 아파치 가디언을 넉넉히 두 번씩 사는데, 전투만 잘하지 말주변 없는 해병대는 마린온 무장형에 감지덕지해야 할 처지입니다.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한다는데…

보직신고를 받으러 가는 문재인 대통령과 오른쪽 빨간명찰의 김태성 신임 해병대 사령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해병대 사령관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으며 김태성 신임 사령관에게 "세계적 수준의 정예군이 되길 바란다",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까지 강한 국방력이 필요하고 그 선두에 해병대가 서달라", "서해 주민과 어민들을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해병대는 과거에도 세계적 수준의 정예군, 강한 국방력의 선두, 서해 지킴이였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타군과 북한을 압도하는 전투력과 기개를 보여줄 것입니다. 타군에 비해 언제나 살림살이 빠듯하지만 정신력과 명예로 버텨온 해병대의 전통입니다.

창설한 지 72년이나 됐으니 여건이 바뀔 만도 한데 해병대에 무르고 낡은 무기 떠맡기는 못난 전통도 굳건합니다. 문 대통령이 김 신임 사령관에게 "정부가 (해병대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는데 진짜로 뭘 좀 뒷받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해병대도 육군처럼 아파치 가디언이나 바이퍼 공격헬기로 무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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