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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좋더라"…댓글도 관리하는 맘카페 뒷광고

<앵커>

지난해 유명 유튜버들이 자기가 실제 써 본 거라면서 어떤 제품을 소개했던 게, 알고 보니까 돈을 받고 광고했던 거라는 사실이 드러나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인터넷 카페에서 이런 일들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글이 많고 또 워낙 교묘해서 진짜 사용 후기인지, 아니면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박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임산부 종합비타민'에 관해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 비타민을 먹고 있다,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어 도움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건 실제 사용 후기일까요, 아니면 돈을 받고 쓴 광고일까요.

SBS 취재진이 사용 후기를 가장한 광고, 즉 '뒷광고'의 실체를 듣기 위해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A 씨/홍보대행업체 관계자 : (이런 마케팅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맘카페라는 거예요. 구 단위 맘카페가 가장 많습니다.]

일부 맘카페에 뒷광고가 나오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쪽에서 홍보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뒷 광고를 의뢰합니다.

홍보 대행업체는 수수료를 떼고 맘카페에 돈을 줍니다.

맘카페 뒷광고

그리고는 홍보 대행업체가 갖고 있는 수백 개의 아이디로 뒷광고를 올리는데, 이때 이 일부 맘카페 운영진이 이를 모른 척한다는 겁니다.

[A 씨/홍보대행업체 관계자 : 맘카페 관리자한테 뒤쪽으로 돈을 줘야 하는 건데 불법인 게 되죠, 사실. 무조건 마케팅 업체한테 (대행으로) 진행을 시킵니다. 거의 대부분 메일이나 쪽지로 이뤄져요.]

직접 맘카페들과 접촉해봤습니다.

한 운영진은 이미 올라와 있는 뒷광고들을 보여주면서 일반 회원인 것처럼 일상적인 글들도 섞어 올리면 효과가 좋다고 조언합니다.

[맘카페 운영진 : 자연스럽게 후기, 내가 써보고 하는 것처럼. 그만큼 매출이 잘되고 좋으니까.]

다른 곳도 비슷합니다.

후기를 가장한 광고는 1건에 11만 원, 상담 비용은 1시간에 5만 5천 원이라며 가격표를 보내온 곳도 있었습니다.

광고노린 맘카페

이런 과정을 모르는 소비자들로서는 광고 글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홍보대행업체 팀장 : 사실 카페 내부 회원들이 보고 눈치챌 수 있게 작업을 하진 않거든요. 댓글도 저희가 임의로 다 배치를 해놓거든요.]

실제로 이들이 작업했다는 글들을 찾아보니 "개인적인 경험", "직접 써봤다"라고 그럴듯하게 적어놨습니다.

동네 맛집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견기업도 있습니다.

[홍보대행업체 팀장 : 맛집 (후기) 같은 경우 거의 95% 이상 다 광고글이라고 보셔도 괜찮아요. 저도 이 일을 하지만 이걸 보고 맛집을 찾아가진 않거든요.]

이런 뒷광고는 표시·광고법 위반입니다.

적발되면 광고를 의뢰한 업체는 매출의 2% 또는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내야 하고, 검찰 고발로 이어져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뒷광고를 작성한 홍보대행업체와 일부 맘카페 운영진도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는 등 광고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임을 알면서도, "익명이라 걸리지 않을 거다" "효과가 좋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뒷광고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차영란/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일부) 맘카페 같은 경우는 익명성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더 쉽게 암암리에 이렇게 할 수가 있는 거죠.]

이러다 보니, 아예 광고 수익을 노리고 인위적으로 만든 맘카페도 일부 있습니다.

한 구인 구직 사이트.

카페의 회원 수를 늘려준다는 글들이 수백 개 올라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격을 물었더니 33만 원을 내면 2천 명을 늘려준다고 말합니다.

광고 수익을 노리는 일부 맘카페는 이렇게 유령 회원으로 회원 숫자를 늘린 뒤 진짜 회원들이 유입돼서 카페가 활성화되면 본격적으로 광고를 파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칭찬 일색인 후기 글들은 일단 의심하라고 조언합니다.

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뒤, 같은 제품이 여러 맘카페에, 그것도 일정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올라왔다면 뒷광고일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달부터, 이런 뒷광고들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 상시 감독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소지혜,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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