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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사전투표에선 어디가 웃었을까?

[마부작침] 사전투표에선 어디가 웃었을까?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작성 2021.04.19 14:01 수정 2021.04.19 14: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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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를 둘러싼 몇 가지 고정관념들이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범 진보세력이 유리하고, 또 젊은 세대가 많이 참여한다는 거다. 이번 4·7재보선 사전투표만 뜯어보니 이는 편견일 뿐이었다. 투표율은 역대 재보선 사전투표 사상 최고치인 20.54%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모두 사전투표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큰 득표율 차로 이겼다. 또한 전국에서 투표한 사전투표자 가운데 60대 이상 세대 비율이 가장 많았다.

전국 단위의 첫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였다. 당시 전체 투표율(56.8%) 대비 사전투표율(11.5%) 비율은 20.2%였다. 이번 재보선에서 그 비율은 37.0%까지 늘었다. 투표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전투표에 나선 수준이다. 사전 투표자 수가 늘어난 만큼 시행 초기와 다르게 사전투표 결과도 본투표까지 합쳐진 최종 개표 결과와 더 가까워진 건 아닐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재보선 사전투표 데이터를 분석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관내 사전투표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공개 데이터가 바탕이다. 재보선 개표 데이터 분석의 마지막 편이다.
 

20대 이하는 줄고, 60대 이상은 늘고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누구일까? 마부작침은 2014년 6회 지방선거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의 5번의 선거와 이번 4.7 재보선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연령별 정보를 분석했다. 세대별로 변화 차이가 크게 보인다. 20대 이하의 유권자는 2014년 6회 지방선거부터 2017년 대선까지는 전체 사전투표 인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사전선거 도입 초기에는 젊은 층의 참여가 많았다. '사전투표는 젊은 세대가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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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8년 7회 지방선거부터는 1위 세대가 바뀐다. 60대 이상이 압도하기 시작한다. 이번 선거까지 1위를 계속해 차지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에서 60대 이상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36.1%를 기록했다. 상승세다. 반면 20대는 2016년 총선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이번 재보선에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중 20대 이하의 비율은 12.1%로 전체 세대 중 꼴찌였다.

성별 정보까지 함께 보자. 고령층 참여도가 눈에 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유권자 층은 60대 남성이었다. 유일하게 3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참여했다. 전체 사전투표자의 12.2%다. 70대 이상 남성은 19만 5,879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20대 이하 사전투표 참여자 수 13만 7,346명보다 5만 명이나 많은 수치다. 도입 초기에 비해 사전투표에 고령층 참여도가 크게 증가한 거다. 그렇다면 보수 정당에 유리해진 거라 할 수 있는 걸까? 구 단위로도 살펴보자.
 

박영선 후보, 사전투표 11개 구에선 웃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크게 승리했다. 사전투표 때도 큰 격차가 이어진 건지 확인해 봤다.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공개된 <개표 단위별 개표 결과> 자료를 분석했다. 구 별 사전투표 결과를 파악했다. 동 단위로 집계되는 관내 사전투표와 구 단위로 집계되는 관외 사전투표를 합친 결과다. 우선 서울 전체로 보면 박영선 후보는 사전투표 때 45.9%의 득표율을 얻었고, 오세훈 후보는 51.4%를 얻었다. 최종 결과보다는 확실히 득표차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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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다 차이를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영역 그래프로 나타냈다. 영역의 앞부분은 사전투표에서의 두 후보 득표율을 나타낸다. 영역의 마지막 부분은 4월 7일 당일 투표 결과를 합친 최종 투표 때의 득표율을 나타낸다. 만일 사전투표 때의 결과가 최종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면 영역 그래프에서 가로지르는 선은 없게 된다. 사전투표와 최종 개표 결과가 뒤바뀌면 X자 형태의 선이 보이게 된다. 위의 예시를 보면 사전투표 때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이 높다. 그러나 박영선 후보가 4월 7일 있었던 투표 결과까지 반영한 최종 개표 결과에서 오세훈 후보에 역전을 당했다면, 지역구의 그래프는 X자 형태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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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에서 사전투표와 최종 투표의 결과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1곳에서 박영선 후보가 사전투표 때는 승리했다는 의미다. 박영선 후보는 한강 이북 7개 구(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서대문구, 종로구, 성북구, 중랑구)과 한강 이남 4개 구(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에서 웃었다. 강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강을 직접적으로 맞대고 있지 않는 지역들이다. 그러나 이 곳의 사전투표 득표율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격차가 가장 큰 곳인 관악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곳의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은 51.4%로 오세훈 후보의 44.8%보다 6.6% 더 우세했다.

최종 득표율과 비교해, 선거 당일 아닌 사전투표날에 범 진보 정당 후보 지지가 더 강한 건 확실했다. 모든 구에서 사전투표 때의 박영선 후보 득표율이 최종 득표율보다 더 높았다. 그래프 상에서 하늘색 선(붉은색 영역 밑에선 보라색 선)은 모든 구에서 항상 높았다가 낮아지는 우하향의 모습이다. 다만 사전투표의 진보 강세가 최종 결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진보세력의 표 결집이 선거 당일에도 이어졌다면 최종투표때 수치가 올라가는 하늘색 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 25개 구 어느 곳에서도 우상향의 하늘색 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관내 사전투표> 데이터 분석…관악구 95.2% 동 박영선 선택

동 단위로 더 자세히 사전투표 결과를 분석해보자. 마부작침은 동 단위로 분석 가능한 '관내 사전투표 데이터'를 시각화했다. 서울 전체 행정동 424개 별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한 지역은 파란색 삼각형이 솟아 있고, 오세훈 후보가 승리한 곳은 빨간색 삼각형이 솟아있는 식이다. 두 후보 사이 득표율 차가 크면 클수록 삼각형 높이는 커진다.

다만 이 분석 자료가 전체 동의 사전투표 민심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전투표는 관내 투표와 관외 투표를 합친 결과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읍면동 단위로 확인 가능한 데이터는 관내 사전투표 데이터다. 유권자가 주소지와 다른 지역에서 투표하는 관외 사전투표는 동 데이터가 없고 구 단위로 일괄 집계한다. 때문에 이 지도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거주 동 사전투표한 유권자의 민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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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사전투표 데이터 분석 결과, 서울 전체 행정동 424개 가운데 189개가 박영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4월 7일 최종 결과에서 단 5개의 동만 선택한 바 있다. 강남구를 제외하고 모든 구 1개 동 이상에서 박 후보는 승리했다. 특히 진보 강세지역으로 분류된 구들에서 사전투표 때 박영선 후보를 선택한 흐름이 보였다. 관악구는 총 21개 동 가운데 20개 동(95.2%)이 박영선 후보를 더 지지했고, 금천구도 10개 동 중 9개 동(90.0%)이 관내 사전투표에서 박영선 후보를 선택했다. 전통적으로 범 진보 지지세가 강했던 마포구는 16개 동 중 9개 동이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보수 강세 지역은 오세훈 후보를 확실히 밀어줬다. 강남구는 22개 동 모든 곳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서초구 18개 동 가운데 단 1개 동(양재2동)만 박영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송파구도 27개 동 중 2개 동(삼전동, 석촌동)만 박영선 후보 선택했고 나머지 동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강동구도 강남 3구에 버금갈 정도로 사전투표 때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는데, 전체 17개 동 중 1개 동(강일동)에서만 박영선 후보가 승리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 동네서도…'관내 사전투표'서 빨간 삼각형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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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지역구별로 관내 사전투표 결과를 나타내 봤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승리했던 8개 선거구(용산구, 강남구 갑, 강남구 을, 강남구 병, 송파구 갑, 송파구 을, 서초구 갑, 서초구 을)에 속하는 동의 관내 사전투표는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 결과 다른 지역들보다 높은 빨간색 삼각형이 위치해있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여당 지역구에서는 파란색 삼각형이 더 많이 솟은 걸 볼 수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빨간색 삼각형이 우뚝 솟아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제외하고 구 단위의 사전투표(관외+관내)에서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 가장 높았던 지역 TOP3는 성동구, 강동구, 영등포구로 분석됐다. 성동구에서 오세훈 후보는 53.9%의 득표율을 얻어 박영선 후보(43.6%)를 10.3%p차로 앞섰다. 13개의 성동구 동이 포함된 중구 · 성동구 갑 지역구를 보면 용답동과 왕십리2동을 제외한 11개의 동에서 관내 사전투표 결과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꺾었다.

오세훈 후보가 53.6%의 득표율을 얻은 강동구의 지역구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강동구의 2개 지역구(강동구 갑, 강동구 을)에서 강동구 갑의 강일동을 제외하곤 모든 동의 관내 사전투표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영등포구에선 오세훈 후보(52.1%)가 7.0%p 격차로 박영선 후보(45.1%)를 꺾었지만 지역구별로 상이했다. 영등포구 갑 지역구에서는 9개 동 중 2개 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세훈 후보가 관내 사전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영등포구 을 지역구에선 9개 동 중 5개 동에서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마포구 을 지역구의 사전투표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사전투표 분석 결과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마포구 을 지역구 9개 동 가운데 2곳만 빨간색 삼각형이 솟았고, 나머지 지역은 박영선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으로 오해할 수 있다. 다만 마포구 관외 사전투표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적확한 해석은 아니다.

관내 사전투표에서 마포구 을에 속하는 9개 동은 박영선 후보에게는 1만 17,807표를 주었고, 오세훈 후보에겐 1만 6,060표를 던졌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747표. 관내 사전투표로만 득표율을 계산하면 정청래 의원의 주장대로 5.0%p 차이가 난다. 하지만 마포구 전체의 관외 사전투표에서 두 후보가 각각 5,000표 이상 얻었다. 상황에 따라 관내 사전투표의 격차를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투표 결과를 여당 승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정청래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사전투표에서도…부산은 국민의힘이 압승

부산의 동 단위 결과는 어떨까? 부산도 관내 사전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동 단위로 시각화했다. 박영선 후보가 선전했던 서울의 사전투표와는 다르게 부산은 박형준 후보가 압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사전투표 때 승리하는 동은 단 2곳으로 강서구의 가덕도동과 명지2동뿐이었다. 하지만 가덕도동에서도 두 후보 간 격차가 1.3%p(김영춘 49.9%, 박형준 48.6%)로 상당히 접전이었고, 넉넉하게 승리했던 지역은 9.5%p 격차(김영춘 54.1%, 박형준 44.6%)로 이긴 명지2동이 유일했다. 명지2동에서만 과반이 넘는 유권자가 김영춘 후보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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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격차가 컸던 동네는 해운대구 우3동으로 분석됐다. 이곳에서 박형준 후보는 72.1%의 득표율을 얻었는데 김영춘 후보와의 격차는 무려 45.8%p로 나타났다. 우3동과 더불어 격차가 40%p 넘었던 중구의 남포동에서도 박형준 후보는 70.5%의 지지를 받았고, 동구의 초량6동에서는 69.9%의 득표율을 보였다.

취재: 유덕기, 배여운,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수민,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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