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판치는 빙상계…"실업선수 30%는 신체 폭력 경험"

빙상 종목 실업선수들이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언어·신체·성폭력 등 폭력 피해를 훨씬 자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15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빙상종목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조사는 2019년 7∼8월 전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학생선수, 실업선수 등 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서 빙상선수 응답 데이터를 추출하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 빙상종목은 실업선수 그룹뿐 아니라 대학생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초·중·고 학생선수 그룹에서 모든 유형의 폭력 피해 경험이 전체 평균 응답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빙상선수 중 신체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은 26.2%였고 중학생 20.2%, 고등학생 22.1%, 대학생 29.4%, 실업선수 31.2%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운동종목 평균(초등학교 13.0%, 중학교 15.0%, 고등학교 16.0%, 대학교 33.0%, 실업팀 15.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빙상선수들의 신체폭력 주기는 전체적으로는 '1년에 1∼2회'라는 응답이 많았으나, 실업선수 집단에서는 '1달에 1∼2회'라는 응답이 45.0%,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도 25.0%나 차지했습니다.

폭력 가해자는 학년과 상관없이 지도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권위는 "일반적으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또래나 선배에 의한 체벌이나 폭력이 심각해지는데 빙상종목은 학년과 상관없이 주된 폭력의 행위자가 지도자"라고 부연했습니다.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빙상선수가 전체 운동선수보다 대체로 높았습니다.

성폭력 피해 경험 응답률은 실업팀 선수가 17.1%로 다른 학생선수 그룹이나 전체 운동선수 응답률보다 높았습니다.

인권위는 "실업팀 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성폭력 심각성이나 개선에 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빙상 선수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과도하게 긴 시간 훈련을 받으면서 반복적 수업 결손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전과 오후 수업을 모두 듣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64.5%, 중학교 63.0%, 고등학교 29.4%로 나타났는데, 전체 종목의 평균(초등학교 75.1%·중학교 85.6%·고등학교 53.5%)보다 낮았습니다.

인권위는 "일부 지도자들에 의한 빙상장 독점화, 국가대표 코치 및 선수 선발권, 실업팀과 대학특기자 추천권 등이 전횡되면서 선수-지도자 사이의 위계 구조가 매우 공고해져 지도자들의 폭력이 공공연하게 용인됐다"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 묵인 관행이 인권침해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에게 '빙상종목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과 인권 행동규범·훈련 가이드라인 마련, 정관 규정을 통한 지도자 자격기준 강화 등을 권고했습니다.

교육부 장관에게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중 '과외교습'에 체육교습을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공공체육시설(빙상장) 독점을 방지하는 방안 마련을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