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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2개월 여아, 모텔서 태어나 도와달라 했는데…"

"뇌출혈 2개월 여아, 모텔서 태어나 도와달라 했는데…"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1.04.14 12:07 수정 2021.04.14 16: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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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뇌출혈 2개월 여아, 모텔서 태어나 도와달라 했는데…"
▲ 아기를 모텔에서 출산한 부부가 남기고 간 각종 물품

"지난해 여름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20번 넘게 하루 이틀씩 모텔에 와서 지냈어요. 모텔에서 아이까지 낳아 동사무소에 여러 번 연락해 큰일 날 거 같다고 꼭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났네요."

인천 한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여아가 2개월 전 태어난 인근 다른 모텔의 주인 박 모(67)씨는 오늘(14일) 언론 통화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해당 모텔은 어제 0시 3분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생후 2개월 된 A양이 태어난 곳입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 양은 지난 2월 16일 오전 10시 30분쯤 이 모텔 객실 안 화장실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일 친부 B(27)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탯줄을 자르고 A 양과 그의 어머니인 산부 C(22) 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모텔 주인 박 씨는 "119가 와서 출산을 했다고 하길래 객실에 올라갔더니 방이 엉망진창으로 돼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모텔에서 아이를 낳으면 어떡하느냐고 야단을 쳤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어 "소방대원들에게도 꼭 좀 도와달라고 했고 동사무소에도 연락해 이대로 놔두면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도와달라고 했다"며 "혹시라도 잘못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꼭 좀 도와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A 양은 어제 인근 다른 모텔에서 아버지 B 씨, 오빠와 함께 지내던 중 뇌출혈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A 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B 씨를 긴급체포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B 씨 부부는 A 양이 태어나기 한참 전인 지난해 6∼7월부터 20여 차례 박 씨의 모텔을 찾아 매번 1∼2일 정도를 머물렀습니다.

어린아이와 자주 모텔을 찾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 씨가 이유를 묻자 B 씨 부부는 처음에는 "여행을 왔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이사를 해야 하는데 날짜가 맞지 않아 모텔에서 지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B 씨 부부는 A 양이 태어난 뒤에는 박 씨의 모텔로 돌아가지 않고 인근 다른 모텔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기를 모텔에서 출산한 부부가 남기고 간 각종 물품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박 씨는 "출생 이후에는 더는 모텔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아기 엄마 옷이랑 아기용품 등을 그대로 두고 가 혹시 몰라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시 모텔에 오면 도움을 받을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며 "동사무소에도 여러 번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혀를 찼습니다.

B 씨 가족이 지낸 인근 다른 모텔 주인의 연락으로 관할 지자체인 부평구 직원들이 모텔을 방문해 복지서비스와 출산지원금에 대해 안내하고, 아기용품과 밑반찬 등을 지원했으나 지난달 중순 B 씨 부부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앞서 인천시 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A 씨 부부와 1주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달 5일 경찰에 공문을 보내 소재지를 확인해달라면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모텔 방에 없었던 B 씨의 아내 C 씨는 사기 혐의로 이미 이달 6일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 씨는 이달 초 아내 C 씨가 구속된 뒤 혼자서 어린 두 자녀를 돌봤습니다.

박 씨는 B 씨에 대해 "언어가 거칠지 않고 공손했다"며 "아이를 모텔에서 낳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기 엄마는 출산 뒤 자신의 옷이 아닌 모텔 가운을 입고 가서 옷을 가지러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정이 딱해 보여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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