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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한쪽에선 "백신 부족"…한쪽에선 "달걀 줄테니 맞아라"

[월드리포트] 중국 한쪽에선 "백신 부족"…한쪽에선 "달걀 줄테니 맞아라"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4.09 16: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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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놓고 중국에선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백신 부족을 이유로 접종을 중단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달걀 등 사은품을 나눠주며 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땅이 넓고 지방 정부별 정책이 다르다고 해도 '엇박자'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남부 지역 백신 접종 중단 잇따라…"백신 공급 부족"

중국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4월 3~5일 칭밍제(청명절) 연휴 기간 중국 여러 지역에서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하이커우시는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에 대한 2차 접종을 4일부터 중단했습니다. 1차 접종만 허용한 건데, 백신 공급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2차 접종 시기는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3주에서 최대 8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중단 통보문'
광시좡족자치구 둥싱시는 3일부터 아예 1차 접종까지 중단했습니다. 역시 백신 재고 부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둥싱시는 백신이 확보되면 1차 접종보다는 2차 접종을 우선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하이커우시와는 다른 방식입니다. 광둥성 차우저우시에서도, 저장성 진윈현 등에서도 백신 부족을 이유로 접종이 중단됐습니다.
 

중국 주요 도시 "백신 접종하면 달걀 · 참기름 · 공원 입장권 제공"

반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판촉 행사'가 한창입니다. 백신 접종 장소나 아파트 단지 게시판, 길거리 등에 '백신을 맞으면 달걀을 나눠준다'는 안내판이 붙었습니다. '60세 이상이 2차 접종을 마치면 달걀 2상자를 준다'는 식입니다.

베이징 시내에선 '백신을 접종하면 달걀을 나눠준다'는 안내문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백신 접종 사은품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참기름을 주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유료 공원의 무료 입장권을 주기도 합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에게 각종 쇼핑 쿠폰을 나눠주는가 하면, 지방 정부 관리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60세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 참기름과 공원 무료 입장권을 준다고 써붙인 안내문들

중국 "올해 안에 인구 70% 백신 접종 · 집단 면역"…실현될까

중국 보건 당국은 매일 자국민의 백신 접종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전인 7일까지 1억4천907만 회 접종했습니다. 3월 24일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 횟수가 8천585만 회였는데 불과 2주 사이 6천322만 회 증가한 것입니다. 하루에 451만 회 접종한 꼴입니다. 우리나라의 지금까지 누적 백신 접종자가 9일 0시 기준으로 116만 명이니 실로 엄청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4월 7일 기준으로 누적 백신 접종 횟수는 미국에 이어 중국이 세계 두 번째로 많지만,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세계에서 19번째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4월 7일 현재 중국의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10.36회로, 이스라엘(117.72회), 아랍에미리트(88.04회), 칠레(59.61회), 영국(55.08회), 미국(51.27회) 등에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브라질(11.38회)보다도 낮습니다.

옥스퍼드대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집계한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 4월 7일 기준 중국은 인구 100명당 10.36회로, 브라질 등보다 낮다.
중국은 오는 6월까지 14억 인구의 40%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펑둬쟈 중국백신산업협회장은 "올 연말까지 인구의 70%가 백신을 접종해 집단 면역을 실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도 베이징은 접종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다음 달이면 2천100만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에 들어갔습니다. 그만큼 다른 지역의 접종 속도는 늦춰질 수 있습니다. 주요 도시에 비해 지방 도시 주민들이 방역 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중국은 1억 회 분량의 자국산 백신을 100여 개 나라에 수출하거나 기부하는 등 백신 외교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의 백신 부족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다른 나라에 생색내려다 정작 자국민에게는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은 지금의 백신 부족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대규모 부족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또, 상대적으로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먼저 백신을 제공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달걀이나 참기름까지 주면서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것을 보면,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자국산 백신 접종을 꺼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상하이 질병통제센터가 주민 177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이 백신 접종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접종 희망자보다 실제 백신 공급이 부족한 것인지, 백신 부족이 접종 중단의 이유인지, 연말 '집단 면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중앙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있는지, 그 어떤 것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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