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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차별' 아십니까?…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앵커>

별생각 없이 아니면 좋은 뜻에서 남에게 건넨 한 마디가 듣는 사람한테는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장 안 하니까 좀 아파 보인다'라든지 '남자가 왜 이렇게 운전을 못 하냐' 무심코 한 말일 수 있지만 이게 듣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또 차별일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이런 차별이 얼마나 많은지, 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오늘(5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셔틀버스 대기 공간입니다.

더위·추위를 피하라고 만든 건데 이 공간의 이름은 '맘스스테이션'입니다.

먼지차별

엄마와 정거장을 합친 단어인데, 육아를 여성의 영역으로만 제한하는 차별 언어라는 지적이 나왔고 서울시는 2년 전 '어린이 승하차장' 등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권고했습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미묘한 차별을 일상 속 차별, 혹은 먼지 차별이라고 합니다.

'먼지 차별'은 먼지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주변에 쌓여 있고 동시에 유해하다는 뜻입니다.

이 차별, 어떤 사람은 매일 당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가해자라는 것조차 모르고 지냅니다.

[정윤정/성 평등 프로젝트팀 '유리사다리' : 사소하고 미묘한 표현이나 행동일 수 있지만, 대상자에게 차별이 될 수 있는 발언, 행동(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을 말하는 걸까요?

Q. 나는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너 몇 살이야?]

['돼지'라는 말…]

[화장을 안 하니 '아파 보인다']

Q. 대화 도중 미묘한 차별을 느낀 경험이 있다?

[40대 여성 : 제가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아직 없거든요. (주변에서) '병원 가봐야 되는 것 아니냐', '여자는 나이가 많으면 임신이 안 되니까'… ….]

Q. 한국은 인종 차별이나 지역 차별은 덜하다?

[20대 남성 :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듣는 말이 '너는 사투리 안 쓴다', 부산에 산다고 다 사투리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부산 사람은 무뚝뚝하고 거칠지 않느냐'(라고)… ….]

하지만, 이런 일상 속 차별들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슨 남자가 운전도 못 해"나, "장애인 여러분, 희망을 가지세요" 같은 25개의 차별적인 표현을 주고 골라보도록 했습니다.

한 사람당 평균 10개의 문항밖에 고르지 못했습니다.

차별적 표현 가운데 전체의 60% 정도는 찾아내지 못한 겁니다.

[김수정/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장 : 이런 식의 우호적인 차별(표현)도 결국 계속해서 결국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해는 일이고, 공고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남녀가 다르다는 의식에 기반을 둔 성차별입니다.

먼지차별

예를 들면 "PC방 알바의 꽃은 카운터니까, 화장을 하라"는 식입니다.

[20대 여성 : PC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님께서 '카운터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꽃이니까, 네가 화장도 하고 옷도 좀 예쁘게 입고 와야 된다'(라고)… ….]

[이연지/'언니 차' 프로젝트 기획자 : '여성분인데 잘하시네요', 아니면 '여자는 굳이 힘들게 1종 대형 면허 안 하셔도 돼요' 호의 같거나, 칭찬하는 것 같은 말들 속에도 사실은 굉장히 차별적인 생각이 들어 있는 거죠.]

장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 가족/'먼지 차별' 경험 사례 : (행사장에서) 다른 분들은 자연스럽게 입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관계자가) 저희만 세워두고 '어떻게 오셨나요?' 계속 물으셨고, (장애인인) 남편이 저에게 '나 때문인가 봐' 하고 슬픈 표정을 짓더라고요.]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먼지 차별도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 여성/한국 거주 12년 : 출입국 관리사무소 갔을 때 아니면, 주민센터 갔을 때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냥 외국인이다 보니까 (공무원이) 자기도 모르게 반말을 하더라고요.]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한국 거주 17년 : 특히 이런 말도 많이 해요. '베트남 사람들은 다 착해'. 꼭 베트남 사람이라서 착해야 된다, 이런 강요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박정연 교수/유한대 보건복지학과 : (베트남 이주 여성들을) '착하다'라고 말을 하는 표현에는 이분들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 그 배경(국제결혼)에 대한 편견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뭐 그런 것까지 따지느냐"는 말을 들을까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주변 제삼자가 "이게 차별이다"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또 먼저 이런 먼지 차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점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황지영, VJ : 김영삼,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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