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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하다하다 '해킹 프로그램 장착'한 노인용 휴대전화까지 등장

[월드리포트] 하다하다 '해킹 프로그램 장착'한 노인용 휴대전화까지 등장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21.04.06 09: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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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공안(경찰)에 휴대전화 문자로 사기(스미싱)를 당했다는 사건이 접수됐습니다. 피해 금액은 6천4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110만 원이었습니다. 공안은 문자를 발신한 번호를 추적했는데, 쓰촨성에 사는 75세 노인의 휴대전화 번호였습니다. 이 노인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문자를 발송한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통신 기록에는 석 달 동안 200여 개의 전화로 380여 건의 문자가 발송됐고, 2G 인터넷도 사용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해킹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송욱 취파용
노인은 스마트폰이 아닌 노인들을 위한 여러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인 이른바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쓰촨성 공안은 이 노인용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이 삽입돼 있었고, 이를 통해 외부에서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종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노인의 휴대전화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공안은 제조업체 등을 조사하면서 해킹 프로그램이 외부 다운로드를 통해 들어온 게 아니라 휴대전화를 제조할 때부터 심어져 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공안은 이어 선전에 있는 과학기술회사를 덮쳤는데, 해킹 범죄 일당이 만든 회사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칩을 메인보드에 장착했고,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조립을 맡겼습니다. 이렇게 만든 휴대전화는 도용한 다른 회사 브랜드나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불법으로 유통하거나,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시장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안은 출고를 앞둔 해킹 프로그램이 심어진 휴대전화들을 압수했는데, 수량은 2만여 대에 달했습니다.

해킹 조직을 압수수색 중인 중국 공안
이 조직이 만든 해킹 프로그램은 실제 휴대전화 판매 통계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문자메시지 관리와 앱 구독 등의 기능을 추가해 만든 것으로, 휴대전화 통신 카드를 꽂으면 자동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보내주고, 자동으로 일당들의 백엔드 서버와 네트워크로 연결해 목표 휴대전화를 제어할 수 있게 해 준다고 공안은 설명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부가 서비스에 몰래 가입하고, 사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거나, 각종 인증번호를 중간에 가로챘는데, 소유주가 통신 기록을 출력하지 않으면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검찰은 일당 19명을 기소했는데, 이들은 2013년부터 휴대전화 해킹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 휴대전화는 수백만 대에 달했고, 범죄 관련 금액은 2억 위안, 약 340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휴대전화를 68위안(1만1천 원)에 판다는 표지판
지난해 말 저장성 공안도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노인 휴대전화를 판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이들이 심은 해킹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된 휴대전화 번호는 330여만 대에 달했는데, 대부분 상표를 도용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싼 값에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해킹 범죄 일당은 단속과 제도 강화 등으로 실명 휴대전화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조와 제조가 쉬운 노인 휴대전화를 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중국에서 노인용 휴대전화는 저렴한 것은 우리 돈으로 몇만 원에 불과합니다. 또한 많은 노인들은 전자 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을 당한 사실도 파악하기 어려워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공안에 검거된 일당 가운데 과거 휴대전화 통신사업 종사자와 대학원생 등도 포함됐는데, 이들은 어린이용 휴대전화 시계와 스마트폰을 개조한 범행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진=중국 펑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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