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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주일도 못 버틴 검찰개혁

[취재파일] 일주일도 못 버틴 검찰개혁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21.04.04 09:49 수정 2021.04.05 16: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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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모두발언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조남관 대행이 처음으로 발표한 공식 메시지였습니다. 강조점은 '검찰개혁'에 찍혀 있었습니다. 조남관 대행은 특히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검찰 직접수사의 문제점을 개혁해야 한다며 두 가지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두 가지 개혁 - '별건수사 제한', '구속수사 지양'

첫째, 별건수사 제한입니다. 어떤 범죄 수사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 단서를 발견한 뒤 이어서 수사하는 이른바 '별건범죄 수사'를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하고, 허용할 경우에도 범죄 단서를 발견한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수사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무리한 구속수사 지양입니다. 조 대행은 "구속을 해야만 성공한 수사이고, 영장이 기각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하면 실패한 수사로 잘못 인식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구속수사는 법 취지에 맞게 도주나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경우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 직접수사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조남관 대행의 발표는 법무부의 지지도 받았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3월 29일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서 "진일보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대검은 대검대로의 프로그램을 따라 국민의 여망을 잘 파악해 소신껏 하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개혁 방침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 / 3월 24일

6일 만에 바뀐 지시…"원칙적으로 전원 구속"

그런데 검찰 직접수사 개혁 방침을 천명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3월 30일 조남관 대행은 또 다른 지시사항을 발표했습니다. 공직 관련 부동산 투기 범죄의 경우 "원칙적으로 전원 구속"하고, 이미 종결된 과거의 부동산 관련 사건을 다시 검토해서 "관련 범죄", 다시 말해 관련된 '별건' 범죄 첩보를 "수집·분석"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구속수사를 지양하고, 별건범죄 수사를 제한하겠다는 6일 전의 검찰 직접수사 개혁 방침과는 정반대로 해석되는 지시를 내린 겁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월 29일에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검찰과 경찰의 최고위간부들을 모아놓고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한 철저한 직접수사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검찰개혁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던 그간의 정부 방침과는 달리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하여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500명이면 전국 검찰력의 5%에 해당하는 인력인데, 이 인원을 직접수사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세균 총리의 발표 다음 날인 3월 30일 "원칙적으로 전원 구속수사" 등을 강조하는 직접수사 지시를 했던 것입니다. 구속수사를 지양하고, 별건수사를 제한하겠다는 검찰 직접수사 개혁 방안을 발표된 지 6일 만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과거 범죄를 분석해 관련 범죄 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로 뒤바꾼 셈입니다. 일주일도 못 버틴 검찰개혁이었습니다.

부동산 투기 근절 총력 대응 관련 대검 보도자료 / 3월 30일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무시되는 검찰개혁?

부동산 투기 범죄가 국민적 공분을 사는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구속수사 지양'이라거나 '별건수사 제한'이라는 개혁 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쁜 놈이 나타났을 때는 예외로 할 수 있는 개혁이라면 애초부터 개혁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구속수사 지양이나 별건수사 제한처럼 몇십 년 동안 검찰개혁의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했던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구속수사와 별건수사를 자제하라는 방침이 여러차례 발표됐음에도, 그동안 지켜지지 않은 것은 '나쁜 놈'들이 언제나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북한과 연루된 간첩단을 수사하는 것이 너무 중요해서 구속수사 자제 같은 개혁 방침을 지킬 수 없었고, 어떤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너무 급해서 별건수사 제한 같은 원칙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고 나쁜 놈이 나타나면 지킬 수 없는 검찰개혁은 결국 언제나 아무런 의미를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갔습니다.

검찰 직접수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정권 앞에 떨어졌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킬 때만 검찰개혁은 가능합니다. 어렵고 급한 사정이 생긴 이후에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이, 어렵고 급한 일이 생겨도 유지할 수 있는 검찰개혁만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편이 수사를 받을 때는 수사받는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해야 하고, 급히 처벌해야 할 누군가 또는 경쟁자가 수사를 받을 때는 철저한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권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검찰개혁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

일주일도 못 버티는 검찰개혁 대신 1년, 10년, 100년을 갈 수 있는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어렵고 급한 일이 생기고 우리 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상대 진영을 절멸시키고, 우리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검찰개혁을 활용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연상시키는 '적폐 청산'이 반복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처지가 바뀌어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형사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진짜 검찰개혁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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