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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기밀 유출 · '식물 소장' 체제 1년째…"개혁은커녕 정상화도 난망"

남세규 ADD 소장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사상 최대 기밀 유출사건이 불거진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작년 4월 말에 첫 보도가 나왔으니 3주 모자란 1년입니다. 기밀 유출의 여파로 ADD 조직은 크게 흔들렸고, 사건의 1차적 책임자인 ADD 남세규 소장은 '식물 소장'이 됐습니다.

남 소장의 3년 임기도 다 찼으니 작년 11월 신임 소장 공개모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못 뽑았습니다. 첫 모집 공고가 뜬 지 5개월을 넘어 반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ADD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가 됐습니다. ADD 창립 이래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군과 정치권, 방산업계는 ADD를 개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습니다. ADD는 업체들이 엄두도 못 내는 고난도의 국방기술 개발,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비닉(秘匿) 사업에 몰두하고, ADD가 개발한 절정의 기술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실전 무기화하는 게 개혁의 방향일 터. 기득권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상 최대의 기밀 유출사건으로 기득권은 있다 한들 힘을 잃었습니다. 전문성과 강단을 갖춘 신임 소장을 내세워 개혁을 밀어부칠 적기인데 허송세월입니다. ADD를 위한 ADD의 소장이면 되는데 국방부와 청와대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물 소장의 ADD…방향타 잃고 방황 중

요즘 방산업체에서도 웅성웅성, ADD 내부에서도 웅성웅성입니다. 대형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소장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뭐냐", "벌써 떠나야 할 처지인데 자기 사람을 고위직에 기용하는 인사까지 하고 있다"며 혀를 찼습니다. ADD의 한 간부는 "진흙탕이다", "연구소 분위기가 엉망이다"라고 탄식했습니다. ADD의 한 연구원은 "연구소를 정상화한 뒤 개혁을 논해야 하는데 일이 거꾸로 가고 있다", "출근은 하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토로를 하는 ADD 연구원이 한둘이 아닙니다.

작년 11월 시작된 소장 공모가 지지부진하면서, 이제는 남세규 소장의 유임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남 소장은 ADD 역사상 최대의 수치인 기밀 유출사건의 1차 책임자로서 영(令)이 서지 않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남 소장을 위해서도, ADD를 위해서도, 대한민국 국방과학을 위해서도 유익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전경

사실상 선장을 잃은 ADD는 항로를 잃었습니다. 밖에서는 개혁하겠다고 달려들지만 ADD 안에서는 리더십이 실종됐으니 그럴 수밖에요. "연구는 하는데 허공에 헛손질하는 기분"이라는 며칠 전 한 연구원이 기자에게 한 고백이 ADD의 현 상황을 잘 설명합니다. 신임 소장이 주도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새바람 불어넣고, 연구 조직의 역동성과 개혁성을 일깨워야 할 텐데 1년째 뒷걸음질입니다. 진보 정부는 자주국방을 강조하기 마련이어서 자주국방의 메카 ADD의 활약이 부각되는데, 이번 정부의 ADD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ADD를 개혁하겠다며 연내 구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태세입니다.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그전에 ADD 소장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ADD가 문 닫아야 하는 적폐가 아니라면 ADD의 의견도 무겁게 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합당한 권위의 ADD 소장이 필요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ADD 개혁안을 짜내면 국방과학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상실한 행정 편의적, 업계 편의적 방안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작년 7월, ADD를 찾아 연구원들의 의견을 듣는 문재인 대통령

국방부 · 청와대는 뭐 하나

이번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말까지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쏴대며 불안을 증폭했습니다. 때문에 국방부 참 바빴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서 국방부는 '외교를 뒷받침하는 군사' 하느라 또 바빴습니다.

요즘은 북한도 잠잠하고 대화도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던 군 내 사건사고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연대급을 넘어가면 실기동 연합훈련도 안 합니다. 지금까지 국방부가 이렇게 한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할 일 별로 없을 때 국방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국방의 하부구조 중 한 축이 국방과학이고 ADD입니다. 그런데 ADD는 1년째 엉망입니다. ADD 이사회의 이사장인 국방장관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입니다.

국방부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청와대로 넘겼습니다. 청와대는 두어 명 최종 후보자 가운데 전문성이 가장 두드러지고, 좌고우면 않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할 인물을 고르면 그만입니다. 시간 끌다 엉뚱한 사람 시키면 그동안의 낙하산설은 팩트가 됩니다. 작년부터 특정 세력이 특정 이익을 노려 특정 인물을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최근 이뤄진 국방부 관련 고위급 인사의 임명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있었고, 부적절한 인물을 국방정신전력원장에 앉히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서 'ADD 낙하산 소장설'도 뜬소문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ADD는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본산입니다. ADD 소장은 소신 확실한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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