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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극 시상식 후보 호명서 지워진 한국계 배우

미국 연극 시상식 후보 호명서 지워진 한국계 배우
▲ 한국계 배우 줄리 리가 연극 무대에 오른 장면

미국 LA에서 열린 한 연극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배우의 이름이 잘못 호명되고 다른 배우 사진까지 올라오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시상식을 주최한 연극인 단체는 백인 일색이어서, 인종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간 LA타임스와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LA 극단 연합기구인 LA스테이지얼라이언스(LASA)는 지난 3월30일 '오베이션어워즈' 온라인 연극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를 호명하면서 한국계 배우 줄리 리의 이름을 잘못 불렀고, 사진도 줄리 리가 아닌 다른 아시아계 배우의 것을 잘못 올렸습니다.

주최 측인 LASA는 시상식 다음 날 "실수에 모든 책임을 진다"며 이사회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연극계의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계는 다 똑같이 생겼다'는 오랜 고정관념과 아시아 사람의 정확한 이름조차 배우기 꺼리는 인종 차별 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비판이었습니다.

줄리 리는 다른 배우 사진이 올라왔을 때 그저 웃었고, 이름이 잘못 호명된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면서 "저는 단지 어쩌다 후보로 지명된 이름도 얼굴도 없는 동양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백인 위주의 폐쇄적인 운영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결과였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오베이션 시상식 수상자를 결정하는 투표단 300명이 거의 백인으로 채워졌고, 집행 기구인 이사 4명 중 3명이 백인이라는 겁니다.

아시아계 극단이 백인 위주의 극단과 연극을 공동으로 제작해 시상식 후보에 올랐을 때도 백인 극단만 후보로 호명된다는 오랜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아시아계 극단인 이스트웨스트플레이어는 줄리 리 이름이 잘못 호명된 이번 사태를 비판하면서 LASA 탈퇴를 선언했고, LA 대표 극단인 센터시어터그룹, 게펀플레이하우스 등 25개 극단도 잇따라 탈퇴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사진=줄리 리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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